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5년 차 배우였지만 신인의 마음가짐처럼 주·주연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무서워도 해보자!'고 다짐하면서 그렇게 거듭 성장을 계속해오고 있는 뜨거운 연기 열정의 소유자였다. '라이더스', '뱀파이어 탐정', '운빨로맨스'까지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낸 이청아는 "일 할 때가 행복하다. 지금이 가장 행복한 것 같다"면서 환하게 웃는 이청아의 모습에서 해피 바이러스가 전해졌다.
이청아는 지난 14일 종영한 '운빨로맨스'에서 세계적인 스포츠 에이전트의 한국 지사장이자 똑 부러지는 알파걸 한설희 역을 맡았다. 첫사랑 류준열(제수호)을 되찾는 과정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쿨한 면모로 안방극장을 물들였다. "쿨한 척하는 건 닮았다. 예전에는 예쁜 척하는 연기를 못해서 감독님들한테 많이 혼났는데 설희를 하면서 되도 안 되는 애교를 하더라. 깜짝 놀랐다. 또 하나의 금기가 깨졌다.(웃음)" 겉모습은 여리디여린 작은 체구로 천상여자란 느낌을 줬지만, 인터뷰 내내 파이팅 넘치는 이청아의 소탈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요즘 가지고 싶은 이미지가 있다면.
"난 사실 운동을 잘한다. 근데 운동을 못 하는 이미지라고 들었다. 운동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복근이 있다고 하니 '안 어울린다'는 말도 들어봤다. 얼마나 힘들게 운동한 건데 정말 운동이랑 안 어울리는 이미지라는 사실에 놀랐다."
-자신과 가장 닮은 캐릭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작품이 끝나면 그 전 작품이 나인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영화 '늑대의 유혹' 때 캐릭터가 나랑 좀 많이 달랐다. 내성적인 건 닮았는데 어리바리한 건 달랐다. '늑대의 유혹'을 하면서 진짜 어리바리해졌다. 안 더듬던 말도 더듬었다. 그래서 '늑대의 유혹' 할 때 인터뷰가 제일 힘들었다. 말하다가 안 되면 눈물부터 났다. 뱀파이어 할 때는 화를 그렇게 잘 내더라. 분노가 많아지면서 화에 대한 욕구를 풀었다. '운빨로맨스' 설희란 인물은 내가 얄미워하던 친구들한테 따왔다. 그 부분에서 엄청난 반감과 짜증 섞인 반응이 나오더라."
-황정음, 류준열과 연기했는데 어땠나.
"극 중에서 어떻게 보면 연적이었는데 (황)정음이가 너무 예뻤다. 내가 현장에 가면 늘 그 둘이 사이가 좋지 못한 날이었다. 사실 정음이랑 준열이가 너무 힘들었다. 신도 많고 밤도 많이 샜다. 근데 맨날 둘은 어떻게 하면 신을 좀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고 있더라. 매번 새로운 사람이 오면 까르르 까르르한다. 정음이는 정말 밝고 사랑스러웠다. 내가 진지한 편이라고 하면 정음이는 너무 사랑스러웠다. 보면서 내가 에너지를 받은 적도 있다. 준열이는 재간둥이다. 남자 주인공이 저렇게 많이 움직여도 되나 싶게 보면 화면에서도 에너지가 보인다.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고 굉장히 영리한 친구다."
-드라마 종영 이후 시간을 어떻게 보냈나.
"드라마 중간에 이사를 해서 이제 이삿짐을 3분의 1 정도 뜯은 것 같다. 청소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7월 안에 끝내려고 하는데 다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술도 좀 마셨다. 오랜만에 가족들도 만나러 갔다."
-남자친구인 이기우와 데이트는 자주 안 하나.
"서로 바빠서 데이트는 자주 못 한다. 근데 서로 바쁘면 응원해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결혼 계획은 없나.
"결혼은 때가 되면 하지 않겠나.(웃음) 오래 사귀었는데도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근데 남자친구 이야기가 나오면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부끄럽다.(웃음)"
-결혼에 대한 로망은 없나.
"결혼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지금이다!' 그런 느낌이 온다고 하더라. 정음이는 너무 행복해 보인다. '아 저게 결혼이 주는 안정감이구나!' 싶었다. 난 지금도 안정적이다. 지금이 제일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일할 때가 제일 좋다. 회사에 안 쉬어도 된다고 했다. 근데 3개 작품을 연달아 했더니 피부가 화장을 뱉어낸다. 피부 때문에 잠시 쉬긴 해야 할 것 같다."
-'운빨로맨스' 속 설희와 실제 연애관이 비슷한가.
"쿨한 척하는 건 닮았다. 남 불편하게 하는 걸 잘 못 한다. 상대방이 아닌 것 같으면 불편하게 안 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근데 연애 잘하는 친구들은 의도적으로 불편하게 만들더라. 난 들이대는 건 설희 하면서 처음 해봤다. 들이대는 게 먹힌다는 걸 배웠다. 이런 걸 진작에 해봤어야 했는데 후회되더라. 예쁜 척하는 걸 못해서 감독님들한테 많이 혼났었는데 설희 하면서 되도 안 되는 애교를 했다. 깜짝 놀랐다. 또 하나의 금기가 깨졌다."
-연애에 적용해봤나.
"적용하기엔 이미 늦었다. 초반에 그런 걸 좀 해봤어야 하는데.(웃음)"
-배우란 직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것 같다.
"전에는 만족할 줄 몰랐다. 근데 이젠 좀 바뀐 것 같다. 지금이 제일 잘하고 있고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배우란 직업이 좋다. 결국 힘든 것도 배우에겐 감정적으로 도움이 된다. 비관적인 성격에 늘 밝은 빛이 되는 직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