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에 거주하던 A 선수는 지방구단 B로 FA(프리에이전트) 이적하면서 홀로 짐을 쌌다. 학군을 비롯해 생활 환경이 편한 송도에 아내와 아이들은 잔류했다.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한 A 선수에게 B 구단은 다른 구단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이처럼 FA 시장에는 '수도권 어드밴티지'가 있다. 수도권에서 뛰던 선수를 지방구단이 영입하려면 플러스알파를 챙겨줘야 한다.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 자체를 '결단'으로 여긴다.
수도권 어드벤티지는 국내 FA 시장은 물론이고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도 적용된다. 지방구단 C 감독은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선택에서 국내 지방팀이 가장 뒷순위인 것 같다. 외국인 선수를 가끔 만나서 얘기해 보면 한국보다는 일본이고 한국에 올 거라면 서울, 적어도 수도권 쪽에 있으려고 한다"며 "문화적으로 누리는 것도 많고 (지방의 긴) 이동 거리도 외국인 선수에게 짐이다"고 했다.
외국인 선수 중에서 '지역'을 중요시하는 경우가 있다. 수도권은 선수들이 적응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특히 서울은 선수들의 불만이 나올 수 없는 환경이다. 외국인 커뮤니티가 활발하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장소도 꽤 많다. 상대적으로 지방은 이런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아무래도 인프라가 부족하다. 시즌 중 가족이 입국하더라도 이동이 불편하다. 인접한 지방 공항에는 해외로 나가는 항공편이 많지 않다. 선수들은 이 내용을 공유한다.
지방구단 D 단장은 "어려움이 정말 많다. 현실이다"고 했다. 그는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제를 지방팀에서 대부분 반대했다. 숨은 보석을 찾아도 인력 풀이 뻔하니까 신분조회를 하면 겹친다. 경쟁이 붙으면 수도권 팀과 게임이 되지 않는다"며 "경제학상 가격 제한을 하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같은 베팅을 하면 부대 효과가 좋은 곳으로 간다. (같은 이유로) 코칭스태프를 지방으로 모시기도 힘들다. 막상 와서 지내보면 괜찮지만 오기 전에 어떻게 알겠나"라고 아쉬워했다.
KBO는 2018년 9월에 열린 제5차 이사회에서 신규 외국인 선수 계약 총액을 100만 달러(11억6000만원)로 제한했다. 100만 달러는 연봉(옵션 포함)과 계약금·이적료를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당시 10개 구단이 모두 찬성한 건 아니었다. '한 명을 100만 달러로 제한하는 것보다 세 명의 총액을 300만 달러로 제한하자'고 한 지방구단도 있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사회 내용은 유예기간 없이 곧바로 지난 시즌부터 적용됐다.
신규 외인 몸값을 총액 100만 달러에 묶으니 경쟁이 힘들다. 노골적으로 '지방구단이니 돈을 더 달라'고 하는 선수는 없지만, 영입전에서 금전적 보상만큼 확실한 당근도 없다. FA 영입 때처럼 플러스알파를 제시하기 어려워졌다. 구단 간 공정 경쟁이 필수적이지만 수도권 구단은 지방 구단보다 출발 지점부터 앞서 있다.
수도권 구단 E 운영팀 관계자는 "돈을 더 챙겨주는 게 아니라면 숙소라도 더 잘해줘야 한다"고 귀띔했다. D 단장은 "FA도 마찬가지다. 지방 출신이어도 결혼하면 대부분 수도권에 집을 산다"며 "FA가 되면 돈을 버는데 재태크를 어떻게 하겠나. 아이들 교육 문제까지 고려하면 쉽지 않다"고 했다.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 느끼는 지방구단의 어려움이 적지 않다. 수도권 과밀화 시대가 만든 말 못할 속사정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