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가 모두 한 팀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졌다. 자식이 부모님의 팀을 사랑하게 됐고, 또 자식이 부모님의 팀을 사랑하게 되면서 3대가 모두 한 팀을 사랑하게 된 이야기다.
축구 대륙 유럽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한국 K리그에서는 이색적인 장면. 그들이 사랑하는 팀은 전남 드래곤즈다. 3대가 모두 전남 팬인 가족이 추석 연휴를 맞아 K리그2(2부리그) 27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 경기에서 한 자리에 모였다.
'3대가 함께하는 경기 관람'에 당첨된 주인공. 3대가 합쳐 60년을 훌쩍 넘긴 전남 사랑. 정성갑·김혜옥·정승훈·정루빈 가족. 중동초등학교에 다니는 10살 정루빈양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정성갑씨와 김혜옥씨, 아버지가 정승훈씨다.
정성갑, 김혜옥 부부가 전남의 팬이었고 아들 정승훈씨가 부모님을 따라 전남의 팬이 됐다. 그리고 정루빈양은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경기장을 방문하며 전남의 가족이 됐다. 정루빈양 눈에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이는 이슬찬. 이슬찬이 잘 하는 날이 가장 기쁜 날이다. 이 화목한 가족은 이날 사랑하는 팀 홈 경기에서 시축을 하는 영광까지 누렸다.
정성갑씨는 "광양에서 분식점을 운영합니다. 조그마한 가게지만 매번 오는 손님들에게 전남을 홍보하고, 경기장에 오시라고 말씀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웃었다. 정승훈씨는 "와이프, 딸과 함께 매 경기 전남을 응원하러 경기장을 찾고 있습니다"라고 거들었다.
아름다운 대물림이다.
정성갑씨는 전남 초창기때부터 전남의 팬으로 눈보라를 헤치면서까지 전남 경기장을 찾아 응원했다. 이런 진심을 아들 정승훈씨가 물려받았다. 그는 "제가 딸 나이인 10살 정도부터 전남의 팬이 됐습니다. 경기장에서 가까운 곳에 살았고 아버지를 따라 응원을 다녔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런 애정은 정루빈양에게까지 번졌다.
전남 팬으로서 홈 구장 시축은 큰 영광이다.
정성갑씨는 "아들이 신청을 해서 3대가 모여 시축을 했습니다. 전남 팬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고 말했다. 정승훈씨 역시 "오랫동안 전남을 응원한 보람이 있고 기쁩니다. 특히 딸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더욱 좋았어요"라고 미소지었다.
정루빈양은 "너무 떨렸어요. 축구를 못해서 시축에 자신이 없었지만 아빠를 따라했어요"라고 설렘을 표현했다.
3대가 모두 바라는 일은 하나. 전남의 K리그1(1부리그) 승격이다.
정성갑씨는 "조금 더 분발해서 전남이 1부리그에서 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광양과 전남 모두 빛났으면 좋겠습니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혜옥씨 역시 "1부리그로 올라갔으면 좋겠습니다"고 응원했다.
정승훈씨는 조금 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무엇보다 선수들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1부리그에 가더라도 지금 마음 그대로 간직해줬으면 합니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정루빈양도 전남으로부터 받은 애정을 잊을 수 없다. 그는 "전남 선수들이 지금처럼 인사 잘 받아주시고 얘기도 많이 해주시면 좋겠어요. 전남 사랑해요!"라고 고백했다.
올 시즌 K리그는 역대급 흥행을 누리고 있다.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 K리그가 유럽과 같은 폭발적 흥행을 누리기 위해서는 가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정성갑씨 가족이 최적의 예다. 3대가 한 팀을 향한 애정을 대물림하는 아름다운 광경. 부모님의 애정보다 확실한 것은 없다. K리그 팀들의 노력도 동반되야 한다. K리그 팬들에게 진정한 '나의 팀'으로 거듭나는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