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종영한 OCN '손 더 게스트(손 the guest)'는 한국 장르물의 새 역사를 썼다는 호평 속에 종영했다. 처음엔 영화가 아닌 드라마에서 엑소시즘을 사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 서양의 엑소시즘과 동양의 샤머니즘을 어떻게 결합할지 물음표가 많은 작품이었다. '손 더 게스트'는 이런 우려를 탄탄한 대본과 스타일리시한 연출, 김동욱(윤화평)·김재욱(최윤)·정은채(강길영) 및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완벽하게 지웠다. 무엇보다도 박일도가 누구인지 찾아가는 스릴러는 시청자들이 손으로 눈을 가리고서라도 '손 더 게스트'를 보게 만든 일등 공신이었다. 화제성뿐만 아니라 마지막 회에서 4.1%(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라는 높은 시청률까지 기록하며 한국 엑소시즘 드라마의 포문을 화려하게 열었다. 종영 후 '손 더 게스트'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을 만났다. 또 권소라·서재원 작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부마자들의 연기는 어떻게 구상했는지. 감 "'전설의 고향'처럼 귀신이 아니라 귀신이 빙의된 사람이기 때문에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 숙제였다. 빙의된 분들이 어떤지 잘 모르지만, 필리핀 신부님들의 구마의식 영상을 보고 참고한 부분도 있다."
-부마자를 연기한 배우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 감 "다 소중한 분들이다. 모두 다 정말로 빙의된 것 같았다. 감독으로서 '왜 이렇게 열심히 할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부마자의 연기가 살아야 화평이, 최윤, 길영이 산다고 생각했다. 배우들이 촬영을 마치고 모두 하는 얘기가 '재밌다'였다. 사실 연기 생활을 하며 쉽게 만나기 힘든 역할이기 때문에 연기자로서 한 번 쯤 도전하고 싶은 역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다들 의지를 불태운 게 아닌가 싶다. 감사했다."
-윤화평을 너무 불쌍하게 만들었다는 원성이 자자했다. 작 "악마 박일도에 관한 이야기라 어쩔 수 없었다. 화평의 몸을 빼앗기 위해, 화평의 정신을 무너뜨리려는 것이 박일도의 목적이었기에 주위 사람들을 다 죽여서 화평에게 고독과 좌절감을 주려는 것이 박일도의 무서움이었다. 친형 같았던 육광마저 죽었을 때 작가들도 욕을 많이 먹었다. '작가가 박일도'라고."
감 "절대적인 힘을 가진 거대한 존재에 맞서는 무력감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 존재를 만날 때 사람들은 무력해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데 그런 연기를 보고 싶다고 배우들에게 요구했다. 정말 악령이 있는지, 귀신이 있는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살면서 턱턱 막힐 때가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내 힘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다. '고구마다' '답답하다'라고 하셨다면 저희 의도대로 오신 것 같고 그렇게 느낀 게 맞다. 그걸 의도했다. 인생을 살다 보니 현실이 더 힘들고 괴롭고 무섭다. 사람이 더 무섭다. 그런 감정을 계속 깔고 가려고 했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해줘서 감사하다."
-마지막 회에서 윤화평이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추측도 있다. 해피엔딩인가. 작 "해피엔딩이다. 세 번째 구마의식을 하면 죽을 수 있는 최윤과 자신 몸에 박일도를 가두고 죽으려는 윤화평. 서로를 위하는 이 두 사람의 결단과 행동이 결국 악령 박일도를 화평의 몸에서 사라지게 했다. 카톨릭 세계관에서는 지옥으로 돌아간 것이고, 무속의 세계관에서는 있던 곳으로 돌아간 것이다. 작품 내에서는 원래 있던 곳인 심연의 깊은 곳에 다시 봉인됐다는 것이다."
감 "'보이스1' 때는 모태구를 응징하고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살려야 한다는 게 원칙이었다. 윤화평은 너무 짠 내 나게 살았다. 이들이 너무 안타까웠다. 쿨하게 누군가 다 안고 떠나던가 구마를 하다가 떠날 수 있었고 그런 것도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세 명을 살리는 게 우리의 메시지에 맞다고 생각했다.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즌2 가능성은. 감 "원래는 시즌2 연출을 안 하는 게 나만의 원칙이다. 똑같은 패턴이 되는 게 싫었다. 항상 다른 작품,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했다. 그런데 '손 더 게스트'는 촬영하면서 아직은 할 얘기가 남은 느낌이 들었다. 끝났지만 도전 의식이 더 생겼고 할 얘기가 더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모든 건 채널이 결정할 것이고 채널이 내게 맡긴다는 보장도 없다."
작 "작가, 감독, 배우, 제작과 편성 등 아직 서로 언급을 한 적은 없다. 가능성이 있지만,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알 수가 없다."
-다음 작품도 공포 스릴러인가. 작 "공포 스릴러는 아니고 색깔이 강한 장르물은 맞다. 원래 준비했었던 범죄물을 할 수도 있다. 갖고 있는 아이템은 많아서 현재 고민 중이다. 확실한 건 기존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한다."
감 "멜로는 늘 하고 싶다. 근데 멜로도 결국은 장르다. 장르의 일종을 하고 싶고 사랑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특정한 걸 하겠다는 것보다 '손 더 게스트'처럼 재밌는 이야기, 신선한 시도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