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사자' 원태인(19)이 신인왕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삼성 '투수'로는 오승환(현 콜로라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원태인의 2019시즌 전반기는 '성공'에 가까웠다. 19경기(선발 13경기)에 등판해 3승5패 2홀드 평균자책점 2.86을 기록했다. 함께 1차 지명을 받은 동기 중 가장 빠르게 선발승을 올렸다. 마지막 5경기 중 3경기에선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빈약한 득점 지원만 아니었다면 5승 이상도 가능한 페이스였다. 원태인의 R/G(선발투수가 던진 이닝까지의 팀 득점)는 1.69점으로 최소 60이닝을 소화한 투수 49명(평균 3.15점) 중 최저다.
관심을 모으는 건 신인왕 경쟁이다. 시즌 초반에 앞서간 선수는 LG 필승조 정우영(20)이다. 정우영은 개막 이후 4월까지 평균자책점 0.81(22⅓이닝 2자책점)로 타자를 압도했다. 그러나 7월에 접어들면서 급격하게 흔들렸다. 월간 평균자책점이 14.72. 월간 피안타율도 5할로 좋지 않다. 하락세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면 원태인은 꾸준함을 앞세워 격차를 줄여 나갔다.
시즌 중 보직을 바꾸는 변수를 잘 극복했다. 개막전에는 불펜 투수로 분류됐다. 그러나 최채흥과 최충연이 모두 부진에 빠진 틈을 타 '선발'로 기회를 잡았다. 2군에 내려가 잠시 조정기를 거친 뒤 4월 28일 대구 LG전을 통해 1군 선발 데뷔전을 치렀다. 이어 두 번째 등판이던 5월 4일 고척 키움전에서 7이닝 3피안타 1실점 쾌투로 첫 '선발승'을 따냈다. 안정감이 대단하다. 선발로 보직을 전환한 4월 28일 이후 등판한 13경기 선발 평균자책점이 2.87로 이 기간 리그 전체 9위. 박종훈(SK·2.91) 브룩스 레일리(롯데·3.44) 타일러 윌슨(LG·3.69) 등 내로라하는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보다 더 수치가 낮다.
'신인답게 붙어 보면서 배우자'는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의 주문을 받고 타자와 결전을 피하지 않는다. 그 덕분에 9이닝당 볼넷이 2.86개로 많은 편이 아니다. 경험이 적은 신인 투수들이 볼넷을 남발하다 무너지는 경우가 꽤 있지만 원태인은 다르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속마음은 몰라도 마운드에서 보여 주는 '포스'가 괜찮은 선수다. 어리지만 흔들리거나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없다.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그게 큰 장점이다"라고 했다.
빈약한 득점 지원에도 "오히려 팽팽한 상황에서 던지니까 배우는 게 더 많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신인답지 않은 모습. 그는 신인왕에 대해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생애 한 번밖에 받지 못하는 상 아닌가. 하지만 욕심낸다고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신인왕 생각보다는 '꾸준하게 하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부상 없이 선발투수로 완주하는 게 목표"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삼성은 역대 6명의 신인왕을 배출했다. 이 중 투수는 2005년 오승환이 유일하다. 그러나 '고졸 투수'로 범위를 좁히면 아무도 없다. 원태인의 신인왕 도전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