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종영한 OCN '손 더 게스트(손 the guest)'는 한국 장르물의 새 역사를 썼다는 호평 속에 종영했다. 처음엔 영화가 아닌 드라마에서 엑소시즘을 사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 서양의 엑소시즘과 동양의 샤머니즘을 어떻게 결합할지 물음표가 많은 작품이었다. '손 더 게스트'는 이런 우려를 탄탄한 대본과 스타일리시한 연출, 김동욱(윤화평)·김재욱(최윤)·정은채(강길영) 및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완벽하게 지웠다. 무엇보다도 박일도가 누구인지 찾아가는 스릴러는 시청자들이 손으로 눈을 가리고서라도 '손 더 게스트'를 보게 만든 일등 공신이었다. 화제성뿐만 아니라 마지막 회에서 4.1%(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라는 높은 시청률까지 기록하며 한국 엑소시즘 드라마의 포문을 화려하게 열었다. 종영 후 '손 더 게스트'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을 만났다. 또 권소라·서재원 작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일도에 대한 설정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작 "철저히 한국적 상황에 맞춘 설정을 만들기 위해서 악마, 귀신도 한국화가 필요했다. 주인공들이 싸우는 상대가 '바알' 같은 서양의 것이면 웃길 것 같아서 '박일도'라는 존재를 만들었다. 극 중 '박일도'는 친일파 집안 출신이고, 손은 동쪽에서 온다 등은 모두 근현대사 속 일본 군국주의와 친일파에 대한 은유였다. 극의 엔딩에 나오지만 '박일도'는 결국 '박일도'가 아니었다. 그것은 고대부터 존재했던 한반도의 토착 귀신이자 사악한 기운이다. 시대별로 사람들에게 씌어서 악행을 저질러 왔다. 박일도 이전에 김사다함이었고, 선묘였으며, 아리나발마였고, 생치새라 이름이었다. 그 외에도 무수한 이름으로 불리며 세상이 혼탁해지면 사람 몸에 들어와 악행을 저지른다는 설정이었다."
-박일도가 누구일지가 엄청난 관심사였다. 감 "처음부터 박일도의 존재를 결정하고 갔다. 어떤 분들은 '중간에 바뀐 거 아니냐' 그렇게 얘기하시는데 아니다. 계획대로 마무리했다. 공포와 호러보다 주안점을 둔 부분은 스릴러였다. 범죄가 일어나고 해결하는 과정 그리고 박일도라는 진짜 악령, 최대 범죄자를 찾기 위한 과정으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시청자분들이 계속 박일도를 궁금해하시고 찾아서 짚어서 같이 가준 걸로 봐서는 우리가 원했던 부분으로 흘러갔던 것 같다."
작 "할아버지가 박일도의 본체라는 건 작년 말에 기획서를 쓸 때부터 정했다. 주요 스태프와 일부 배우들에게만 공개되어 있었다. 16회에서 할아버지와 화평의 대화 중 나오는 1회 회상 장면, 굿을 하던 무당이 '저놈이 큰 귀신이다'라며 가리키면 할아버지의 얼굴이 나오는 장면은 미리 정해진 상태에서 당시 촬영했다. 스릴러와 미스터리 장르는 미리 꽉 짜여있지 않으면 수준 높은 시청자들이 금방 눈치채고 흥미를 잃는다. 처음부터 정해놓은 상태에서 하나하나 체크하고 만들어 가야 시청자분들을 향한 낚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비밀 유지가 힘들지 않았나. 감 "처음에는 스태프분들에게도 말을 안 했다. 막판에 나와야 하는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주요 스태프에게만 대본을 돌렸다. 대본 없이 찍은 장면도 있다. 16부에 장면인데 1, 2회차에 찍어야 하는 장면이 있어서 대본을 빼고 현장에서 '하나 더 찍을게' 하고 찍었다. 심지어는 10회 넘어가서도 스태프 중에도 박일도가 누구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게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주변 사람들도 많이 물어봤지만 끝까지 말 안 했다. 끝까지 보면 알게 된다고 얘기했다. 근데 10회 넘어가서는 많은 분이 맞혔다. 나름대로 암시와 복선을 깔고 갔기 때문에 그걸 캐치하신 분들이 있었다. 14회 정도 되니까 5:5가 되더라."
-'과연 통할까?'라는 의문이 많았는데 처음부터 자신 있었는지. 감 "솔직히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흥행은 안 될 거라 생각하고, 그러니까 작가님들과 얘기한 건 웰메이드로 가자는 거였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다 매장당할 거라는 얘기를 했다. 흥행은 안 될 거라고 봤다. 장르물에서도 범죄 수사물이나 미스터리는 어느 정도 정착했다. 하지만 '손 더 게스트'의 장르는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시도했기 때문에 뒷 팀들은 좋을 것이다. 우리를 반면교사 삼아서 단점을 보완할 수 있으니까. 우리는 앞서갔기 때문에 기대할 수 없었고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렇지만 남들이 한 걸 또 하는 것보다 남들이 안 했던 길을 가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그래서 무모하지만 시작했다. 딱 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짜여 있는 플롯을 믿고 갔다. 작가님들이 끝까지 지켜주셔서 감사하다."
작 "재미있게 쓸 자신감은 있었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평소에 워낙 좋아해서 데이터가 많이 쌓여있는 상태였다. 근데 한국에서 드라마로 새로 시도하기엔 무리일 수 있다는 생각은 했다. 이번엔 작가들의 순수 창작 스토리라 마음껏 편하게 했다. 처음부터 세 주인공의 비극적이면서 강렬한 과거 이야기로 시청자들이 감정적으로 이야기를 따라가게 하자는 전략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