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언더독(Underdog)의 반란'이다. 주목 받지 않았던 '비긴 어게인'의 흥행 돌풍 이유는 뭘까.
'비긴 어게인'은 15일 4만9076명(이하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 191만1705명을 기록했다. 이날 일일 관객 1위(7만2143명·스크린 713개)는 '타짜-신의 손'이 차지했지만 '비긴 어게인'(373개)의 스크린이 두 배 가량 적었던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박스오피스 1위는 '비긴 어게인'의 것이었다.
개봉(8월13일) 초기 100여개의 스크린 밖에 확보하지 못했던 '비긴 어게인'은 현재 300개 수준(최고 486개·9월14일)의 스크린을 꾸준하게 유지 중이다. 배급사인 판씨네마 최연정 마케팅 팀장은 "이례적으로 본다"며 "우리나라의 현실적 상황에서 시간이 갈수록 이렇게 스크린수가 늘어나는 건 흔치 않은 경우"라고 말했다.
▶음악의 힘
평론가들은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음악의 힘'을 이야기 한다. 영화평론가 달시파켓은 "'비긴 어게인'은 '원스'와 같은 감독(존 카니)인데 음악이 있어 기분이 좋은 영화다. 영화의 낭만적인 느낌이 관객에게 잘 전달됐다"며 "입소문이 너무 좋아서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많이 보고 있다"고 평했다. 영화평론가 민병선도 "음악을 통해 영화의 감정선이 잘 표현돼 있다"며 "연인끼리의 감정이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달됐다"고 말했다.
'비긴 어게인'은 명성을 잃은 음반프로듀서 댄(마크 러팔로)과 스타 남친을 잃은 싱어송라이터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가 뉴욕에서 만나 함께 노래로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멜로다. 자연스럽게 극의 중심에는 노래가 항상 흐른다. 곳곳에 나오는 16곡의 배경음악은 관객의 귀를 자극한다. 실제 키이라 나이틀리가 부른 '로스트 스타'(Lost Stars)를 비롯한 곡들이 꾸준히 음원사이트 상위권에 올라 있다.
영화평론가 강익모는 "'원스'를 비롯한 음악 영화들 가운데, 해피엔딩일 경우에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비긴 어게인'은 이 공식을 잘 따르고 있다"며 "오히려 '원스' 등의 작품보다 리얼리티가 강했다. 이어폰을 둘이서 하나로 듣는 장면 등 대중적인 코드를 잘 따서 상징적으로 처리했는데, 이게 잘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경쟁작 없는 빈자리 채웠다
마땅한 경쟁작이 없는 극장가 상황도 영향을 끼쳤다. 역대 박스오피스 흥행 1위를 기록한 '명량', 800만 관객을 넘어선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 스크린 수를 줄이고 있다. 사실상 내려가는 단계를 밟고 있는 상황. 여기에 추석 대작으로 손꼽혔던 '타짜-신의 손'과 '루시'가 폭발적인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영화평론가 박호선은 "관객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힐링(치유) 해주는 영화가 전혀 없는 현실"이라며 "극장을 가도 볼만한 게 없다"고 밝혔다. 영화평론가 김봉석은 "지금은 일단 블록버스터가 없다"며 "'명량'도 이제 한 물가고, '타짜-신의 손'과 '두근두근 내 인생'이 확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 '비긴 어게인'은 가을 분위기에 딱 맞는 영화다. 경쟁작이 뚜렷하게 없다는 게 호재"라고 분석했다.
'비긴 어게인'은 다양성 영화다. 다양성 영화는 배급사나 제작사가 영진위에 신청을 하면 예술성과 작품성 등을 고려해 심사를 받는다. 역대 다양성 영화 흥행 1위(293만3309명)는 '워낭 소리'(2009). 평론가 강익모는 "추석 영화가 다 끝난 상황이라 '비긴 어게인'은 280~300만명 까지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