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해')는 방송가 '쿡방' 열풍을 이끌었다. 2014년 11월 17일 첫 방송, 시청률 8%대(2015년 7월 20일 자체 최고 시청률 8.2%, 닐슨 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를 돌파하며 쿡방의 새 역사를 썼다. 600개의 음식이 탄생하며 보는 눈과 듣는 귀를 즐겁게 했고 지금도 꾸준한 고정 시청층을 자랑하며 JTBC 대표 장수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자리를 처음부터 변함없이 함께하고 있는 영광의 얼굴들과 마주했다. 원년멤버 샘킴 셰프(40)·김풍 작가(39)·미카엘 셰프(35), 그리고 이창우 PD. 미카엘의 이태원 가게에 모인 네 사람은 일명 '쿡방토크'에 참여하며 열을 올렸다. 미카엘이 직접 만든 먹음직스럽고 멋스러운 음식들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샘킴 셰프는 "예전 영상을 우연히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촌스럽더라. 말도 안 되게 촌스러워서 뚫어지게 봤다니까"라고 얘기하며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김풍과 미카엘 역시 이에 화답하며 지난 3년을 회상했다.
-취중토크 공식질문입니다. 주량이 얼마나 되나요.
샘킴(이하 샘) "예전엔 와인 1병 정도 마셨는데 지금은 잘 안 마셔요."
김풍 (이하 풍) "사실 얼마 안 마시는데 와인 1병 정도?"
샘 "남자와 여자랑 마실 때 버전이 달라요. 이건 여자랑 마실 때 버전일 거예요."
미카엘 (이하 미) "저도 잘 마시는 건 아닌데 와인 1병 정도는 마시죠."
-술을 마실 때 곁들이면 좋은 안주가 있다면요.
풍"집에서 회를 썰어서 먹어요. (정)호영이 형네 가게에 가서 사요. 연어 한 마리 떠달라고 하면 그걸 다 떠 줘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먹거나 직접 회를 뜨죠. 회 뜨는 건 확실히 늘었어요."
-2014년 11월 첫 방송돼 3년 가까운 시작을 함께했네요.
샘 "이렇게 셋이 유일하게 처음부터 지금까지 남은 사람들이에요. 1회 때 영상을 본 적 있었는데 말도 안 되게 촌스러웠더라고요."
풍 "몇 회 하다가 끝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면서 시작했던 게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지금이야 철저하게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그땐 요리하다가 인덕션이 갑자기 꺼지고 그런 적도 있어요. 그래서 완성되기도 전에 음식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적이 있죠."
-첫 방송 녹화장이 기억나나요.
샘 "첫 방송 촬영 시간이 16시간이었어요. 1주년은 20시간이었고요. 진짜 힘들었어요."
풍 "다들 졸고 난리가 났었어요.(웃음)"
미 "힘든 와중에도 (정)형돈 씨가 진짜 웃겼어요. 대기실에서 계속 함께하며 농담을 던지곤 했었어요. 처음에 카메라가 너무 많아서 놀랐던 기억나네요."
-이렇게까지 장수 프로그램이 될 줄 예상했나요.
풍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15분이라는 제한 시간 때문에 요리적인 한계가 있어요. 솔직히 요리 프로그램을 했던 사람들이라 이전에 요리 프로그램이 그렇게까지 주목받지도 않았고, 뭐 굳이 이걸 할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있었어요."
풍 "초반엔 억지로 끌려와서 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어요. 성희성 형(PD)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전문 방송인이 아니다 보니 경연 결과를 떨칠 수 없어 표정이 좋지 않았어요. 실제로 삐치기도 했고요. 컨트롤이 잘 안되니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저도 6연패 했을 때 떠날 때가 됐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냉부해' 이전과 이후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샘"프랜차이즈 햄버거를 사러 간 적이 있어요. 계산하려고 하는데 그 사람이 날 보더니 '셰프님이 이런 걸 드세요?'라고 하더라고요."
풍 "음식점 사장님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오자마자 반가워하면서 서비스를 주는 분이 있고, 메뉴에 없는 메뉴를 주고 평가해달라는 분이 있어요. 무엇이 부족하냐고 묻는데 그런 경우가 '냉부해' 이후 늘었어요."
-사람들이 바로 알아보겠어요.
미 "'냉부해' 이후 광고도 찍고 좋은데 사람들이 알아보니 가족들이 불편해해요. 잠깐 한국에 놀러 왔던 엄마는 좋아했는데 아빠는 매번 같은 상황이 반복되니 별로 안 좋아해요."
샘 "가족들이 그런 점에 대해 좀 불편해하는데 다 좋을 수만은 없잖아요. 그런 거 빼고는 괜찮아요."
미 "그리고 행동이나 이런 부분에 있어 항상 조심해야 해요. 그래서 여자친구도 잘 못 만들겠어요. 이건 좀 안 좋은 점이에요.(웃음)"
풍 "그 부분은 전혀 공감 못 하겠는데?"
[취중토크②]에서 계속..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oins.com 사진·영상=박세완 기자 영상편집=민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