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은(37)은 2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6피안타(3홈런) 3실점을 기록했다. '신예' 이승헌과 '신인' 김진욱에게 밀려 개막 로테이션에서 탈락한 노경은은 시즌 첫 등판에서 관록을 과시했다.
노경은은 10개 구단 최고령 선발 투수다. 리그 전반적으로 젊은 투수가 급성장하면서 30대 후반 베테랑 투수는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으나 그는 여전히 후배들과 경쟁하고 있다. 비결은 철저한 몸 관리다. 그는 2019년 무적 신분으로 보내면서 채식주의자로 변모했다. 육류와 어패류 등은 먹지 않고 우유와 유제품, 꿀 등을 통해 단백질을 섭취하는 '락토 베지테리언'을 선택했다.
이러한 노력의 대가는 신체와 마운드 위에서 나타난다. 노경은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내려와 '불펜에서 100개를 더 던져라'고 해도 충분히 가능하다"라며 "6회에도 체력 부진을 느낀 게 없다. 지구력 증진에 큰 도움이 된다"라고 했다. 지난해 전반기(평균자책점 5.82)보다 후반기(4.28) 성적이 더 좋았던 점도, 채식으로 인한 변화로 여긴다.
또한 육식을 섭취했을 때 그토록 노력했으나 실패했던 체중도 100㎏까지 불리는데 성공했다. 특별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진 않지만, 벌크업을 통해 근육질의 몸매로 변신해 굉장히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손아섭이 나보고 채식만 하더니 '사슴 눈이 되어간다'고 놀린다. 고기를 먹어야 호랑이 같은 눈빛이 된다고 한다"며 숨은 이야기도 전했다.
이미지 트레이닝도 그의 활약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는 불펜 투구에서도 본인만의 방법으로 한다. 단순히 공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1번타자 OOO' '변화구를 잘 쳐'라고 외친다. 또 코스와 볼카운트도 큰 소리로 말한다. 상대 타자와 상황 등을 설정해 직접 입 밖으로 소리 내 실전처럼 던지는 것이다. 이용훈 코치와 임경완 코치는 노경은을 돕기 위해 타석에 들어서기도 한다.
2019년 FA(자유계약선수) 계약 실패 후 미국 구단 입단 테스트에서 좌절한 그가 홀로 훈련하며 터득한 훈련 방식이다.
마음가짐도 단단해졌다. 지난해 133이닝을 던진 그는 올해 개막 로테이션 탈락에 실망하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했다. 그는 "팀의 선택을 존중한다. 기분이 나쁘거나 불만이 전혀 없었다"라며 "이승헌과 김진욱은 구위가 정말 좋다. 같은 선수로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구위를 선보인다. 둘 다 롯데의 미래다"라고 했다. 이어 "내가 구단 입장이 돼도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다"라며 "나 또한 준비를 잘하고 있었다"라고 했다.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든 노경은, 경험과 관록을 통해 터득한 것을 마운드 위에서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