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필승조가 흔들렸다. 셋업맨 정찬헌은 임무를 해냈지만, 임정우가 승패가 결정되기 전에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김지용은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LG는 21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2-0으로 앞선 9회 말, 필승조 3실점을 내주며 2-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타격이 큰 경기였다. 상대 에이스 에릭 해커를 상대로 홈런으로 2득점을 올렸지만, 믿었던 임정우와 김지용이 지켜내지 못했다. 향후 시리즈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1주자는 잘 던졌다. 양상문 LG 감독은 시즌 후반부터 구원 투수진에 대한 얘기를 할 때 정찬헌을 빼놓지 않았다. 부상에서 돌아온 그의 존재 덕분에 필승조 운용폭이 넓어졌다는 것. 이날 경기를 앞두고는 "연투로 할 수 있는 상태다"며 기용 빈도를 높일 의도를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정찬헌은 한국시리즈 티켓을 두고 벌인 PO 1차전에서 사령탑의 신뢰 부응했다. 역전 주자를 두고 등판한 상황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로 임무를 완수했다. 상황은 이랬다. 6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이어오던 선발 투수 헨리 소사가 7회 선두 타자 사구, 1사 후 안타를 맞고 위기에 놓였다. LG는 7회 공격에서 루이스 히메네스의 솔로 홈런으로 한 점을 앞서갔다. 소사의 구위와 투구수 관리도 양호했다. 한 점 승부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른 직후, 분위기를 내줄 위기를 맞았다.
양상문 감독은 필승조를 투입했다. 정찬헌이 마운드에 올라 베테랑 손시헌을 상대했다. 정상호-정찬헌 배터리를 변화구 승부를 선택했다. 커브 2개로 볼카운트 1-1를 만든 뒤, 포크볼 2개를 던졌다. 4구 째에 손시헌의 배트에 공이 빗맞았고 그대로 LG 3루수 루이스 히메네스를 향했다. 5(3루수)-4(2루수)-3(1루수) 더블플레이가 완성됐다. 정찬헌이 포효했다.
정찬헌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타자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베테랑 이호준을 파울플라이로 아웃시켰다. 좌타자 나성범의 타석에서 좌완 진해수에게 마운드를 넘기며 임무를 다했다. LG 벤치의 적절한 투수 교체를 성공으로 돌아갔다. 진해수가 나성범에게 2루 땅볼을 유도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2-0 리드를 지켜냈다.
하지만 믿었던 마무리투수 임정우가 흔들리고 말았다. 9회 말 마운드에 오른 그는 선두 타자 박민우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뒤, 도루를 허용했다. 앞선 타석에서 소사에게 침묵한 권희동에게도 좌전 안타를 맞고 1·3루 위기에 놓였고, 대타 지석훈에게도 우전 안타를 맞았다. 연속 3안타를 맞고 흔들리자 결국 강상수 코치가 두 번째로 마운드에 올랐다.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1승 2세이브를 기록한 임정우가 아웃카운트를 한 개도 잡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LG가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김지용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기세가 넘어갔고, 실점을 피하기 힘든 상황에서 올라왔다. 작전도 통하지 않았다. 김지용은 1점 차 리드를 안고 나서 첫 상대 조영훈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NC가 끝까지 아낀 대타 카드, 베테랑 이호준에게 당했다. 우전 안타를 허용하며 동점을 내줬다. LG 벤치는 이어진 위기에서 만루 작전을 펼치며 역전을 막으려했지만, 용덕한이 친 3구 째 타구가 3루수 히메네스를 스치고 선상 안타가 되며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당장 1차전 패배가 문제가 아니다. 임정우가 시즌 중 많은 성장통을 겪으며 확실한 마무리투수로 자리매김했지만, 포스트시즌 블론세이브는 처음이다. 김지용도 결과적으로는 4타자를 상대해 2안타를 맞았다. 사기는 물론 불펜 피로도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LG가 남은 시리즈 큰 숙제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