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판 위에 의미없는 돌은 없다'는 극중 장그래의 대사처럼 짧은 에피소드에 등장한 배우들부터 단역 배우들까지 모두 ‘미생’에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바둑돌이었기 때문이다. '미생'은 임시완·이성민·강소라·강하늘 등 이미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주연 배우들을 재조명 한 것은 물론 '몰랐던 이름들'을 스타 반열에 올려놨다.
▶배우들의 달라진 위상
'미생'에는 톱스타가 없었다.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의 멤버이자 영화 '변호인'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임시완과 이성민, 강소라 등이 그나마 이름을 알린 배우들. 하지만 이들 모두 기본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을 만큼의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 배우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방송 이후 이들의 입지도 달라졌다.
MBC '해를 품은 달' 영화 '변호인' 등에서 주연배우를 뒷바침 하는 조연으로 등장했던 임시완은 주연으로서 극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배우로 인정받게 됐고 37세의 늦은 나이에 배우에 길에 뛰어들었던 이성민은 음료·주류·통신사 CF를 섭렵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강소라 또한 10여 개의 CF 계약을 채결했으며, 무엇보다 20대 여배우의 기근으로 허덕이는 방송가에 단비를 내려줬다.
▶'미생'으로 재발견된 배우들
'미생'이 낳은 최고의 스타는 누가 뭐래도 한석율 역의 변요한과 김대리 역의 김대명이다. 3000:1의 경쟁률을 뚫고 한석율 역에 낙점된 변요한은 '독립영화계의 송중기'라고 불릴 만큼 독립 영화계에서는 두꺼운 팬 층을 유지하고 있던 배우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에 걸맞게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원 인터의 미워할 수 없는 확성기 이자 개벽이 한석율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원래부터 독립영화계에서는 촉망받는 배우였지만 '미생' 이후 메이저 제작사 관계자들도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2006년 연극 배우로 데뷔한 김대명은 무려 9년의 무명 배우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제작발표회 당시 이성민이 "김대명이 촬영장 근처 카페에서 직원할인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힐 정도로 직장인에 완벽하게 빙의된 모습을 보여줬다. '미생' 촬영 이후 인기스타만 찍는다는 이동통신사와 온라인 쇼핑몰 CF를 찍었을 뿐 아니라 광고계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장백기(강하늘)의 든든한 사수 강대리 역의 오민석은 일찌감치 MBC '킬미힐미' 주연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많은 매니지먼트사는 소속사 없이 활동하고 있는 하대리 역의 전석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