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다채로운 순위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최대 6팀이 페넌트레이스 1위에 도전한다. 역설하면 현재 상위권 팀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얘기가 된다. 7~8위도 아직 포기할 때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각 팀의 여정은 삼등분할 수 있다. 3분의 1은 이기고, 3분의 1은 진다. 나머지 3분의 1로 시즌 성패가 갈린다. 이제 한 경기 승부 결과만으로 경쟁 판도가 요동치는 시점에 돌입했다. 매 경기 총력전으로 나서야 더 높은 순위에 오르거나 포스트시즌 진출 안정권에 진입할 수 있다.
현재 각 팀의 태세를 보면 의아한 구석이 있다. 상위권 팀이 더 절실해 보인다. 불펜 투수 3연투를 예고한 팀도 있고, 선발 투수를 마무리 투수로 전환하는 승부수를 띄운 팀도 있다. 한순간 삐끗하면 뒤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움직임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리한 팀도 매 경기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진작 총력전으로 나섰어도 늦은 감이 있는 팀 중에 여전히 여유 있는 경기력이 엿보이는 팀도 있다. 감독의 마운드 운영, 작전 지시 그리고 더그아웃에서의 태도를 봤을 때 그런 생각이 든다.
타자의 컨디션은 오르고 내린다. 용병술이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 운도 필요하다. 그래서 이 시기는 감독의 의지와 선택으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총력전 관건은 마운드 운영에 달렸다는 얘기다.
때로는 불펜 투수의 3~4연투도 불사해야 한다. 승리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선발 투수가 있다면 등판 간격을 조정해서라도 당겨서 투입할 필요가 있다. 선발 투수 강판 시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3~4회도 교체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시즌 초반처럼 정석에 얽매이면 안 된다는 얘기다. 약팀과의 경기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내일을 대비하기 위해 오늘에 소홀한 경기 운영은 절대 하면 안 된다.
개막 전 전망보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팀들도 있지만, 돈을 많이 들여 전력을 보강하고도 기대한 성적을 내지 못한 팀들도 있다. 그런 팀들이 5강에 목메고 있는 상황을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을까. 심지어 총력전조차 미루는 모양새다. 안타깝다. 감독은 경기 내내 그라운드를 주시하고 집중해야 하는데, 이토록 중요한 시점에도 그런 모습이 결여된 감독도 있더라. 그렇게 여유가 있나
미국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는 지난 8일 토론토전에서 6-2로 앞선 6회 수비에서만 10점을 내줬다. 류현진이 선발 등판한 경기였다. 1사 만루에서 1루수가 포구 실책을 범하며 1점을 내준 뒤 마운드가 급격히 무너졌다.
야구는 엉뚱한 플레이 하나가 한 경기 결과뿐 아니라 이후 팀의 행보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만든 1승이 10연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8위 삼성조차 포기할 시점이 아니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다. 총력전도 정신력에서 나온다. 이 얘기를 하면 '옛날' 사람이라며 비난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나도 17년 동안 프로팀 감독을 지낸 야구인이다. 빠르게 총력전 태세로 돌입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성공한 9번보다 실패한 1번을 두고 지탄받는 게 감독이다. 결과론은 감당해야 한다. 어물거리다가 올 시즌 남은 경기가 무의미해지는 시점이 더 빨리 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