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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일반

월드컵 열기 끌어올리는 방송가…히딩크·박지성 등 2002 영웅들 소환

2022 국제축구연맹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방송가도 월드컵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각 방송사는 20년 전인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세운 거스 히딩크 감독, 박지성, 이용표 등을 소환해 월드컵 열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KBS2는 히딩크 감독과 이영표, 박지성, 송종국 등 2002년 월드컵 당시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들과 4강 진출의 비밀을 파헤치는 3부작 다큐멘터리 ‘레전드 기적의 스타디움’을 준비했다. 지난 9일 방송된 1부 ‘계획된 이변’에는 히딩크 감독의 인재 선발 과정과 월드컵 직전에 벌인 평가전에 대한 반응이 담겼다. 15일과 오는 16일에 방송되는 2, 3부에서는 히딩크 감독의 체력훈련과 대한민국 대표팀이 강팀 포르투갈, 이탈리아를 꺾을 수 있었던 동력이 공개된다. MBC는 2002년 월드컵 당시의 영상을 돌아볼 수 있는 아카이브 다큐멘터리 ‘그때 나도 거기 있었다’를 방송한다. 2002년 월드컵 경기 중계부터 뉴스, 예능 등을 통해 ‘붉은 악마’로 대동단결했던 한국 사회를 기록한 영상들을 소개한다. 1부는 지난 12일 방송됐으며, 2, 3부는 각각 18일과 19일에 방송된다. KBS1은 올해 월드컵 해설위원을 맡은 구자철을 내세운 2부작 ‘구자철, 나의 월드컵’을 14일에 이어 15일에 방송한다. 구자철은 함께 월드컵에 출전했던 기성용과 이청용을 초대해 자신이 경험했던 3번의 월드컵에 관한 추억을 나눈다. 그런가 하면 월드컵 현지 분위기를 전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MBC는 ‘안정환의 히든 카타르’를 통해 월드컵 현장의 재미와 감동을 전한다. MBC 월드컵 중계를 책임지는 안정환 해설위원과 김성주 캐스터의 중계석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연예인들은 그라운드를 누비며 축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다. JTBC ‘뭉쳐야 찬다2’ 출연진은 카타르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오는 20일 방송에서는 개막전이 열리는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카타르 현지 축구팀과 대결을 펼친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은 한국의 H조 상대인 포르투갈로 떠난다. 서기, 아유미, 김승혜 등이 유럽 축구 유학 교육과정에 따라 훈련을 받고 경기장을 탐방한다. 또한 박지성과 포르투갈 축구 레전드 루이스 피구를 만난다. tvN은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킥더 넘버’를 내놨다. 오는 18일부터 3부작으로 방송되는 ‘킥더 넘버’는 진행을 맡은 김종국과 딘딘을 비롯해 출연자들이 다양한 축구 게임에 도전하며 역량을 겨루는 프로그램이다. 이을용 축구감독, 박주호, 이근호와 각계 유명인, 체육계에 종사하는 일반인들이 출연한다. 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2.11.1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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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투더 2022 ④미드필더] 거침 없던 진공청소기 김남일, 걱정할 게 더 많아진 정우영

일간스포츠는 2002 한·일월드컵 20주년을 맞아 현재 축구대표팀과 20년 전의 대표팀을 포지션 별로 비교하는 시리즈물을 연재한다. 2002년 6월 4강 신화를 만들어냈던 전설의 스쿼드를 돌아보며 2022 카타르월드컵을 앞둔 축구대표팀을 더 흥미롭게 지켜보고 응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끈 2002년 한·일월드컵 대표팀의 중원의 중심에는 유상철과 김남일이 있었다. 유상철은 골키퍼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볼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였다. 한·일월드컵 첫 경기였던 폴란드전에서 쐐기 골을 터뜨렸을 정도로 공격에도 가담했다. 대표팀 경력 또한 풍부한 베테랑이기도 했다. 김남일은 수비에 집중했다. 상대가 한국 진영을 넘보지 못하게 꽁꽁 묶는 역할을 했다. 그는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왔고, 월드컵 대표팀은 2002년이 처음이었다. 김남일은 플레이도 거침없었는데, 툭툭 던지는 말은 더 거침없었다. 김남일은 월드컵 직후 ‘신드롬’이라 할 만큼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 히딩크가 지어준 별명 ‘진공청소기’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본선이 열리기 전부터 김남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진공청소기’라는 별명도 히딩크가 직접 지어줬다. 상대 선수를 빨아들이듯 수비한다는 뜻이다. “98 프랑스월드컵 때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에드가 다비즈가 했던 롤을 김남일이 해주고 있다”며 극찬한 적도 있다. 다소 투박한 스타일의 김남일이 처음부터 축구 팬의 신뢰를 받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저돌적이고 창의적인 김남일을 기존의 미드필더들보다 더 믿었다. 김남일은 상대를 잘 막아내면서도 효율적인 패스를 하는 선수였다. 월드컵 본선에서 김남일은 조별리그 3경기 풀타임, 16강 이탈리아전과 8강 스페인전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김남일은 여러 면에서 이전의 한국 축구에 ‘반전’을 던졌다. 1990년대 한국 축구에서 미드필더 이야기가 나오면 그 주제는 늘 ‘플레이메이커’였다. ‘한국에 제대로 된 플레이메이커만 있다면 월드컵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게 언론의 단골 기사 주제였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기술이 좋은 선수보다 강인하고 터프한 김남일을 선택했다. 미드필더로서 ‘진공청소기’ 역할을 해낸 그는 반항적인 외모에 거칠 것 없는 말투로 순식간에 소녀팬까지 사로잡았다. ‘날 것’의 느낌이 살아있는 그의 젊은 에너지가 4강 신화에 열광하던 팬들을 빨아들였다. 김남일은 거침없는 언변으로 ‘어록’을 만들어냈다. 한·일월드컵 직전에 치른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지네딘 지단(프랑스)의 돌파를 막아내다가 지단이 다쳤다. 한국 기자들이 ‘지단 몸값이 얼만데…’라고 걱정하니까 “내 연봉에서 (치료비를) 까라고 해요”라고 툭 던진 게 그의 대표적인 어록이다(당시 지단이 기록한 세계최고액 이적료가 7500만 유로, 1000억원이 넘었다). 한·일월드컵 당시 노란색 염색 머리를 했던 김남일은 과거 축구가 하기 싫어 숙소를 탈출, 나이트클럽 웨이터를 한 적이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리고 월드컵 직후 선수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때 대국민 축하행사에서 “나이트에 가고 싶은 김남일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했다. 김남일은 터프한 플레이와 청춘드라마 속 반항아 남주인공 같은 이미지, 거침없는 언변 덕분에 아이돌 스타 같은 인기를 누렸다. 당시 팬들이 김남일과 닮은꼴 연예인을 꼽으면서 강동원을 거론하기도 했다. 안정환·이동국 등 ‘꽃미남 공격수’가 아닌 터프가이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이 엄청난 인기를 끌자 축구 관계자들이 기자들에게 “대체 왜 김남일이 여자 팬에게 인기가 많은 거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플레이도, 신드롬 같았던 인기도, 무서울 게 없는 듯이 말하고 달려들던 김남일은 한·일월드컵이 남긴 최고의 ‘낭만 터프가이’로 기억될 것이다. ━ 한 명의 스타보다 팀으로 조화 우선 김남일 이후 한국 대표팀에는 오랜 기간 기성용(33·FC서울)이 중원의 핵심 역할을 해냈다. 기성용은 2019년 1월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을 준비하는 미드필더들은 아시아 예선 때부터 끊임없이 기성용과 비교당해야 했다. 지금의 미드필더들은 위축되기 쉬운 게 사실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미드필더로 정우영(33·알 사드) 이재성(30·마인츠) 황인범(26·서울)을 주로 기용해왔다. 11월 카타르월드컵 본선에서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맡을 선수가 정우영이다. 체격에서 유럽 선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그는 수비 가담이 좋은 수비형 미드필더다. 프리킥 능력도 좋다. 다만 정우영은 세밀한 패스나 창의적인 공격 전개 능력은 다소 부족하다. 이런 부분을 황인범과 이재성이 메워주는 조합이다. 벤투 감독은 미드필더 개인기에 의존하지 않고, 선수들을 어떻게 조합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지 고민하는 걸로 보인다. 한국 대표팀은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A조 10경기 7승 2무 1패, 13득점 3실점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탈락 직전까지 갔을 정도로 고전했기에 이번 최종예선이 더 의미 있었다. 그런데도 대표팀 수비와 미드필더들은 늘 비판의 대상이다. 아시아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세계적인 강팀과 만나면 허리와 수비진이 무너진다는 지적이다. 그 중심에서 정우영이 비난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이란 원정에서 수비진 실수로 동점 골을 내준 후 동료들의 소셜미디어(SNS)에 비난 메시지가 쏟아지자 정우영은 “비난과 욕설을 멈춰주세요”라는 공개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다. 베테랑 정우영은 수비의 중심을 잡는 동시에 맏형으로서 후배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정우영과 이재성이 부상으로 동시에 빠졌던 지난달 파라과이 평가전(2-2 무승부)에서 중원에 큰 공백이 생겼다. 역설적으로 이 경기를 통해 이들이 대체불가한 자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우영은 인터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을 비롯해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에 대해 불안해하는 팬들에게 “감독님과 선수들은 오랜 기간 우리의 색깔을 준비해왔다. 믿음을 보내 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은경 기자 2022.07.2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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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투더 2022 ③수비라인 비교] 20년 전 완벽 수비진에게 길을 묻다

2002 한·일월드컵이 20주년을 맞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4강이라는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낸 한국 축구는 이제 20년 전 그날을 기억하면서 미래를 준비할 때다. 일간스포츠는 20년 전 4강 신화를 이룬 태극전사들과 2022 카타르월드컵을 앞둔 현재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포지션 별로 비교해 봤다. 2002년의 눈부신 성과를 차분히 복기하면서 동시에 현재 대표팀의 장단점을 짚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까지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수비였다. 한국은 한·일월드컵 3~4위전(터키에 3실점)을 제외한 총 6경기에서 3실점에 그쳤다. 조별리그 첫 경기인 폴란드전을 비롯해 포르투갈전, 스페인전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조별리그에서 미국에 1실점, 16강전에서 이탈리아에 1실점, 4강전에서 독일에 1실점 했다. 지금 다시 기록을 확인하면 ‘어떻게 이게 가능했지?’ 싶을 정도로 완벽한 수비력이었다. 2002년 한국 대표팀 수비는 스리백 시스템이었다. 홍명보, 김태영, 최진철이 중앙수비를 맡고 좌우 측면에서 이영표와 송종국이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수비에 가담했다. 당시 세계 축구의 대세가 포백인데 한국만 낡은 스리백 시스템을 쓴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스리백을 선택했다. 결국 언더독 한국이 승점을 따기 위해서는 수비 지향적인 경기를 하면서 역습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팀 2002 수비에서 홍명보는 오랜 기간 대표팀 수비수로 뛰면서 경험과 리더십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김태영과 최진철은 투쟁심 강하고 터프한 플레이를 했고, 공중볼 경합 능력도 뛰어났다. 김태영은 16강전에서 이탈리아를 상대하다가 크리스티안 비에리에게 가격당해 코뼈가 부러졌다. 그런데도 그는 "상대를 놓쳐 실점한 게 더 아팠다"고 할 정도의 투지를 보여줬다. 좌우 윙백 이영표와 송종국은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사이드백 조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기술과 체력 모두 좋았다. 특히 송종국이 포르투갈전에서 당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던 루이스 피구를 꽁꽁 묶었을 만큼 대인 방어 능력도 뛰어났다. 이전까지 생소했던 '오버래핑(활발한 움직임으로 공수를 모두 커버하는 것)'이라는 말도 이영표와 송종국의 플레이 덕분에 축구 팬들에게 확실하게 각인됐다. ━ 한·일월드컵 수비의 비밀은 체력 한·일월드컵 후 진행된 여러 인터뷰에서 당시 수비진을 구성했던 선수들은 성공적인 수비의 비결로 체력을 꼽았다. 2002년 대표 선수들은 장기 훈련 때 파워 트레이닝을 소화했다. 월드컵 개막 직전 프랑스, 잉글랜드 등 유럽 강호들과 직접 몸으로 부딪혀 보더니 “체력도,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더라”는 경험담을 고백했다. 히딩크 감독은 전문적인 코칭스태프를 구성해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체계적인 체력 측정과 훈련을 했다. 최진철은 과거 인터뷰에서 “한·일월드컵 당시에는 수비진 뿐만 아니라 공격수까지 전원이 수비에 가담했다. 히딩크 감독은 압박 강도, 공수전환 속도를 중시했다. 이걸 하려면 체력이 가장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이처럼 선수들이 최고 수준의 체력을 갖출 수 있었던 건 긴 합숙 훈련 덕분이었다. 2002년 한국 축구는 월드컵 개최지로서 총력을 다 하기 위해 K리그의 협조를 얻어 이 해의 리그를 축소 운영했다. 히딩크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모두 뽑아서 자유롭게 테스트하도록 했다. 히딩크 감독 지도 아래 대표팀이 합숙한 기간만 200일이 넘었다. 이때 처음으로 축구대표팀의 전용 훈련장인 파주NFC까지 생겼다. 모든 조건이 최상이었다. 현재 대표팀이 기술력 혹은 선수 자원이 많이 부족해서 2002년 당시의 수비력을 재현하지 못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2002년의 특수한 훈련 환경을 그대로 재현하는 게 불가능할 뿐이다. 지금은 아시아리그와 유럽리그의 시즌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선수들이 각자 소속팀 일정에 따라 컨디션이 제각각이다. 그리고 소속팀에서 쏟아붓고 남은 체력을 대표팀에서 끌어내야 하는 현실이다. ━ 2022년 체력과 섬세한 압박 필요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기간 대표팀의 수비진에서는 김진수(전북 현대) 김영권(울산 현대) 김민재(페네르바체) 홍철(대구FC), 이용(전북) 등이 주로 활약했다. 카타르월드컵 최종 엔트리도 이들 위주로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돋보이는 수비 자원은 단연 김민재다. 압도적인 피지컬(1m90㎝·88㎏)과 스피드를 모두 갖춘 그는 공간을 커버하는 능력과 주요 선수를 대인방어하는 능력이 두루 좋다. 한국 수비진의 핵심이다. 하지만 수비는 뛰어난 선수 혼자 책임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한국 대표팀은 유럽파로 구성된 화려한 공격진에 비해 수비라인의 무게감은 많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A매치 4연전을 치르면서 남미의 개인기 좋은 선수들이 쉽게 탈압박을 해내 실점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2002년 대표팀의 수비에서 힌트를 얻자면, 현재 대표팀에 필요한 건 보다 섬세하게 짜여진 압박 훈련이다. 김태영은 2002년 대표팀에 대해 회상하면서 “히딩크 감독님은 공격에 가담했다가 다시 수비로 복귀할 때 빠르게 정확한 위치를 잡는 것을 중시해서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수비는 수비수들만 하는 게 아니다. 공격진부터 미드필더들까지 전원이 압박에 가담해야 한다”면서 “압박이라는 건 무작정 압박하고 달려든다고 되는 게 아니다. 상대를 압박할 때 우리 선수들의 정확한 위치, 빌드업 해나갈 때 패스의 각도까지도 섬세하게 훈련하고 약속이 되어야 한다. 2002년 한국이 잘한 것도 이런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표팀이 수비에 대해 지적을 받는 건 온전히 수비수들의 문제라기보다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선수 개개인을 놓고 보면 2002년 대표팀의 수비수들보다 현재 대표팀 수비수들의 기술이 밀린다고 단정할 수 없다. 2002년 멤버 이영표는 인터뷰 때마다 "축구는 늘 시간이 지나면서 발전한다. 지금 대표팀 선수들이 20년 전 선수들보다 기술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더 발전했다"고 강조한다. 현대 축구에서는 풀백의 공격 가담이 강팀의 기본 요건이 되었고, 나아가 중앙수비수들까지도 공격 가담 능력이 있어야 한다. 20년 동안 축구 전술이 발전하면서 수비수들에게 요구하는 능력치도 더욱 많아졌고, 수행해야 하는 플레이도 더 복잡해졌다. 김대길 위원은 “아시아 예선에서는 이란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보다 한수 아래 팀들이었다. 이 때문에 빌드업과 공격적인 부분을 강조했다면, 월드컵 본선에서 이기려면 예선 때와 다르게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독일전에서도 한국은 효과적인 압박을 하다가 카운터 어택(역습)으로 승리를 만들어냈다”고 조언했다. 이은경 기자 2022.07.0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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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롱도르 없어도 '위대한' 11명을 소개합니다

세계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 발롱도르. 하지만 발롱도르가 모든 선수의 가치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발롱도르 수상자에 대한 논란과 논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발롱도르를 받지 못했어도 발롱도르 수상자보다 훌륭한 선수들이 분명 존재한다.스페인의 '마르카'가 이런 논쟁을 담았다. 이 매체는 지난달 30일(한국시간) 발롱도르가 논란을 일으킨 적이 수차례 있었다고 지적하며, 발롱도르를 수상하지 못했지만 '위대한 선수'로 기억되는 11명의 선수를 소개했다.먼저 이탈리아 축구 역사에서 수비의 전설로 꼽히는 두 선수. 프랑코 바레시와 파올로 말디니다. 바레시는 '수비의 황제'라 불리는 이탈리아 수비를 대표하던 선수였다. 말디니 역시 이탈리아 수비 축구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두 선수 모두 이탈리아 세리에A AC밀란의 레전드로 이름을 남겼다.'마르카'는 "이 두 명의 전설적인 수비수가 파비오 칸나바로보다 훨씬 더 훌륭한 업적을 쌓았다. 칸나바로는 월드컵 우승을 한 것 뿐"이라며 발롱도르를 수상하지 못한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스페인으로 넘어가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다. 라울 곤잘레스가 발롱도르를 받지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상징이자 스페인 대표팀의 골게터가 발롱도르를 품지 못한 것이다.이 매체는 "2001년 라울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이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득점왕이었다. 모든 면에서 라울이 리버풀의 마이클 오언보다 월등했다"고 평가하며 2001년 발롱도르 수상자는 오언이 아니라 라울이 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또 '마르카'는 "라울이 발롱도르를 수상하지 못한 것은 수치다"라고 말한 프란체스코 토티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사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도 억울한 선수로 꼽힌다. 그들은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군림하며 바르셀로나 황금기를 열였다. 또 스페인 대표팀의 황금기도 이들을 전성기와 함께 시작됐다.하지만 이들에게 발롱도르는 허락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에서 전성기를 누릴 때 발롱도르는 모두 팀 동료인 리오넬 메시에게 돌아갔다.'마르카'는 "심지어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스페인이 첫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는데도 사비와 이니에스타는 발롱도르를 수상하지 못했다. 이니에스타는 네덜란드와 결승전 결승골 주인공이었다"고 놀라움을 표현했다. 2010년 수상자 역시 메시였다.스페인에는 아쉬운 선수가 또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이자 스페인의 월드컵 첫 우승의 주역 이케르 카시야스와 세르히오 라모스다.이 매체는 "스페인이 월드컵에서 우승할 때 카시야스는 캡틴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페인은 그동안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출신 선수들의 파벌 싸움으로 원팀을 이루지 못했다. 최고의 선수를 가졌지만 월드컵에서 항상 미끄러졌던 결정적 이유였다. 이를 해결한 이가 카시야스였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원팀으로 묶은 최초의 스페인 캡틴이었다. 라모스는 2010년보다 2014년이 더욱 아쉬움으로 남는다. 2013~2014 UCL 결승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경기에서 0-1로 패색이 짙던 레알 마드리드가 라모스로 인해 살아났다. 경기 종료 직전 라모스는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며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갔고, 결국 레알 마드리드가 4-1로 승리하며 우승했다.'마르카'는 "UCL 결승에서 라모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발롱도르 수상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고 지적했다.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전설적 골잡이지아 아스널의 상징 그리고 프랑스 대표팀 골게터 티에리 앙리. '마르카'는 이렇게 표현했다."월드컵 우승, UCL 우승, 프리미어리그의 전설적 골잡이, 아스널 무패 우승의 주역. 그런데도 이런 선수가 발롱도르를 받지 못했다."잔루이지 부폰에 대해서는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키퍼 중 하나다. 이탈리아가 2006 독일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발롱도르는 부폰이 받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마지막 주자는 독일 분데스리가 최강 바이에른 뮌헨의 듀오 아르연 로번과 프랭크 리베리다.그들은 2012~2013시즌 바이에른 뮌헨을 이끌고 독일 축구 역사상 최초로 '트레블(리그·UCL·FA컵 동시 우승)'을 달성했다. 당시 뮌헨은 21세기 최강팀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새로운 역사를 창조한 이들도 발롱도르와 인연이 없었다. 2013년 수상자는 호날두였다.최용재 기자 2020.05.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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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무패' 빌모츠, 이번엔 이란 이끌고 왔다

월드컵에서 한국과 세 차례 맞붙어 한 번도 패하지 않은 '한국 킬러'. 유럽 중위권 벨기에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로 이끈 남자이자 벨기에 축구의 레전드. 바로 마르크 빌모츠(50·벨기에)다.그가 한국에 왔다. 오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과 이란의 평가전을 지휘하기 위해서다. 빌모츠는 지난달 16일 이란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이 자리는 지난 1월 카를로스 케이로스(현 콜롬비아 감독)이 떠난 뒤 공석이었다. 빌모츠는 데뷔전 대승으로 화려한 신고식도 치렀다. 이란은 지난 7일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시리아와 홈 평가전에서 5-0으로 크게 이겼다. 빌모츠와 이란 대표팀 본대는 지난 8일 입국했다. 빌모츠는 벨기에의 전설적인 미드필더다. 90분 내내 그라운드를 거침없이 누비고 다닌다고 해서 붙은 별명은 '맷돼지'. 벨기에 국가대표로 월드컵에 무려 네 차례(1990·1994·1998·2002년)나 출전했고, 2014년에는 감독으로 벨기에(2012~2015년)를 이끌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3골을 몰아치는 등 월드컵에서만 총 5골(1998년 2골)을 넣기도 했다.그는 선수·감독으로 나선 월드컵에서 한국을 세 차례나 상대해 2승1무로 압도했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2-0으로 완승을 거뒀고, 지도자로 나선 2014년 브라질 대회 조별리그 3차전에선 1-0으로 이겼다. 1998년 프랑스 대회 조별리그 3차전에서는 한국과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당시 확실한 1승 상대로 여겼던 한국과 비긴 벨기에는 3무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최근까지 한국을 비교적 여러 차례 경험한 빌모츠의 이란은 이전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전력을 준비 중이다. 빌모츠는 벨기에 축구의 전성기를 이끈 인물이다. 그는 부임 직전 FIFA 랭킹 48위까지 떨어졌던 벨기에를 부임 기간 1위까지 끌어올리는 마법을 선보였다. 유럽 중소리그인 벨기에 프로축구 선수들과 빅리그 선수들을 하나로 묶고, 월드컵을 네 차례나 출전한 경험을 팀에 입힌 덕분이다. 전략과 전술면에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탁월한 팀 장악력으로 극복했다. 특히 네달란드어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벨기에 선수들의 언어 장벽을 허문 것은 빌모츠의 최대 성과라는 평가다. 빌모츠는 현역 은퇴 직후인 2003년부터 2년간 벨기에 상원의원을 지냈는데, 정치인 출신답게 쇼맨십이 강하고 달변가로 알려졌다.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축구대표팀 감독은 동갑내기 빌모츠와 '한국의 천적' 이란을 동시에 넘어야 한다. 벤투호는 이란과 처음 맞붙는다. FIFA 랭킹 37위인 한국은 아시아축구연맹(AFC) 국가 중 랭킹이 가장 높은 21위인 이란과 역대 A매치 상대전적에서 9승8무13패로 뒤진다. 또한 5경기 연속 무승(1무4패) 부진에 빠져 있다. 2011년 1월 22일 AFC 아시안컵 8강에서 윤빛가람의 골로 1-0으로 꺾은 이후 8년 넘게 이란을 이겨 보지 못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19.06.10 08:30
축구

JTBC해설위원 조원희 “축구는 맨홀이다”

"축구는 맨홀에 빗댈 수 있어요. 뚜껑을 열어 봐야 비로소 그 아래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K리그도 그래요. 개막 이전까지만 해도 대구 FC가 이렇게 잘할지, 전북 현대·울산 현대·FC 서울이 이토록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칠지 예상한 사람이 몇이나 있었겠어요." 조원희(36) JTBC 해설위원은 축구 얘기만 나오면 싱글벙글이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그는 불과 몇 달 만에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축구화는 신지 않았다. 대신 손에 마이크를 들었고, 유니폼 대신 정장을 입었다. 최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원희 해설은 "꼭 한 번 해설을 해 보고 싶었다"면서 "처음이라 쉽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집에서 혼자 영상을 틀어 놓고 해설을 중얼거릴 만큼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진화하는 조원희를 기대해 달라"고 각오를 밝혔다. 2002년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고 프로 데뷔한 조원희는 2018년 수원 삼성에서 은퇴할 때까지, 17년간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오가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K리그 기록은 291경기 출전에 10골 9도움. K리그1(1부리그) 우승만 한 차례(2008년) FA컵 우승은 두 차례(2010·2016년 이상 수원) 경험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 눈에 띄어 2006 독일월드컵에도 참가했다. 초인적인 활동량과 투쟁심이 전매특허인 그를 두고 축구팬들은 이탈리아 국가대표 출신 수비형 미드필더 젠나로 가투소(은퇴)에 빗대 '조투소'라고 불렀다.그는 수원에서 뛰던 2009년 2월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1부리그) 위건 애슬레틱 유니폼을 입고 1년간 활약했다. 이후에는 중국 광저우 헝다·우한과 일본 오미야를 거쳐 K리그2(2부리그) 서울 이랜드 FC에 입단했다. 수원에 다시 돌아온 것은 2016년이다. 조 해설은 해외와 국내 리그를 가리지 않고 쌓은 다양한 경험이 해설자로 가장 큰 강점이라고 했다. "나만큼 많은 리그와 팀에 몸담은 선수도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프리미어리그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잉글랜드는 경기 중 패스 속도가 무척 빠른데, 인사이드 패스보다는 인사이드 인스텝으로 패스하는 경우가 많다. 킥인데 슈팅식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게다가 모든 해설자를 통틀어 가장 최근까지 현역으로 뛰었다. 현재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누구보다 잘 안다. 경기를 보는 축구팬들에게 이런 디테일을 전달하는 게 임무다." 그는 달변가로 유명하지만 해설만큼은 철저한 준비를 거친다. 조 해설은 일주일에 3일·3시간씩 해설 준비를 위해 투자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경기 영상을 보고 정보를 수집하고 동료 선수들과 통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 나이에 은퇴하고 이렇게 많은 공부를 하게 될 줄 상상도 못 했어요.(웃음) 보통 해설하게 될 팀의 직전 경기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다. 그 이후엔 동료 선수들에게 잘 모르는 선수들 성향과 플레이 스타일을 전화로 묻는다. 그렇게 얻은 자료를 손 글씨로 일일이 옮겨 적는다. 하루 종일 노트북·휴대폰·공책을 끼고 산다. 은퇴하고 한가로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열심히 해야 하는 줄 알았으면….(웃음)"시행착오도 겪는다. "올바른 축구용어 사용에 적응하는 중이다. 선수들끼리는 '자살골'이라고 하는데 방송에서는 '자책골'이 맞다. 경기장에서 패스미스를 하거나 실수하는 것보다 생방송 중 실수가 더 떨린다. 방송 선배인 (현)영민이 형(JTBC 해설)에게 많은 도움을 받는다.(웃음)" 조 해설은 작년까지 팀 동료이자 동갑내기 친구였던 염기훈(수원)이 대견하다. 현역으로 뛰는 것을 넘어 여전히 팀의 핵심 선수로 활약 중이기 때문이다. "(염)기훈이는 실력과 경험 면에서 후배들한테 귀감이 되는 선수다. 후배든 친구든 누구에게나 편하게 해 주는 편이다. 70(골)-70(어시스트)을 넘어 더 많은 공격포인트를 쌓았으면 한다." 올 시즌 전망을 물었더니 "울산·전북은 물론 서울의 돌풍도 예상했다. 앞으로 대구의 활약에 따라 우승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했다. K리그1과 K리그2 경기에서 시청자와 소통할 예정인 조 해설은 "선수들의 몸 상태나 심리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찾아내고 집어 주는 해설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19.05.29 06:30
축구

'한국인 최초 UCL 출전' 설기현 "손흥민, 월드컵 결승과 견줄만한 무대 밟은 것"..."우승하길"

"유럽 선수들 사이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는 월드컵과 동급인 대회로 여겨져요. 그런 대회 결승에 한국 선수가 나서는 건 대단한 일이죠." 설기현 전 성균관대 감독은 UEFA 챔피언스리그를 떠올리면 할 말이 많다. 그는 한국인 최초로 '별들의 잔치'로 불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 예선과 본선에 출전한 인물이다. 2001년 8월 9일 안더레흐트(벨기에) 유니폼을 입고 챔피언스리그 예선 3라운드 할름스타드(스웨덴)와 1차전에 나선 설기현은 2001년 9월 12일 대회 A조 조별리그 로코모티브 모스크바(러시아)와 1차전 후반에 교체 투입돼 본선에서 뛰는 기록까지 세웠다. 스타트를 끊었다는 자부심 이후 정상을 밟아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갖고 있다. 설기현은 안더레흐트에서 총 두 차례 챔피언스리그 본선을 경험했지만, 조별리그를 통과한 적은 없다. 최근 서울 잠실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설기현은 자신의 챔피언스리그 경험담을 들려주고, 또 이번 시즌 결승전을 앞둔 후배 손흥민(토트넘)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토트넘은 다음 달 2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에스타디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리버풀(이상 잉글랜드)과 2018~201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른다.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와 대회 8강 1·2차전에서 3골을 몰아친 손흥민은 선발 출전이 예상된다. 한국 선수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른 것은 박지성(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이어 두 번째다. 설기현은 이런 손흥민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챔피언스리그는 유럽 빅리그에서도 일부 강팀에 소속된 소수의 선수들에게만 허락된 무대라는 인식이 있다. 본선 출전 자체만으로 자랑스럽게 여긴다. 현지 팬과 언론의 관심도 월드컵을 넘어서서 한참 전부터 들썩들썩할 정도다. 그러다 보니 선수가 느끼는 부담감과 긴장감이 정규 리그나 자국 컵대회와는 비교할 수 없다. 손흥민은 압박감을 이겨 낸 것은 물론이고 소속팀을 결승으로 이끈 주역이다. 손흥민이 마지막 관문을 넘어 나의 꿈이기도 했던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길 바란다." 광운대 시절인 2000년 벨기에 주필러리그 앤트워프로 건너가 유럽 생활을 시작한 설기현은 안더레흐트(2001~2004년·벨기에) 울버햄프턴(2004~2006년·잉글랜드)을 거쳐 2006년 레딩 유니폼을 입으며 꿈의 무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1부리그)에 입성했다. 이후 풀럼(2007~2009년)으로 옮겨 2년을 더 활약했다. 10년간 유럽에서 뛴 설기현이 가장 잊지 못하는 순간은 첫 챔피언스리그 출전이다."나는 2002 한일월드컵 직전에 유럽에 진출했다. 그때만 해도 유럽에서 뛴다는 것이 생소했다. 유럽 2년 차에 안더레흐트에 입단하니 챔피언스리그 예선에 나가는 팀이었다. 챔피언스리그는 유럽에서도 특별한 대회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벨기에에선 강팀에 속하고 나름 유럽 클럽 대항전에 자주 나서는 팀 동료들도 챔피언스리그는 긴장되는 경기라고 했다. 내 데뷔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적응하느라 정신없었다.(웃음)" 하지만 설기현의 첫 챔피언스리그 도전은 강렬했다. 안더레흐트는 2001~2002시즌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AS 로마(이탈리아) 모스크바와 같은 조에 편성됐다. 레알 마드리드는 해당 시즌 우승을 차지한 팀이다. "말로만 듣던 레알 마드리드와 한 조가 됐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지네딘 지단·루이스 피구·라울 등 전설 같은 선수들이 즐비한 팀이었다. 원정경기를 치르러 갔는데 경기장부터 라커 룸까지 규모가 대단하더라. 안더레흐트도 나름 벨기에 국가대표 선수들이 뛰고 좋은 선수들이 많은 팀이었는데, 긴장한 게 눈에 보였다. 러시아 원정은 관중 분위기가 정말 살벌했다. 이제 막 유럽에 온 신예였던 내 눈에는 나라마다 경기장 분위기가 다른 게 신기했다."이후 설기현은 2003~2004시즌 한 차례 더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를 경험했다. "두 번째가 되니 여유가 좀 생겼다. 경기 전 챔피언스리그 주제가가 울려 퍼지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더라. 기분이 참 좋았다. 그 후 레딩과 풀럼에서 뛰면서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에게는 챔피언스리그 출전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느꼈다. 당시 프리미어리그는 빅4라고 불리던 맨유·첼시·아스널·리버풀이 대회 출전권을 독식하고 있었다. 지금도 챔피언스리그 주제곡을 들으면 속에서 무언가가 막 올라온다.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 선수들 중에서도 아무나 들을 수 없는 노래라고 생각하면 전율을 느낀다." 설기현은 마지막 무대까지 올라온 손흥민이 정상에 오르기를 바란다. "나는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와 결승을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월드컵(2002년 대회 4강·이탈리아와 16강전 득점)을 경험한 덕분에 분위기는 알 수 있다. 손흥민은 특별히 조언할 게 없을 만큼 절정의 골 감각을 지니고 있다. 컨디션이 좋은 공격수는 상대 수비에게는 무서운 존재다. 리버풀이 익숙한 팀이라는 점도 손흥민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이다. 올 시즌 트레블을 달성한 맨시티를 상대로 3골을 넣은 건 컨디션과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이번 무대는 선수 경력에도 정점을 찍을 수 있는 기회라고 내다봤다. "선수들에게 챔피언스리그는 기회의 장이다. 좋은 활약을 한 중소 리그 선수는 빅리그에 진출하고, 빅리그 소속 선수는 더 좋은 팀으로 가거나 몸값을 높일 수 있다. 손흥민은 지금도 좋은 팀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최고 위치까지 올라가길 바란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19.05.27 07:00
연예

[차길진의 갓모닝] 709. 국운을 위한 심고

얼마 전 오랫동안 부친의 호위병이셨던 K총경의 부고를 듣게 됐다. 한국전쟁 중에 선친을 보좌해 빨치산 토벌작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셨고,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지리산을 함께 누비며 생사를 같이하셨던 분이다. 올해 90세로 눈을 감으셨다. 국가가 어려울 때 몸을 아끼지 않으셨던 K총경을 보내 드리면서 대한민국을 지켜 왔던 수많은 호국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게 됐다.현재 대한민국의 시계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북한·미국·중국·러시아 등 각국의 정상들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논의하고 있다. 남북 실무자 회담들이 속속 이루어지면서 벌써 통일의 청사진을 꿈꾸고 있는 듯하다. 북한에 철도를 개설하고 막대한 지하자원을 개발하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되리라 생각하는 모양이다.그러나 현재는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 미국은 한미 군사훈련을 중지하겠다고 하고, 중국은 종전 선언을 보류하라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충고했다. 한반도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을 우려해서다.불투명한 한반도 정세에 대해 말하자면 이제부터가 인고의 세월이다. 내 말을 못 믿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2002 한일월드컵 직전, 한 기자가 나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에게 매우 강한 어조로 “한국은 월드컵 4강에 진출합니다”라고 말했다. 기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지금 대표팀 별명이 ‘오 대 빵’입니다. 어떻게 4강에 진출합니까?”라며 믿지 않았다.그는 기자 수첩에 그날 나와 한 인터뷰 내용을 습관처럼 필기해 뒀지만 정작 기사에는 ‘16강 진출도 가능’이라고 썼다. 너무 파격적인 내용이라 기사화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날 눈앞에서 특종을 놓친 기자는 내내 아쉬워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될 때도 그랬다. 내가 분명히 잠룡이 용오름 현상처럼 하늘로 솟아오르듯,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고 했는데도 정치부 기자 중에 믿는 사람은 없었다. 2009년 초, 두 개의 별이 떨어진다고 예언했을 때도 그 별이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일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한동안 예언을 자제했던 것은 나를 아직도 역술가쯤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옷을 벗었다고 다 춘화(春畵)가 아니듯이, 미래를 예언한다고 다 점쟁이는 아니다. 감히 나의 생각을 말하건데 대한민국은 이제 때가 왔다. 천시(天時)에 다다랐다.60년 전 부친께서 돌아가신 직후, 영적으로 내게 하신 말씀이 있다. ‘나는 60년 뒤, 조국이 통일될 때까지 알류강(압록강)에 있겠다’고 하셨다. 세월이 흘러 그 60년이란 시간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통일을 맞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위해, 한민족을 위해 진심을 다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세력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이번 지방선거 직후 민주당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정치는 일당독재가 돼서는 안 된다. 항상 이를 견제하는 세력이 있어야 한다. 현재의 보수는 사랑받는 보수가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새롭고 젊고 건전한 보수가 등장할 때로 생각한다. 앞으로 보수는 진보적인 보수여야 한다. 이 보수 세력은 젊은 대표를 중심으로 뭉치게 될 것이며, 지금까지와 다른 방법으로 국민들의 신망을 얻게 되리라 예상한다. 더 나아가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캐나다의 트루도 수상처럼 젊은 대통령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통일을 위한 준비 사업으로 한국의 경제는 급속도로 나빠질 수 있지만 곧 불꽃처럼 일어날 것이다. 그 중심에는 새롭고 건전하고 참신한 젊은 보수 세력이 힘을 보태게 될 것이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 2018.07.03 07:00
축구

[월드컵, 이 순간] 또 한 번 승부차기 앞에 넘어진 이에로

이에로에게 승부차기는 또 한 번 가혹한 시련이었다.1일 러시아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러시아 16강전은 러시아가 승부차기 끝에 승리하며 마무리됐다. 개막 직전 홀렌 로페테기 감독을 경질하고 페르난도 이에로 감독을 임시 소방수로 앉힌 스페인 대표팀은 결국 16강에서 도전을 마무리했다.2002년 한일월드컵 대한민국고의 8강 경기에서도 승부차기로 패하며 개최국을 이기지 못했다. 16년이 지난 어제 역시 개최국에게 무너졌다. 이에로 감독은 감독이 되어서도 승부차기라는 가혹한 시련을 맞았다.사진=게티이미지 2018.07.02 15:38
축구

[월드컵] '2002년 한국전 패배' 이에로, 16년 만에 또 개최국에 승부차기 패

페르난도 이에로가 월드컵 무대에서 또 한 번 '개최국 징크스'에 울었다.이에로 감독이 이끄는 스페인은 2일(한국시간) 끝난 러시아와 2018 러시아월드컵 16강전에서 승부차기(정규시간 1-1무) 끝에 3-4로 졌다.스페인축구협회 기술이사였던 이에로는 2018 러시아월드컵 직전 경질된 홀렌 로페테기 감독을 대신해 스페인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신임 사령탑 이에로의 시작은 좋았다. 스페인은 조별리그에서 무패(1승2무)를 기록하며 B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스페인은 이란을 잡고 포르투갈과 모로코를 상대로는 비겼다.하지만 16강에서 개최국 러시아에 패하면서 이에로는 2002 한일월드컵의 악몽을 다시 경험했다. 당시 선수로 참가했던 이에로의 스페인은 8강에서 개최국 한국을 만나 경기를 압도하고도 승부차기로 패했다. 16년 만에 다시 개최국을 상대로 승부차기의 아픔을 겪은 이에로 감독은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떠났다.피주영 기자 2018.07.02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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