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종영한 OCN '손 더 게스트(손 the guest)'는 한국 장르물의 새 역사를 썼다는 호평 속에 종영했다. 처음엔 영화가 아닌 드라마에서 엑소시즘을 사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 서양의 엑소시즘과 동양의 샤머니즘을 어떻게 결합할지 물음표가 많은 작품이었다. '손 더 게스트'는 이런 우려를 탄탄한 대본과 스타일리시한 연출, 김동욱(윤화평)·김재욱(최윤)·정은채(강길영) 및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완벽하게 지웠다. 무엇보다도 박일도가 누구인지 찾아가는 스릴러는 시청자들이 손으로 눈을 가리고서라도 '손 더 게스트'를 보게 만든 일등 공신이었다. 화제성뿐만 아니라 마지막 회에서 4.1%(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라는 높은 시청률까지 기록하며 한국 엑소시즘 드라마의 포문을 화려하게 열었다. 종영 후 '손 더 게스트'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을 만났다. 또 권소라·서재원 작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많은 사랑을 받은 소감은. 작가 (이하 작) "먼저 어둡고 무서운 이야기에 호응해주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손 더 게스트'를 사랑해주신 시청자분들 덕분에 다양한 콘텐츠가 나올 수 있고, 저희 같은 제작진도 새로운 도전에 용기를 가질 수 있다."
감독 (이하 감) "기대 못 했는데 마지막 회에서 시청률이 올라서 좋았다. 시청자분들께 가장 고맙다. '손 더 게스트' 같은 경우 마니아층, 충성스러운 팬이 많았고 그분들이 열광해주시고 오히려 주변에 알려주시고 보게 해주셨다. 그런 모습들이 행복하다.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고 열심히 준비한 보람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제일 감사드리는 건 시청자분들이다."
-완성작에 만족도는. 작 "만족하면서도 아쉬움도 많은 작품이다. 장르 특성상 더 긴 제작 기간이 있었다면 더 높은 완성도를 보여 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 제한 때문에 이야기의 확장과 깊이를 가져가지 못했다는 게 아쉽다."
감 "완전 사전 제작을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그게 안 된 게 제일 아쉽다. 80점 정도다."
-1회가 너무 무서웠는데 뒤로 갈수록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감 "2시간짜리 영화라면 잔상과 여운이 그대로 남아서 끝이 나는데 16회 드라마의 경우 뭐든지 무뎌지게 돼있다. 그래서 무서운 것, 공포적인 감정만으로 끌고 갈 수는 없다. 점점 강해져야 하기 때문인데 그럴 수는 없다. 공포, 깜짝 놀라게 하는 등 기법에만 매몰되는 게 아니라 스토리와 박일도가 누구인가에 대한 스릴러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언제부터 어떤 아이디어를 통해 기획했는지. 작 "17년 4월에 스튜디오 드래곤의 김륜희 PD가 엑소시즘 드라마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드라마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장르라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 시작했다. 작가 둘이서 머릴 맞대고 하나하나 만들어 갔다. 우선 한국적 엑소시즘이라는 컨셉에 샤머니즘을 결합한 세계관을 만들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화평과 최윤이라는 캐릭터다. 지루하고 정적인 구마예식만 보여 줄 수 없어서, 수사와 추격, 액션이라는 방향을 잡았다. 그래서 필요한 인물이 강길영이었다. 그리고 한국 토착 귀신이자 공포의 대상인 '박일도'를 만들었고, 이 '박일도 찾기'를 통해 극의 중후반을 끌고 나가려고 했다. 공포물이지만 저희 작가는 박일도 찾기를 통한 스릴러가 우선이다. 6개월 동안 전체 컨셉과 줄거리를 담은 기획서와 대본의 1·2회 분량을 만들었다. 연출가 몇 분들이 대본을 좋게 보셨고, 그중 장르물 연출에 탁월한 김홍선 감독님이 올해 초에 합류하면서 진행을 본격화했다."
감 "작년 말에 '블랙' 끝날 때 대본을 받았는데, 멜로 대본을 잡고 있어서 두 달을 안 봤다. 그러다가 올해 1월 보게 됐는데 대본에 반했다. 엑소시즘은 우리나라에서 영화에서만 다뤘지 드라마는 없었다. 또 세계관과 주제가 확실했다. 이런 이야기를 이런 캐릭터들과 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해보고 싶었다.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글과 기획 의도, 캐릭터가 너무 좋았다."
-김동욱·김재욱·정은채 캐스팅 이유와 만족도는. 작 "세분들에 대한 만족도는 당연히 높다. 작가 입장에선 윤화평·최윤·강길영 그 자체였다. 캐스팅 단계에서 '대본 자체는 재미있으나 너무 어두운 이야기다'는 반응들을 더러 들었다. 이런 장르의 드라마는 도전하기에도 쉽지 않고, 성공을 장담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동욱·김재욱·정은채 세 분은 용감한 결정과 혼신의 연기를 보여줬다."
-대본 작업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작 "대본을 쓸 때는 힘든 점은 크게 없었는데, 방송 이후에는 힘들었다. 13회 대본을 수정하고 있을 때쯤 1회 방송이 나갔다. 매회 방송이 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죽고, 주인공들을 비극으로 몰아가는 이야기니까 '작가가 너무하다' '작가가 사이코패스'라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악마에 관한 장르물이라 어쩔 수 없는 것인데, 그런 평을 들을 때는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