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앱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거대 공룡 구글이 최근 영토 확장에 나서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구글은 최근 게임회사들에게 카카오나 밴드 등 채널링 플랫폼에 수수료를 내지 말고 자신들과 직접 서비스를 하라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또 이동통신사에게는 1대 9의 유료 앱 판매 수수료 분배 비율을 5대 5로 재조정하겠다고 통보했다. 구글이 시장 영향력과 수익 확대에 나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게임회사가 원하는 수수료 인하 요구는 외면하고 폐쇄적인 앱 마켓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슈퍼 공룡이 된 구글이 숨겨왔던 발톱을 드러냈다며 우려했다.
"카카오 빼고 우리랑 하자"
구글은 지난달말 '구글 플레이와 게임'이라는 간담회를 열고 국내 모바일 게임회사를 상대로 러브콜을 보냈다. 카카오나 밴드와 같은 채널링 플랫폼에 게임을 서비스하지 말고 구글 플레이에 직접 올리면 혜택이 많다는 점을 적극 알렸다. 카카오 등에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자신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해주는 등의 장점이 많다는 것.
이처럼 구글이 게임회사에 채널링 플랫폼을 빼고 자신들과 단독으로 거래하자고 나선 것은 게임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함께 불거지고 있는 수수료 이슈를 잼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에 게임을 서비스하면 게임회사는 구글 30%·카카오 21%를 떼어주고 49%만 남는다. 이는 또 개발사나 퍼블리셔(유통·서비스사)와 나누기 때문에 게임회사가 실제로 손에 쥐는 것은 10% 내외다.
그래서 게임회사들은 구글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한 모바일 게임회사 관계자는 "구글이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별도의 마케팅 지원이 없는 한 중소 개발사의 앱은 수많은 앱들 속에 묻혀 사장될 가능성이 크다"며 "차라리 수수료 낮춰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글은 수수료를 낮출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구글 플레이를 총괄하는 크리스 예가 구글 엔지니어링 디렉터는 간담회에서 "구글 플레이 입점에 따른 30%의 수수료는 정당한 비율로 바꿀 계획이 없다"며 "이 모델에서도 성공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구글은 이동통신사들에게서 수수료를 깎겠다고 나섰다. 구글은 앱 마켓인 플레이 스토어에서 판매된 유료 앱의 수익 중 30%를 가져가는데 이 중 90%를 이통사에 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50%로 깎겠다며 수수료율 재조정을 이통사들에게 통보했다. 애플의 iOS가 주도하던 국내 시장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진영을 적극 밀어줬던 이통사로서는 뒷통수를 맞았다.
앱 마켓 경쟁 "안돼"
구글이 시장 장악력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견제할 방법이 없다. 구글 플레이와 경쟁할 수 있는 앱 마켓이 나와야 하지만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구글이 정책적으로 자신들의 OS인 안드로이드를 이용한 독립 앱 마켓 등록을 불허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버 앱스토어는 2012년 6월 개발사에게 80%의 수익을 돌려주는 파격적인 수수료 정책으로 앱 마켓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구글 앱 마켓의 폐쇄적인 정책 상 구글 플레이에 등록 자체가 불가능해 해당 홈페이지를 직접 방문해 내려받아야 한다. 또 네이버 앱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로드 받을 때마다 보안 상의 이유로 '알 수 없는 출처'라는 팝업이 뜨는 등 이용자는 앱을 설치할 때마다 불편을 느끼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구글 플레이가 모든 안드로이드 OS에 선탑재돼 있어 네이버 앱스토어에서 앱 다운로드 시 10여 단계의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해 제대로 된 경쟁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