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는 21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PO) 1차전 선발투수로 나와 7이닝 3피안타(2피홈런) 2실점했다. 6회 2사까지 노히트노런을 이어갈 정도로 LG 타선을 꽁꽁 묶었지만 경기 후반 나온 실투 2개가 아쉬움을 남겼다. 7회 외국인타자 루이스 히메네스, 8회 정상호에게 연속 홈런을 맞고 2점을 내줬다. NC는 0-2로 끌려가던 경기를 9회 대역전승으로 마무리했지만 해커는 포스트시즌 4번째 등판에서도 마수걸이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초반 페이스는 완벽했다. 팔꿈치 부상에서 복귀해 한동안 직구 최고구속이 140km 초중반에 그쳤지만 이날은 달랐다. 1회 박용택을 삼진 처리한 최종구가 시속 149km(NC 전력분석 기준)까지 찍힐 정도로 구위가 위력적이었다. 직구가 살아나니 다채로운 변화구가 춤을 췄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를 넘겼다. 1회를 삼자범퇴로 시작한 해커는 2회 1사 후 오지환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어 채은성마저 볼넷. 올 시즌 9이닝당 허용 볼넷이 1.98개라는 걸 감안하면 연속 볼넷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베테랑 정성훈을 4구째 유격수 병살타로 유도해 이닝을 끝냈다.
안정감을 찾은 해커는 3회를 다시 한 번 LG 타선을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두 번째 위기는 4회였다. 선두타자 이천웅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다. 볼카운트가 2스트라이크-노볼로 유리했지만 3구째 변화구가 컨트롤 되지 않았다. 후속 박용택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 숨을 돌리는 듯 했다. 하지만 히메네스 타구 때 애매한 상황이 연출됐다.
투수 앞 땅볼을 잡은 후 2루로 던졌지만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박민우의 키보다 높게 송구가 됐다. 더블 플레이를 노렸지만 박민우의 발이 2루 베이스에서 떨어지면서 아웃카운트는 하나만 올라갔다. 2사 2루. 안타 하나면 팽팽한 '0'의 승부가 깨질 수 있었다. 해커는 이 상황에서 준PO MVP 오지환을 6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아웃시켰다.
NC 타선은 투수를 도와주지 못했다. 해커의 무실점 행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단 1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철옹성을 자랑하던 해커는 서서히 무너졌다. 6회 2사 후 이천웅에게 첫 안타를 맞더니 0-0으로 맞선 7회 히메네스에게 좌측 펜스를 넘기는 1점 홈런까지 허용했다. 시속 138km 커터를 공략 당하면서 비거리 105m 홈런으로 연결됐다. 0-1로 뒤진 8회에는 선두타자 정상호에게 홈런을 맞았다. 이번에도 시속 137km 커터가 밋밋하게 들어갔다.
결국 김경문 감독은 곧바로 불펜투수 구창모를 올리며 해커를 강판시켰다. 투구수 97개 중 2개의 커터가 실점의 빌미가 됐다. 2013년 데뷔 후 통산 44승을 거둔 해커는 또 한 번 포스트시즌 첫 승을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팀이 9회 3득점하며 2점차 리드를 뒤집는 드라마를 썼지만 주인공은 해커가 아니었다. 승리의 가교 역할을 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