스티븐 연이 할리우드에서 이전과는 다른 규모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가 '미나리'에서 가장 한국적인 역할을 소화한 이후, '워킹데드'의 글렌 캐릭터를 넘어 자유롭게 작품 세계를 펼쳐가는 중이다.
최근 그가 조던 필 감독의 신작 출연을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겟 아웃'과 '어스'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한 조던 필 감독의 차기작에 유명 배우들과 함께 합류한다. '주다스 앤드 더 블랙 메시아'로 올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대니얼 칼루야, 배우 겸 가수 케케 팔머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이 영화는 내용이나 장르에 관해 알려진 바가 없으나, 조던 필 감독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전 세계 스티븐 연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고 있다. 조던 필의 세계 속 스티븐 연의 모습은 오는 2022년 7월 22일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스티븐 연은 TV 시리즈물에도 자신의 자리를 이미 맡아뒀다. '미나리'의 배급사인 A24가 제작하는 10부작 드라마 '비프(Beef)'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것. 중국계 미국인 앨리 웡과 함께 코미디 연기를 선보인다. 미국 연예 전문매체 데드라인은 "이번 드라마가 '워킹데드' 이후 스티븐 연의 첫 TV 복귀 작품이 된다"고 주목하면서 "넷플릭스·아마존·애플·FX 등 OTT(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와 TV 채널들이 이 드라마의 방영권을 따내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불과 한두해 전까지만 해도, 미국인들에게 스티븐 연은 AMC 인기 케이블 드라마 '워킹 데드'의 글렌이었다. '워킹데드'는 그의 대표작이었고, 글렌 역할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그 이상을 꿈꾸기 힘들었다. 오랫동안 연기를 했지만, 아시아인으로서 할리우드의 주류에 편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때문에 그간 스티븐 연의 필모그래피에는 유독 한국 거장 감독의 작품이 많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 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을 통해 스티븐 연은 '워킹데드'의 글렌을 넘어 세계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는 배우로 성장했다. 그의 국적은 비록 미국이지만, 유독 한국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랬던 스티븐 연은 '미나리'에서 우리네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제이콥 역할을 연기했다. 미국적이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작품과 연기를 선보였다. 그리고 결국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한국어 대사로 말하며, 직접 제작까지 참여하며 열정을 불태운 그가 아카데미 역사에 새 족적을 남겼다. 이처럼 결국은 주류로 우뚝 서고 만 스티븐 연을 향해 할리우드의 러브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때마침 국내에서도 스티븐 연의 첫 단독 주연작이 관객과 만난다. 오는 8일 개봉하는 '메이헴'이다. '메이헴'은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미드나잇 패션 부문 상영 당시에도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화제를 모은 작품. 이 영화는 훌쩍 성장한 스티브 연의 현재를 잘 보여줄 전망이다. 호러 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은 자신의 트위터에 "스티븐 연이 '메이헴'을 빛낸다. 악랄한 만큼 재치있다"고 호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