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NC행을 확정한 포수 양의지의 계약 총액은 125억원이다. FA 최대어라는 평가 속에 예상대로 '대박'을 터뜨렸다. 눈길을 끈 것은 계약금이다. 총액의 48%인 60억원이 계약금으로 책정됐다.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2018년 NC 선수단(59명) 연봉 총액은 55억8200만원이다. 그만큼 양의지가 받게 되는 계약금은 상상을 초월한다.
KBO 리그에서 FA 계약금은 잠재된 뇌관에 가깝다. 비중이 너무 높다. 지난해 LG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는 총액(115억원) 대비 무려 56.5%인 65억원을 계약금으로 챙겼다. 배(연봉)보다 배꼽(계약금)이 더 컸다. 삼성과 kt로 이적을 택한 강민호와 황재균은 계약금만으로 각각 40억원과 44억원을 받았다. 총액 대비 계약금 규모가 정확히 50%. 2017년 사상 첫 FA 100억원 시대를 연 최형우(KIA)의 당시 계약금은 총액의 40%인 40억원이었다. 대부분의 대형 FA 계약에서 계약금이 차지하는 파이는 꽤 컸다. 계약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상황이 다르다. 올해 FA 시장에서 투수 최대어로 손꼽히던 패트릭 코빈이 워싱턴과 계약하면서 받는 사이닝 보너스는 250만 달러다. 총액이 1억4000만 달러라는 것을 고려하면 전체 계약의 약 1.8%에 불과하다. 2014년 1월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3000만 달러 연봉을 받는 투수가 된 클레이턴 커쇼는 당시 LA 다저스와 7년에 총액 2억1500만 달러 계약을 성사했다. 사이닝 보너스는 1800만 달러로 총액의 9% 정도였다. 메이저리그에서 계약금 격인 사이닝 보너스의 규모는 총액 대비 10%를 대부분 넘지 않는다.
KBO 리그의 높은 FA 계약금은 기형적인 구조가 한몫한다. A급 FA의 경우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선수가 '갑'이고 구단이 '을'이다. 그리고 선수들은 높은 계약금을 원한다. A구단의 FA 실무자는 "감액 규정이 크다"고 말했다. KBO 규약 제73조 '연봉의 증액 및 감액'을 보면 연봉 3억원 이상인 선수가 소속 구단의 현역 선수로 등록되지 못할 경우엔 연봉을 감액한다고 명시돼 있다. 경기력 저하 등 선수의 귀책사유로 현역 선수로 등록되지 못하면 연봉의 300분의 1의 50%에 현역 선수로 등록되지 못한 일수를 곱한 금액을 연봉에서 감액하게 돼 있다. 고액 연봉자일수록 깎이는 금액이 클 수밖에 없다. 선수 입장에선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봉보다 계약금을 많이 올려 받는 것이 낫다. 계약금은 보통 2회 분할 지급되기 때문에 목돈에 가깝다.
KBO 리그 구단은 '만성 적자'에 시달린다. 한 해 수십억원의 손해를 보면서 야구단을 운영한다. 모기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너무 높은 FA 계약금에 대해 구단 내부적으로 문제의식이 있다. 지난 9월 KBO가 FA 상한제를 제안하며 계약금을 총액 대비 30% 이하로 규정하자고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선수협의 반발로 도입되지 않았지만 '더는 FA 계약금을 많이 주면 힘들다'는 의견 공유가 있었다.
그리고 이번 겨울 대형 FA 계약의 출발을 알린 SK가 최정·이재원과 내부 FA 계약을 완료하면서 계약금을 낮추고 연봉을 올렸다. 6년 총액 최대 106억원 계약을 한 최정의 계약금은 30.2%인 32억원. 4년간 69억원을 받는 이재원의 계약금은 30.4%인 21억원이다. 과다 지출은 피하지 못했지만, 계약금 부분에서 구단의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후 나온 양의지 계약에서 원상으로 복구됐다. 오버페이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