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김시진 롯데 감독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그러나 이내 "사구를 맞은 박해민의 상태는 어떤가"라며 상대 팀 선수의 부상을 걱정했다.
롯데는 1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경기에서 0-2로 뒤진 9회 대거 5점을 올리며 역전승했다. 삼성 마무리 임창용을 제대로 공략했다. 9회 1사 1·3루 기회에서 정훈이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추격했다. 이어 전준우가 2볼 1스트라이크에서 임창용의 4구째 128㎞짜리 슬라이더를 잡아당겼고, 대구구장 좌측 담장을 넘기는 역전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임창용을 무너뜨리는 '한 방'이었다.
손아섭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바뀐 투수 심창민을 상대로 1볼에서 2구째 130㎞짜리 직구를 받아쳐 대구구장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30m짜리 대형 홈런이었다. 손아섭은 이 한방으로 시즌 10호 홈런을 기록했다. 전준우-손아섭의 연속 타자 홈런은 시즌 24호 통산 760호, 롯데 구단은 올 시즌 두 번째 기록이다. 롯데는 대역전승으로 4연패에서 탈출했다. 다음은 김시진 감독과 일문일답
- 막혀있던 타선이 9회 대폭발했다.
"정말 방망이는 믿을 게 못되는 것 같다. 그렇게 막혀있던 타선이 9회 터졌다. 황재균이 선두 타자로 나서 안타를 때리길래 상위 타선까지 연결되기를 바랐다. 2점 차이인 만큼 한 방이면 동점도 가능했다. 다행히 신본기가 내야 안타로 기회를 이어갔다."
- 전준우의 홈런이 큰 역할을 했다.
"짜릿했다. 사실 전준우의 타구가 넘어갈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타구가 큰 포물선을 그리고 떨어지길래 잡히나 싶었다. 마침 좌익수 최형우도 뛰어올랐다. 그런데 '텅'하는 소리가 들렸다. 관중석에 떨어진 소리였다. 그리고 나서야 '넘어갔구나' 확신했다."
- 손아섭의 홈런이 쐐기를 박았는데.
"3점 차이와 4점 차이는 크다. 앞에 주자가 다 없어져서 손아섭이 맥이 빠질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높은 공을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때려내더라."
- 장원준은 좋은 투구를 했는데.
"4일 휴식 후 등판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투구 수가 많아서 6회까지라고 생각하고 불펜을 준비시켰다. 그런데 박해민에게 사구를 내줬다. 박해민 상태는 어떤가?(큰 문제는 없다고 하자) 천만다행이다. 장원준이 조금 일찍 내려갔지만, 정대현과 강영식이 잘 막아줘서 역전승의 발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