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28년 8월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아스널과 셰필드 웬즈데이와의 경기에서 처음으로 유니폼 상의에 번호가 새겨졌다. 당시 등번호는 심판과 관중들이 선수들을 쉽게 구분하기 위해 포지션별 순서대로 부여됐다. 1번은 골키퍼였으며, 2~6번은 수비수들이 차지했다. 그리고 7, 8, 11번은 미드필더들이 달았으며, 9번은 공격수, 그리고 10번은 공격형 미드필더에게 부여됐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익스프레스의 그해 8월 27일자엔 "선수 등에 큰 번호가 새겨져서 3만5000명의 관중들이 선수들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라고 기록돼 있다.
시간이 흘러 등번호는 축구에서 없어선 안 될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주로 공격수들과 에이스들이 다는 번호인 9번과 10번은 많은 선수들이 탐내는 번호다.
그중 가장 큰 상징성을 갖고 있는 번호는 10번이다. 10번은 최고의 공격수를 의미한다. 10번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건 '축구 황제' 펠레(76·브라질)의 공이 컸다. 펠레는 1958 스웨덴월드컵부터 1962 칠레월드컵, 1970 멕시코월드컵까지 3번의 월드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여전히 등번호 '10번'하면 펠레가 떠오르는 이유다. 이 외에도 그의 라이벌이었던 디에고 마라도나(56)와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29·바르셀로나)도 등번호 10번을 차지했다.
백넘버 9번은 '골잡이'란 뜻이다. 현대 축구에선 10번과 7번에 비해 다소 밀리는 감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9번의 중요성을 무시할 순 없다. 브라질 슈퍼스타 호나우두(40)가 대표적이다. 그는 천부적인 골 감각과 타고난 드리블로 세계 축구계를 호령했다.
호나우두의 '9번'엔 흥미로운 일화도 있다. 그는 지난 1997년 인터 밀란에 입단하면서 이반 사모라노(49·칠레)가 달고 있던 9번을 물려받았다. 이에 자존심이 상한 사모라노는 18번을 선택한 뒤 그 사이에 +를 달아 9번(1+8)을 완성했다.
당시 인터 밀란 회장이었던 마시모 모라티(71)는 지난해 스페인 일간지 AS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사모라노는 내게 슬픈 얼굴로 다가왔다"며 "그래서 우린 고민 끝에 1+8번을 생각해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