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육대'(아이돌 육상 선수권대회)가 또 돌아온다. 아이돌 팬들은 폐지를 염원하는 반면, MBC의 '아육대' 사랑은 멈출 줄 모른다. 인기 자사 프로그램도 제작이 중단됐던 파업시즌에도 '아육대' 만큼은 제작을 강행했던 바, 올해도 하반기 신규 프로그램 중 가장 먼저 '아육대'를 챙겼다는 전언이다. 이번 추석특집 '아육대'는 20일, 27일 양일로 나눠 볼링을 제외한 모든 종목을 지난 20일 하루 동안 녹화했다.
톱 아이돌 위주
제작진은 '아육대' 제작에 앞서 가장 먼저 인기 아이돌의 해외 공연 스케줄을 체크했다. 톱스타 아이돌이 나와야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더 높은 화제성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제작 일정을 톱 아이돌 스케줄에 맞췄다. 제작진 입장에선 어렵게 스케줄을 쪼개 나온 아이돌을 한 번이라도 더 비춰줘야 하고, 이에 자연스레 인기 아이돌 위주의 편파 분량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돌들의 고생은 인기의 상중하를 가리지 않는다. 대부분은 개막식부터 달리기·양궁·족구·리듬체조·계주·폐막식 등 오전 8시 스탠바이해 하루 12시간 이상 초과 근무를 해야 했다.
도시락 서열
소속사는 소속 아이돌도 챙겨야하지만 방청 온 팬들까지 살펴야 한다. 12시간 이상 자리를 함께 하기 때문에 점심·저녁식사와 간식을 제공한다. 근방에 마땅한 식당이 없고 외출이 자유로운 것도 아니라서 몇 소속사가 팬들을 챙기다보니 아예 고정적인 문화로 자리매김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이 제공 도시락이 그룹간 서열화를 불러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설에도 커뮤니티에 도시락 비교 사진이 올라와 일부 악성 네티즌들이 등급을 매기는 등 분쟁을 일으켰다.
소속사의 부담 비용은 도시락뿐만이 아니다. 출전 종목에 따라 연습 비용이 들고 리듬체조나 에어로빅 경우 의상비까지 별도다. 양궁, 볼링은 물론 달리기까지 연습하기 때문에 작은 규모의 회사에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출연을 안하자니, '스타제조기'로 불리는 지상파 명절 예능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개선은 언제쯤
MBC는 '아육대'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K팝 아이돌이 대거 출연하니 PPL이 쏟아지고, 전세계에 채널 브랜드까지 알리는 효과도 누린다. 이번 추석 특집은 호주 프리미엄 스포츠 브랜드 투타임즈유가 응원복을 협찬해 트와이스·레드벨벳·모모랜드·아스트로 등 인기 아이돌이 해당 브랜드 제품을 맞춰 입고 출근길에 올랐다. 지난 설 특집에선 방송 중 건강보조음료를 마시는 장면이 수시로 전파를 타 흐름을 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해외 팬들 사이에선 'IASC'(Idol Star Athletics Championships)로 불리며 웬만한 예능보다 인기가 좋다. K팝 아이돌을 한꺼번에 볼 수 있고, 좋아하는 각 그룹 멤버의 친목까지 볼 수 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국내 팬들 사이에선 '아육대'가 피해야 할 예능으로 꼽힌다. 지상파 메인 예능 출연이 어려운 신인 아이돌에겐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지만 문제점 개선 없이 아이돌만 고생시킨다는 지적은 올해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