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FC 스트라이커 제리치(26·세르비아)와 경남 FC 말컹(24·브라질)의 얘기다. 강원은 지난 21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2018 K리그1(1부리그) 19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펼친 홈경기에서 3-1로 이겼다. 제리치는 23분만 뛰고도 멀티골을 터뜨리며 팀의 완승을 이끌었다. 강원(승점 27)은 7경기 무패(2승5무)를 달리며 리그 5위로 올라섰다. 1-1로 팽팽히 맞선 후반 22분 정조국과 교체 투입된 제리치는 후반 34분 골문으로 쇄도하며 이현식의 패스를 날카로운 헤딩으로 연결하며 결승골을 뽑았다. 후반 45분엔 페널티박스 전방에서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쐐기골까지 넣었다. 리그 15호 골과 16호 골을 연달아 기록한 제리치는 득점 선두를 굳게 지켰다.
전반기 14경기에서 11골을 몰아친 제리치는 2018 러시아월드컵 휴식기 이후 재개된 후반기 3경기에서 부진했다. 그는 지난 8일 전남 드래곤즈와 경기에 풀타임 출전했지만, 상대팀의 집중 견제를 이겨 내지 못하고 이렇다 할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11일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간신히 골맛을 봤지만, 15일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또다시 침묵했다. 송경섭 강원 감독은 제리치의 부진을 두고 "투톱으로 함께 나온 정조국과 이동 경로가 겹쳤고, 최근 몸 상태에 이상이 생기면서 기대만큼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송 감독은 최근 제리치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조국과 따로 경기에 출전시켰다. 전략은 주효했다. 제리치는 지난 18일 울산 현대전에 이어 21일 제주전에서도 연달아 멀티골을 넣으며 부활했다. 골 '순도'도 높다. 제리치가 후반기에 넣은 골은 모두 승부처였던 후반 35분대 전후에 터졌다. 가파른 상승세인 제리치는 6년 만에 30득점에 도전한다. 19경기에서 16골을 넣은 그가 현재의 득점 페이스를 유지하면 38골까지 넣을 수 있다. K리그1은 올 시즌 총 38경기(스플릿 라운드 포함)를 치른다. 프로축구 역사상 30골 이상을 넣은 득점왕은 데얀(수원 삼성)뿐이었다. 그는 FC 서울에서 뛰었던 2012년 42경기에 출전해 31골을 쐈다. 부상에서 돌아온 말컹은 제리치의 독주를 막을 골잡이다. 말컹은 같은 날 열린 수원 삼성전에서 1-2로 뒤진 후반 8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상대 수비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왼발로 골을 넣었다. 시즌 13호 골. 말컹은 시즌 개막전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리는 등 제리치보다 먼저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서혜부 인대 부상으로 경기력이 떨어지며 제리치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전반기에 10골을 넣은 그는 휴식기에 고향 브라질로 돌아가 다친 부위를 치료했고 재활에 집중했다.
후반기 3경기에 휴식한 말컹은 지난 14일 인천전에 복귀해 2골 1도움을 올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는 스타성도 갖췄다. 196cm에 100kg으로 육중한 체격을 갖춘 그는 수원전에서 동점골을 터뜨린 뒤 180도 공중제비를 해 관중의 환호를 받았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중국 클럽 등이 거액을 제시하며 러브콜을 보냈지만, 모두 뿌리치고 김종부 감독이 지도하는 경남에 남았다. 작년 K리그2(2부리그)에서 22골(득점왕)을 터뜨리며 팀을 승격시킨 말컹의 목표는 이번 시즌 1부리그를 집어삼키는 것이다. 말컹과 제리치의 득점왕 경쟁은 후반기 K리그1을 지켜보는 축구팬들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