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영화 '박열(이준익 감독)' 백상예술대상 후보작 상영제 스페셜 GV가 진행됐다.
'박열'은 1923년 도쿄, 6천 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이제훈)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최희서)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영화다. 지난해 6월 개봉해 23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제54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작품상, 최우수여자연기상(최희서) 신인여자연기상(최희서) 신인남자연기상(김준한) 시나리오상(황성구)까지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날 GV에는 이준익 감독과 후미코 역할의 최희서, 다테마스 역할의 김준한이 참석했다. 우연찮게도 영화 속에서 일본인으로 분했던 두 배우가 관객과 직접 만난 것. 그 덕분인지, 일제강점기 가혹한 세상 속에서 살아갔던 '박열'의 다양한 모습에 대한 깊은 대화가 오갔다.
'박열'로 여러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과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최희서는 자신에게 영광을 가져다 준 가네코 후미코라는 인물을 "그녀를 한줄로 요약할 수 있다면, 의지대로 행동하는 삶인 것 같다"고 정의내렸다. 이어 "의지대로 행동하며 살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지 않나. 사회적 위치나 나이, 성별 등 제한점이 많다"면서 "그녀는 여성으로 불리는 것조차 거부할 만큼, 모든 사람과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를 사람으로서 정의내릴 수 있는 것이 의지이고, 이 사상이 그녀를 잘 묘사하는 것인 것 같다. 그것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다테마스 검사로 분했던 김준한은 "한국인으로서 자존심이 있었다. '한국인이 일본일을 묘사하는 건 한국인의 방식대로 해석할 것이다'라는 게 싫었다"면서 자신의 연기를 설명해나가기 시작했다. 이어 "철저히 일본인으로서 생각하려고 했다. 그래야지 공평한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감독님께서 애초 여기 나오는 모든 일본어 대사에 완벽을 추구했다. 일본어를 완벽하게 보여드릴 수 있게끔 작업했다. 나름의 자존심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관객과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의외의 질문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바로 일본인 관객이 이준익 감독에게 "반일영화를 또 만들 생각이 있냐"고 질문한 것. 이 감독은 "우리 영화는 반일영화도 친일영화도 아니다"며 웃었다. 이어 "일제강점기 영화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과 한국은 의미가 깊은 관계다. 그간 아주 많은 사연과 사건이 있었다. 그런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그 자체로 우리가 우리를 알아가는 길이다"고 밝혔다. 또 이 감독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를 알아가는 전제 조건은, 그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것이다"며 "다테마스라는 인물에 대해서 일본인이기 전에 동시대를 살았던 젊은이로서의 시선이 중요했다. 가네코 후미코가 일본인이기 전에, 박열과 연인, 부부 관계로 맺어진 젊은이의 세상과 부딪치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열'은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 가장 많은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작품 중 하나. 이준익 감독은 "어떤 상이 욕심 날까"라는 질문에 웃으며 "남자 신인연기상"이라고 답했다. 신인연기상 후보에 오른 김준한은 밝게 웃었다. 실제로 '박열'이 백상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백상예술대상은 오는 5월 3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