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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KB금융 윤종규 회장, 차세대 리더들과 ‘e-소통라이브’ 두 번째 시간 가져

KB금융그룹은 지난 12일에 이어, 19일 CEO와 그룹 MZ세대 직원들이 함께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격의 없는 대화와 이야기를 나눈 ‘e-소통라이브’ 두 번째 시간을 가졌다. 이 날 행사에는 지난 회차에 아쉽게 참가하지 못했던 주니어보드 활동 직원 등 다양한 MZ세대 직원들이 KB금융그룹의 영리더를 대표해 참가했다. 윤종규 회장은 대형 스크린이 마련된 여의도본점에서 직원들을 마주 했으며,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 있는 직원들은 자유로운 장소에서 ‘e-소통라이브’ 시간을 함께 했다. 행사는 뇌구조 모양의 그래픽 이미지에 MZ세대 직원들의 주요 관심사를 채워가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육아·외국어학습·재테크·결혼·워라밸 등 MZ세대의 진솔한 경험담과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한 참가자가 “저는 워킹맘인데, 퇴근하고 집에 온 다음부터는 육아라는 또 다른 일을 해야해서 지치고 힘들 때가 많다”라고 말하자, 윤종규 회장은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워킹맘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제도적 지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며 “KB금융그룹도 여의도 신사옥을 준공하면 現 여의도본점에 보육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며, 워킹맘을 배려하는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제도적 지원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0.08.2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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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다크비, 빠른 생일로 족보 꼬인 형 라인 '이찬-D1-테오-GK'

그룹 다크비(DKB, 이찬·D1·테오·GK·희찬·룬·준서·유쿠·해리준)는 올 2월 3일 미니 1집 'YOUTH'(유스)로 데뷔했다. 일렬로 각맞춰 인터뷰 장소로 들어오는 모습부터 데뷔 100여일 차 신인 그룹의 패기와 열정이 느껴졌다. "어렵게 데뷔의 기회를 잡았다"는 간절함에 "이제부터 시작이니 조급해 하지 않겠다"라는 여유까지 장착했으니, 실력 발휘만이 남았다. "코로나 19와 함께 데뷔했다"면서 씁쓸하게 미소지은 멤버들은 앞으로 보여드릴 모습들이 무궁무진하다고 입을 모았다. 3개월만에 컴백하는 두 번째 미니앨범 'LOVE'는 다크비의 청량한 매력을 강조했다. 데뷔곡 '미안해 엄마'에선 강렬한 칼군무를 선사했다면, 이번 타이틀곡 '오늘도 여전히'에선 '남친돌'로 부드러운 눈빛을 보여줄 예정이다. 멤버들은 "온통 다크비와 팬 분들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면서 이번 활동에 각오를 불태웠다. 다음은 다크비 멤버들이 직접 그린 뇌구조. 형라인 이찬, D1, 테오, GK는 빠른 생일로 얽힌 꼬일대로 꼬인 족보 사이란다. "1997년 2월생인 이찬과 1997년 10월생인 테오, 1998년 2월에 태어난 D1과 그해 9월에 태어난 GK는 다 친구로 지내기로 했다"면서 "사이좋게 지내자는 취지"라고 정리했다. ▶리더라인 이찬-D1 이찬 "다크비 멤버들과 가족, 팬 분들에 대한 생각이 많다. 코로나 19가 언제 사라질까 생각하면서 팬 분들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여행도 가보고 싶다. 멤버들이랑 연습생 때부터 제일 해보고 싶었던 일이다. 모래사장에 '다크비'를 새겨보고 싶다. 요즘엔 뭐 먹고, 뭐 입을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 쇼핑을 좋아해서 옷에 관심이 많다. 취미는 방탈출이다. 활동기라 당장 가긴 어렵지만 준서, D1을 데리고 공포 방탈출에 가고 싶다. 내가 봤을 때 준서가 겁이 굉장히 많은 친구인데 아니라고 한다. 얼마 전 뮤직비디오 촬영 장에 벌레가 나왔는데 준서가 벌레를 잡는 척 피해다니는 걸 봤다. D1도 겁이 많아보이는데 아니라고 하니 방탈출로 확인해야 겠다. 리더의 책임감과 부담도 있다. 용감한형제 대표님이 세계 최고가 되라고 말씀하시는데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이 목표들을 계속 안고 가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서 어깨에 적었다." D1 "우리가 신인이라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한다. 그래서 가운데에 팀 이름을 적었다. 다음엔 멤버들과 팬 분들 생각을 한다. '오늘도 여전히' 활동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가 자체제작을 하다보니 안무와 가사, 멜로디에 대한 고민도 빼놓을 수 없다. 작사 작곡에도 참여하고 이번 안무도 100% 참여했다. 안무 창작하는 것에 있어 고통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땐 GK가 와서 '프리하게 해보자'라고 말한다. 놀다보면 생각이 나기도 한다. 이찬이와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서로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대표님과의 면담 때도 이찬이가 길을 터주면 내가 이어 받아 말하곤 한다. 취미로는 오목이랑 큐브를 즐기다. 최근에 희찬이가 오목을 하자고 해서 어제(인터뷰 전날)부터 오목에 빠졌다. 희찬이 보다 승률이 좋아서 기분이 좋다." ▶피어싱 뚫은 GK-펜타곤 팬 테오 GK "컴백이 우선 제일 중요하다. 멤버들, 가족, 팬 분들이 응원하고 있으니 힘을 내서 활동하려 한다. 타이틀곡도 좋지만 수록곡이 정말 좋다. '수록곡 맛집'이라 자부한다. 이번 앨범에선 'Tell'em Boys'(텔름 보이즈)를 추천한다. 타이틀곡으로도 손색이 없었지만 '오늘도 여전히'라는 더 좋은 곡이 있어 수록곡이 됐다. 꼭 들어보시길 바란다. '호기심'이라는 곡은 테오, 이찬, D1과 작업했다. 처음 비트만 듣고는 우리 스타일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작업하다보니 괜찮게 나와 마음에 든다. 컴백 전 비주얼 변신을 보여주기 위해 피어싱도 뚫었다. 일주일 됐는데 정말 아프다. 당분간 또 뚫을 생각은 없고 피어싱 사고 싶은 생각은 있다. 멋있어져서 만족한다. 개인적으로는 군것질을 좋아한다. 초코류를 특히 좋아해서 연습하면서 당 충전을 하곤 한다." 테오 "가운데에 '컴백 화이팅'을 적었다. 가족들, 멤버들, 직원들 모두 소중한 분들이라 그 옆을 채웠다. 개인적으로는 피어싱을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생각해봤다. 최근 들어 옷에도 관심이 생겼다. 원래는 옷에 관심이 하나도 없었는데 멤버들이 옷을 잘 입어서 관심이 생겼다. 이찬과 D1이 잘 입는 것 같다. 따라 사고 싶다. 최근에 좋은 옷을 장만해서 서로 빌려 입기로 했다. 옷을 잘 입으려면 몸매가 중요하다.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몸을 키우고 있다. 헬스장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나간다. 롤모델은 펜타곤 선배님이다. 특히 후이 선배님을 좋아한다. 후이 선배님이 프로듀서로도 유명하시니까 프로듀싱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황지영기자 hwang.jeeyoung@jtbc.co.kr 2020.05.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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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 다크비 희찬-룬-준서-유쿠-해리준, 개성 강한 동생라인

그룹 다크비(DKB, 이찬·D1·테오·GK·희찬·룬·준서·유쿠·해리준)는 올 2월 3일 미니 1집 'YOUTH'(유스)로 데뷔했다. 일렬로 각맞춰 인터뷰 장소로 들어오는 모습부터 데뷔 100여일 차 신인 그룹의 패기와 열정이 느껴졌다. "어렵게 데뷔의 기회를 잡았다"는 간절함에 "이제부터 시작이니 조급해 하지 않겠다"라는 여유까지 장착했으니, 실력 발휘만이 남았다. "코로나 19와 함께 데뷔했다"면서 씁쓸하게 미소지은 멤버들은 앞으로 보여드릴 모습들이 무궁무진하다고 입을 모았다. 3개월만에 컴백하는 두 번째 미니앨범 'LOVE'는 다크비의 청량한 매력을 강조했다. 데뷔곡 '미안해 엄마'에선 강렬한 칼군무를 선사했다면, 이번 타이틀곡 '오늘도 여전히'에선 '남친돌'로 부드러운 눈빛을 보여줄 예정이다. 멤버들은 "온통 다크비와 팬 분들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면서 이번 활동에 각오를 불태웠다. 다음은 다크비 멤버들이 직접 그린 뇌구조. 동생라인 희찬, 룬, 준서, 유쿠, 해리준은 개성이 뚜렷하다. 그림만 봐도 차분한 룬과 유쿠, 화려한 꾸미기 실력을 보여준 희찬과 준서, 학교 생활에 푹 빠진 한림예고 실용무용과 수석 입학생 해리준까지 다섯 멤버들의 매력이 다크비라는 팀으로 뭉쳤다. ▶금손라인 '화려' 희찬-'깜찍' 준서-'깔끔' 룬 희찬 "스파이더맨을 좋아해서 빨강과 파랑으로 꾸며봤다. 먼저 팬분들이 가운데에 있다. 기다려주시고 지지해주시는 팬 분들이 먼저 떠올랐다. 부모님과 다크비, 그리고 대표님도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팀에서 춤 멤버라서 춤 생각을 많이 한다. 안무창작도 했다. 지난 앨범은 강렬하고 파워풀했는데 이번에는 선 적인 라인이 부각되는, 강약 조절이 돋보이는 춤이다. 그런 점을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준서 "컴백을 앞두고 기분 좋은 설렘도 있지만 긴장이 많이 된다. 원래 긴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인데 컴백 5일 전부터 잠을 못자기 시작했다. 수록곡도 추천하고 싶어서 '퐁듀'를 적었다. 첫 작사 참여곡이라서 의미가 깊다. 솔직히 작사를 하면서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풋풋한 사랑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어렵더라. 이찬 형이 많이 도와줬다. 노트에 적어가면서 형한테 물어봤다. (이찬 "틀을 내가 잡아서 D1, 준서랑 같이 썼다. 여자사람친구를 좋아하는 내용이다. 우리 중에 준서가 제일 어리니까 풋풋한 감성이 나올 것 같아서 기대했는데 역시나 센스 있게 잘 써줬다.") 룬 "다크비가 있고 그 다음엔 팬을 적었다. 멤버들과 생각이 비슷한 것 같다. 우리가 하고 싶은 무대도 기다려진다. 팀에서 보컬을 맡고 있다. 연습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코로나 19 사태가 얼른 끝나서 팬 분들을 만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드라마랑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 전반적으로 넷플릭스 드라마를 많이 본다. 가장 최근에 몰아본 건 '인간수업'이었다. 종영했지만 JTBC '부부의 세계'도 얼마 전에 시작했다. 그 전에는 넷플릭스로 '킹덤' 재미있게 봤다. 좀비가 나오는데 흥미로웠다." ▶미자(미성년자)라인 유쿠-해리준 유쿠 "다크비가 우선 제일 중요하다. 어떤 퍼포먼스로 우리를 알려줄지 생각한다. 멤버들이 정말 착하고 한국어를 많이 도와준다. 가족들도 보고 싶다. 코로나 19 등 여러가지 이슈 있어서 데뷔 직전에 뵀다. 한국 음식은 오자마자 입에 잘 맞았다. 치킨을 좋아하고 특히 카페 가는 걸 좋아한다. 혼자가도 심심하지 않다. 분위기를 즐긴다. 예쁜 카페들이 많아서 구경할 것들이 많다." 해리준 "컴백부터 적었다. 안무 창작에 참여했는데 스스로 만족도는 90점 정도다. 10점은 어떤 일이건 만족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내 아쉬움으로 남겼다. 그 다음에 다크비하고 멤버 형들을 적어봤다. 다섯 번째는 학교다. 수석 입학을 해서 학교에 정말 가고 싶었는데 코로나 19로 온라인 수업 중이다. 실용무용과라서 영상으로 수업을 배우고 있다. 학교 가서 농구도 하고 싶다. 농구선수 출신으로 포지션은 가드다. 목걸이에 대한 관심도 생겨서 적어봤다." 황지영기자 hwang.jeeyoung@jtbc.co.kr 2020.05.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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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게임' 옥택연, 직접 그린 태평 뇌구조 "1순위는 이연희"

배우 옥택연이 태평의 뇌구조를 그렸다. 현재 방영 중인 MBC 수목극 '더 게임:0시를 향하여'에서 태평 역을 맡고 있는 옥택연. 그가 직접 그린 뇌구조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나 이연희(준영)였다. 옥택연은 태평의 뇌구조에서 가장 큰 부분을 '소중한 사람'이라고 적었다. 극 중 옥택연에게 이연희는 죽음이 보이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다. 호기심은 호감으로 커졌고, 곧 사랑이 됐다. 그저 달달하기만 한 사랑은 아니었다. 이연희가 자신 때문에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책임감도 생겼다. 옥택연에게 이연희는 세상 끝까지 지키고 싶은, 사람이었다. 사랑을 가장 우선하는 옥택연의 로맨틱한 면모를 짐작할 수 있다. 임주환(도경)을 향한 감정도 컸다. '도경이한테 복수!!!'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 현재 옥택연은 폭주를 멈추지 않는 임주환에게 맞설 것을 예고한 상황. 앞으로 펼쳐질 극적인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따뜻한 마음도 엿볼 수 있었다. 옥택연은 정동환(백선생)에게 ♡를 붙이며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에겐 정신적 지주다. 과거 죽음을 보는 능력을 가졌던 이로 그 누구보다 옥택연을 이해하고 아끼는 인물이다. 정동환의 존재가 얼마나 큰 지 예상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눈을 보면 죽음 직전의 순간이 보이는 신비한 능력을 지닌 옥택연에게 '죽음' 키워드 또한 빠질 수 없다. 자신의 미래 죽음 장소인 여수 바닷가(내 죽음)와 '죽음은 무엇인가'를 써 넣으며, 늘 궁금해하고 혼란스러워하기도 하는 '죽음'에 관한 비밀에 대한 호기심을 높였다. 한편 옥택연의 장난기도 묻어난다. '나의 재력?', '엄빠?' 등을 넣은 것. 죽음을 보는 능력으로 정재계에서 유명한 인물인 만큼 상당한 재력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옥택연은 스스로에게 궁금증을 내비쳐 웃음을 줬다. 깨알 같은 점 부분을 차지한 것은 '언제쯤 이연희에게 말 놓을까'였다. 2막에 접어든 '더 게임'.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려 고군분투하고 있는 옥택연과 임주환의 대결에 귀추가 주목된다. 매주 수, 목요일 오후 8시 55분에 방송된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tbc.co.kr 2020.02.19 10:22
무비위크

[취중토크③] 곽경택 감독 "'기생충' 제작자 친동생, 인생 큰 한방 축하해요"

부산에서 함께 한 '아침 해장술'이다. 곽경택 감독(53)이기에 가능한 타임라인이다. "역사적인 모닝 취중토크"라는 말에 곽경택 감독은 "원래 오전에 에너지가 가장 샘솟는 법이다"며 "기왕 왔는데 한 잔 하자!"고 첫 술을 뜨기도 전 소주부터 시원하게 들이켰다.부산을 대표하는 '부산 출신' 곽경택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 부산영상위원회가 막 출범한 시기였던 1997년 영화 '억수탕'으로 데뷔해 영화 산업의 궤적을 함께 하며 상부상조에 일조했다. 곽경택 감독의 역작 '친구'(2001) 역시 부산을 배경으로 흥행에 대성공한 작품으로 여전히 1순위에 꼽힌다.'챔피언'(2002) '똥개'(2003) '태풍'(2005) '사랑'(2007) '눈에는 눈 이에는 이'(2008) '통증'(2011) '친구2'(2013) '극비수사'(2015) '희생부활자'(2017) 그리고 최근작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2019)까지 곽경택 감독은 연출력 뛰어난 감독임과 동시에 장르의 경계없이 매 작품마다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이 시대 대표 '스토리텔러'다.20여 년간 숱한 풍파를 겪으면서 오뚝이처럼 살아난 곽경택 감독이기에 아쉬움 속 조용히 막을 내린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역시 홀가분하게 떠나 보냈다. 곽 감독은 "개봉 일주일이 딱 됐을 때, 부산에 내려오기 3일 전 마음 정리를 끝냈다. 다음 작품을 더 긴장감 있게 하라는 신호로 받아 들였다"며 속시원한 반응을 내비쳤다.뉴욕 대학교 영화연출 전공자로 '유학파' 출신이었던 곽경택 감독은, 충무로 입성 당시 정통파가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방인' 꼬리표를 달고 무수한 전쟁을 치러야만 했다. 때론 억울했고, 때론 답답하기도 했지만 20년이 지난 현재 버젓이 살아남은 승리자는 곽경택 감독이 됐다. 르네상스 시기와 침체기를 모두 경험한 한국 영화 역사의 산증인이다.때론 예측 불가능한 흥행 수치에 의아함을 느끼고, 때론 완성도 떨어지는 국내 영화들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할 때도 있지만 한국 영화와 관객을 애정하는 마음은 한결같다. 결과에 승복할 줄 알고, 변화를 배척하기보다 받아들이는 유연함은 곽경택 감독의 과거가 존경받고, 다음이 늘 궁금한 이유다. 그리고 지금 준비하고 있는 '다음'은 또 다른 '곽경택의 세계'를 마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편에 이어...-오래 살아 남을 수 있었던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인드의 영향도 컸을 것 같아요."변화는 재미있어요. 아직은 귀찮기보다 재미가 더 커요. '새로운 것이 나왔다, 변수가 생겼다' 하면 아직까지는 'OK'예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짜릿하기도 하고요. 누가 시나리오를 줬는데 '이건 내가 가진 것의 20%만 들여도 찍을 수 있겠다' 싶은건 하고 싶지가 않잖아요. 도전 의식이 보이고, 그것 때문에 잠도 안 올 정도로 흥분돼야 더 좋죠." -현재 한국형 SF, 뮤지컬 영화, 로봇 영화까지 새롭게 준비되고 있는 한국 영화들이 많아요. 2020년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고요."저도 기대돼요. 할리우드와 비교가 되더라도 한국영화만의 색깔이 담기겠죠. 특히 로봇 영화는 영화 감독들에겐 꿈일 거예요. 감독들이 철이 잘 안 들고 유아적인 상태로 사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로망이 있죠.(웃음) 저도 어릴 때 로봇 설계도를 몇 개나 그렸어요. 영화적 도전은 다른 문제지만요." -새로운 것, 창작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나요. "시도때도 없이 영화 생각만 한다고 보면 돼요. 아이디어 떠오르면 무조건 적어 놓고. 특히 술 마실 땐 더.(웃음) 가끔은 적어놔도 '이게 뭔 말이야' 생각이 안 날 때도 있는데, 그땐 같이 술 마신 사람에게 물어 보면서 이해를 하죠." -꿈도 많이 꿀 것 같아요."다음 작품 메인 소재가 소방관이에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언론배급시사회 당일 아침까지 수정고 정리해 넘겼죠. '장사리'는 '장사리'대로 얼마나 걱정이 됐겠어요. 그날 꿈에 제가 언덕 위에 있는데 바다에서 파도가 막 넘쳐 올라오는 거예요. 휩쓸려 갈 것 같아서 도망가는데 또 불이 나더라고요. '장사리'와 차기작 스토리가 합쳐진 것이었죠. 하하. 엄청 좋은 꿈처럼 들리지만 길몽이 아니었고요." -매 순간 압박감을 느끼나요."사람 사는건 다 똑같아요. 대중적인 일을 하다 보니까 말을 하게 되고, 알려져서 더 그런 것처럼 보이지만 모두가 비슷하죠. 그래도 우린 이런 이야기를 하면 걱정도 해주고, 칭찬도 받잖아요. 좋은 것도 많죠."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가요."'어떻게 재무장해서 살아남을 것인가. 감독으로서, 제작자로서, 영화인으로서 재무장해야 한다'는 목적 의식이 가장 커요. 뇌구조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요. 결론은 '새로운 소재, 관점으로 독특하게 무장해야 한다'는 것인데 살아남기 위해 또 달려봐야죠." -한국영화는 자주 보나요. "짜증나서 잘 안 봐요. 으하하하. 요즘엔 특히 한 줄로 다 정리되는 이야기가 많잖아요. 우리 입장에선 어떤 것이 힘드냐면, 분명 기획적인 미덕이 있지만 완성도 측면에서는 관객들 눈에 안 보이는 것들이 보일 때가 있어요. 여배우 얼굴에 튀어나온 것을 그대로 찍었다든지. 그런 영화가 몇 백만을 찍었다고 하면 씁쓸하죠. 웬만하면 안 보고 그 시간에 인정받은 수작들을 챙겨 보려고 해요. 심장이 뛰는 작품들. 최근 가장 흥분시켰던 건 '체르노빌'이었어요." -'체르노빌'은 교과서처럼 필수 관람 작품으로 꼽히고 있죠."진심으로 소름끼쳤어요. 스쳐 지나가는 주민에게 입힌 옷 하나까지 디테일하더라고요. 그런 작품은 보고 있으면 미치죠." -자본의 힘이 느껴지기도 했고요."맞아요. 근데 미국 영화도 돈만 들였지 대충 찍은 것들이 많아요. HBO(Home Box Office·미국 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 회사)가 그런 도전들을 한번씩 하죠.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공격적이고 도전적이에요. 미국 성향이 그래요. 2차 세계대전 때도 전장에선 누가 이길지 모르잖아요. 근데 미군은 6명 중 1명 꼴로 촬영병이었어요. 필름은 컬러 필름을 돌리고요. 총알 쏘기 바쁜 와중에 엄청난 기록을 남긴거죠." -기록의 중요성을 아는 거네요."더 놀라운 건 당시 잘나갔던 할리우드 감독들이 다 군대에 갔다는 거예요. 가서 이등병이 아니라 소령, 중령 계급장 달고 종군 카메라맨으로 뛰었어요. 폭격기도 직접 타고요. 물론 자원 입대였죠. 그런 것에 목숨을 걸고, 국가는 엄청난 예우를 해주고요. HBO가 상업적인 것에만 연연하지 않고 과감하게 '이런건 우리가 한번 다룰 필요 있어'라고 판단하면 무명의 배우들을 주연으로 써서라도 만들어 버리는 정신이 무섭죠." -감독으로선 흔히 말하는 '공식이 안 통한다'는 것을 더 느낄 것 같아요."'그래서 진실을 얼마나 치열하게 파고 드냐'가 관건이죠. 최소한 외면 받지는 않아요. 다만 그쪽은 생존의지가 굉장히 높은 유전자라 괜히 어줍잖게 따라 하다간 작살나고요." -'영화를 위해 어떤 것까지 해봤다'는 것이 있을까요. "험한 일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했어요. 초창기엔 한국에 들어오기 겁나니까 미국에서 어떻게든 독립영화로 살아남아 보려고 온갖 일을 다 했거든요. 직접 한건 아니지만 북한에서 한창 미사일을 쏠 때, 주섬주섬 비상 가방을 챙겨 놓으려고 했던 적이 있어요. 최전방 가서 찍으려고. 와이프는 '미친 것 아니냐'고 했죠. 하하. 혼자는 못하고 뜻 맞는 사람들과 팀을 꾸려야겠지만 되게 많을거라 생각해요."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님이 친동생이죠. 굉장히 뿌듯했을 것 같아요."동생과 저는 성(性)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고, 작품을 해석하는 눈도 달라요. 오빠와 남동생, 하다못해 남편(정지우 감독)'에 비해서도 음지에서 그림자 같은 삶을 살다가 이번에 빵 터졌죠. 아침에 일어났는데 황금종려상을 탔더라고요. 바로 문자 했어요. '네가 지금까지 스스로의 삶에 대해 끈을 놓지 않고 나름의 길을 걸어간 것에 대한 보답을 받은 것 같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나이 50이 넘어서 상승모드를 탔으니 얼마나 좋아요. 5년, 10년은 쭉쭉 활동할텐데 그땐 조카도 졸업할테고. 하하." -애틋한 마음이 있나요."동생은 하필 고3 때 몸이 좀 아팠어요. 희망했던 대학은 못 가고 지방에서 원하는 과는 갔죠. 몸이 좀 나아지면서 학교에서 모범생처럼 보였던 오빠와, 공부를 엄청 잘하는 남동생 사이에 치여 울컥하는 마음만 가득했을 거예요. 지금도 그럴 수 있고요. 하지만 본인 역시 본인의 인생에 대한 설계가 있으니까 어느 날 '엄마 나 서울에서 일하고 싶어요' 하더라고요. 어떻게든 알아봐 영화잡지 기자 일을 시작하고 홍보·마케팅을 거쳐 제작사 대표까지 됐어요. 그 사이에 굵직한 뭔가를 해낸 적은 없죠. 그냥 살아남은 거예요. 정말 대단하고 기특하다 생각해요." -차기작은 빨리 만날 수 있을까요."돈을 안 들이려면 시간과 바꿔야 하는 방법 밖에는 없어요. 미리 준비를 많이 해야죠. 배급사는 에이스메이커와 함께 할 예정이고, 캐스팅을 시작했어요. 무엇보다 다다음 작품은 어떨지 몰라도 이번 작품 만큼은 단 한 컷도 다른 사람에게 맡기도 싶지 않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오케이' 사인을 외치고 싶어요. 사전에 철저히 약속하고 들어가려고요. 돈 가지고 뭘 해볼 생각도 없고 감독으로서 역량만 최대한 발휘하고 싶어요. 기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조연경·박정선 기자사진=박세완 기자 [취중토크①] 곽경택 감독 "억눌렸던 '장사리' 판단미스, 마음정리 끝"[취중토크②] 곽경택 감독 "재수없는 충무로 이방인, 꿋꿋이 20년 버텼죠" [취중토크③] 곽경택 감독 "'기생충' 제작자 친동생, 인생 큰 한방 축하해요" 2019.10.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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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50 강백호의 길③] 비범한 야구 선수의 평범한 뇌구조

일부 야구팬이 강백호(20·KT)의 승부욕을 불편하게 보는 이유는 학습 효과 탓도 있다. 천문학적인 몸값과 뜨거운 관심이 그저 자신의 능력만으로 취했다고 생각하는 몇몇 스타 플레이어가 변모하는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지금도 행동이 거침없는 데뷔 2년 차 강백호가 수년 뒤에 팬 서비스 논란을 달고 다니는 몇몇 선배들처럼 될 수 있다고 예단한다. 우려이기도 하다. 일단 선수는 대중의 시선에 대해 인지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고교 시절 그를 지켜본 은사들은 그의 진짜 모습이 재조명 받을 때가 올 수 있다고 본다. 오히려 강백호가 자신의 목표대로 '존경' 받는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외부 변수 관리가 먼저다. 현장 지도자들은 일정 궤도에 오른 스타급 플레이어가 급격한 슬럼프에 빠졌을 때, 그 원인이 그라운드 밖에 있다고 의심하기도 한다. 본업에 방해가 되는 요인들로 사생활이 물들면 슈퍼 스타는 선수 생명이 단명할 수 있다. 데뷔 2년 차, 스무살 강백호의 일상은 여느 청년과 다르지 않다. 현재 머릿속은 야구, 가족 그리고 취미뿐이다. 음악은 활력소다. 긴장과 무거운 마음을 푼다. 개인 휴대폰에 저장된 장르는 대부분 힙합. 음주는 하지 않는다. 취미는 게임. 다른 취미던 애니메이션 감상은 자제하고 있다. 친구는 "자주 만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휴식은 본능, 여행은 갈망이다. 지난 6월에 손바닥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을 때도 마음은 산과 바다로 향했다. 그러나 모교인 서울고에서 재활 훈련에 매진했다. 머릿속에 가장 큰 비중 가운데 한 가지는 역시 가족이다. 아버지 강창열씨의 야구 사랑과 자식 교육 가치관은 이미 많이 알려졌다. 데뷔 시즌을 앞두고 세상을 떠난 할머니는 강백호를 지탱하는 힘이다. 올 시즌 종료 뒤 그토록 바란 가족 여행을 떠난다. 반겨련 이슬이와 호야를 향한 애정도 감추지 않았다. 이 인터뷰는 추석 연휴 전에 이뤄졌다. 소속팀의 5강 진출은 가장 큰 바람이었다. 경쟁팀 NC에 연패를 하며 가능성이 낮아졌지만 다른 동료들과 함께 포기를 하지 않고 있다. 목을 메지 않겠다던 대표팀 승선 욕심도 넌지시 드러냈다. 20년 뒤에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도 그려 달라고 부탁했다. 요양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불혹에도 현역으로 뛸 수 있다고 예단하지 않았다. 그저 그전까지 하얗게 불태우겠다는 다짐만 했다. 입담은 2019년까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해설위원을 노린다. 20년 뒤에 여행은 더 넓은 시계로 향한다. 그 때는 자식과 함께 한다. 20년 뒤에도 가족은 그의 머릿속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자식에게 야구를 시킬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재능이 야구 하는 것뿐이니 물려 받는다면 당연히 시키고 싶다"고 했다. 취미던 음악은 듣는 게 아니라 하길 바랐다. 작은 소리로 "혼자 듣겠다"고 했다. 갑자기 맡긴 뇌구조 작성이다. 그는 "창의력이 부족한 것 같다"며 두 손을 들었다. 사뭇 진지했다. 즐기기도 했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비범한 선수다. 머릿속은 아직 평범한 스무살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창간50 강백호의 길①] "롱런의 필수 조건은 도전 정신"[창간50 강백호의 길②] 두 은사가 전하는 승부욕 그리고 바람 2019.09.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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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50 강백호의 길②] 두 은사가 전하는 승부욕 그리고 바람

팔이 안으로 굽은 게 맞다. 그러 강백호의 두 은사는 제자의 진짜 모습을 야구팬이 알아줄 때가 올 수 있다고 믿는다. 유정민 서울고 감독과 조명일 교사는 강백호의 고교 시절 3년을 모두 지켜봤다. 유 감독은 강백호의 비범한 재능을 알아보고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기용했다. 3학년 진급을 앞둔 시점에는 제자가 성숙한 야구 선수로 거듭날 수 있도록 유도했다. 2014~2015년에 서울고의 생활 지도 부장이던 조 교사는 신입생이던 강백호의 훈육을 했다. 야구장 밖에서 그를 지도 했다. 유정민 감독은 강백호가 데뷔 시즌에 20홈런 이상 기록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실제로 고졸 신인 최다 홈런 신기록(29개)을 세웠다. 두 번째 시즌부터 안도했다. 그는 "1년 차에 비해서 표정이 한결 좋아졌다. 프로 무대 적응을 마친 것 같고 자신의 색깔도 드러내고 있다"며 반겼다. 더 좋은 성적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고 본다. 세상 밖으로 떠난 보낸 제자를 두고 마음 한구석에는 걱정도 있었다. 유 감독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강백호의 승부욕 때문이다. 고교 시절에도 자신 있게 돌린 배트가 빗맞으면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지난달 13알 롯데전에서 상대 투수 김원중과의 승부에서 불거진 논란처럼 말이다. 스승은 야구에 대한 욕심과 근성으로 본다. 그러나 당시 강백호가 받은 질타의 근본적인 이유도 이해한다. 유 감독은 "보이는 부분에서 오해를 살 수도 있지만 속은 바른 친구다. 그러나 스타가 슈퍼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인성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강)백호도 느끼는 게 있을 것이다"고 했다. 마음이 달라지면 그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직접 겪었다. 강백호는 3학년 진급을 앞두고 그라운드 안팎에서 갈등을 겪었다. 유 감독은 그런 제자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다. 책임감을 부여한 것. 유 감독은 "개인 기량에 자만하지 않고 야구를 대하는 자세를 바꿔 보도록 권유했다"고 돌아보며 "받아 들이지 않는 선수도. 백호는 바로 실천을 하더라. 후배들을 독려하고 서포트 역할까지 했다. 큰 대회에 우승까지 끌고 갔다"고 설명했다. 강백호가 대중의 시선과 목소리를 진정으로 이해한다면 변화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봤다. 조명일 교사도 제자의 인성 논란이 안타깝다. 그는 "야구에 대해서만 그런 모습이 나오더라. 부모를 보면 학생의 인성도 알 수 있다. (강)백호가 의도하고 타인을 기만하는 행동을 할 친구는 아니다"고 했다. 모교 후배들에게도 살갑게 굴지는 않지만 장비와 운동복을 지원하며 뒤에서 마음을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제자의 진짜 인성을 이해시키려고 했다. 조 교사는 이런 논란을 통해 제자가 한 단계 더 성숙해질 수 있다고 본다. "의기소침할 필요도 없고, 앞으로 더 큰 오해를 받을 수 있다.이겨내야 한다. 그러면서도 그런 일을 계기로 더 성숙한 사고를 하길 바란다. 부정적인 시선과 댓글도 (강)백호에게 약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스승은 "선배와 지도자에게 예의를 갖추고 야구팬과 유쾌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오해를 받았다면 진짜 자신의 모습이 알려질 때까지 조심할 필요도 있다고 봤다. 그리고 누구보다 좋은 선수로 성장하길 바라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창간50 강백호의 길①] "롱런의 필수 조건은 도전 정신"[창간50 강백호의 길③] 비범한 야구 선수의 평범한 뇌구조 2019.09.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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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50 강백호의 길①] "롱런의 필수 조건은 도전 정신"

강백호(20·KT)는 야구를 잘한다. 스타성도 있다. 데뷔 두 시즌 만에 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가 됐다. 그러나 아직 '슈퍼' 스타로 인정받지는 못한다. 검증은 진행형이다. 야구 선수로서의 색깔도 명확하지 않다. 누구의 계보를 잇게 될지도 예상이 어렵다. 그는 2017년 8월 막을 내린 제51회 대통령배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서울고의 우승을 이끌었다.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새로운 반세기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새로운 별이 빛났다. 1년 선배 이정후(21·키움)와 함께 포스트 이승엽 시대를 맞이한 한국 야구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 받았다. 프로 무대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시즌에는 고졸 신인 최다 홈런(29개)을 기록했다. 거침없는 스윙이 매력으로 여겨졌다. 2년 차인 올 시즌은 18일까지 3할4푼 대 타율을 기록했다. 리그 5걸에 포함되는 성적이다. 두 차례 슬럼프에 시달린 데뷔 시즌과 달리 기복도 줄었다. 이제 KT를 대표하는 타자다. 그러나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를 향한 시선은 갈린다. 국제 대회에서 한국의 승리를 이끌고,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범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선수가 슈퍼 스타로 인정받는다. 강백호는 그저 야구만 잘하는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시선을 받는다. 특유의 승부욕이 곡해된 탓에 비난을 받았다. 그의 행보를 불편한 마음으로 보는 팬 생겼다. 이제 2년 차다. 스무살이다. 기량뿐 아니라 내면도 성장하는 중이다. 데뷔 시즌보다 다사다난하다. 강백호도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했다. 때로는 비우고 때로는 채웠다. 그리고 야구와 인간으로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콘텐트 경쟁력 저하로 위기에 빠진 한국 야구는 스타가 필요하다. 일간스포츠는 창간 50주년을 맞이해 강백호를 다가올 시대를 이끌어갈 후보로 꼽았다. 그와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 겉은 당돌하지만 속은 달랐다. - 어느새 데뷔 두 번째 시즌도 막바지다. 돌아본다면."2019시즌도 정말 빨리 지나갔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익수에 이어 중견수도 소화했다. 처음으로 큰 부상도 당했다. 잘못한 일도 있었다. 만족한 플레이도 있고 크게 부진하기도 했다. KT가 이전보다 많이 이겨서 가장 기뻤다. 찾아 오신 팬들이 웃으면서 돌아가실 수 있는 날이 많아져서 좋았다. 경험이 쌓이고 있다. 모든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 - 신인이던 지난해보다 나아진 점이 있다면."첫 번째 목표는 1번에서 3번으로 변경된 타순에 잘 적응하는 것이었다. 공격력 향상에 기여하고 싶었다. 솔직히 미숙한 부분이 더 많았다. 그러나 실패를 할 때마다 배우는 게 있었다. 스스로 칭찬한 점도 있다. 나아지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 올 시즌 성적은 만족하나."당연히 3할4푼 대 타율은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2할9푼 대였으니 '3할만 넘겨보자'는 각오만 했다. 0.356던 출루율도 4할 대로 올렸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는 생각뿐이다." - 고교 시절부터 주목받은 예비 스타다. 신인왕도 받았다. 현재까지 꽃길을 걷고 있다."감사한 일이 많다. 운도 타이밍도 좋았다. 그러나 그저 순탄한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 이유가 무엇인가."어린 시절에는 힘든 일이 많았다. 집안 얘기라 구체적으로 얘기하긴 어렵다. 전학을 많이 다녔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야구를 할 때도 가장 중요한 시기에 힘들었다. 고교 3학년 때는 야구를 하는 게 싫었다." - 1학년 때부터 주목받은 유망주였다."말하기 조심스럽다. 부담이 컸다. '너는 당연히 잘 되겠지'라는 시선 속에서 야구를 했다. 부모님과는 진로를 두고 갈등이 깊었다. 아버지는 넓은 무대를 바라보셨고, 나는 KBO리그에서 뛰고 싶었다. 3학년 초반에는 그런 고민이 무의미할 만큼 야구를 못하기도 했다. 다행히 7월에 열린 전국 대회부터 마음을 잡았고 경기 결과도 좋았다. 대통령배 우승에도 기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부담감은 프로 무대에서도 이어졌다." - 두 차례 슬럼프가 있었다. 길진 않았다."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치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내 슬럼프가 왔고, 길어지면서 자신감을 잃었다. 수비도 여전히 부담이 크다. 그런 상황을 이겨내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 배움과 깨달음이 경기에 반영되면서 버티긴 했다. 프로 무대에 입성하고 좋은 팀에 들어온 자체가 감사한 일이고 성공한 것이지만 마냥 순탄하진 않았다." - 신인급 범주에서 평가받기를 거부한 것으로 안다. 워낙 자신감이 넘쳐 보여서 고민이 없을 것 같았다."다른 문제다. 자신에 관대할 수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께서 칭찬에 인색했다. 초등학교 때는 중학교,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를 바라보게 하셨다. 현재에 만족해도 더 넓은 무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로 무대가 그랬다. 승부하는 다수가 띠동갑이 넘는 선배다. 신인이라고 직구만 던져주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1군 엔트리와 선발 라인업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한다. 평가 기준이 다른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 새 얼굴이기에 더 주목받기도 했다."당연히 잘 알고 있다. 갑자기 나타났고 화제성도 있던 것으로 안다. 그 관심이 정말 감사하다. 야구팬이 원하는 플레이를 한 것 같을 때는 나도 자신감이 생긴다. 그러나 1~2년 차에 머물 수 없지 않은가. 더 좋은 선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린 선수' 딱지를 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연차만 쌓인다고 성숙하는 건 아니다. 다행히 소속팀에 귀감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많은 것 같다."그렇다. 몸 관리를 하는 방식, 장기 레이스를 버티는 노하우, 경기에서의 마인드 컨트롤이 다르다. 배울 점이 너무 많다. 팀에는 그런 베테랑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젊은 선수의 패기도 도움이 되겠지만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경기력과 심리 관리 모두 기복이 큰 것 같다. 내가 그렇다. 더그아웃에서 중심을 잡아줄 고참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 팀은 그렇다. 후배로서 따뜻한 마음을 느낀다." - 십 수년 뒤에 그런 선배가 되고 싶나."나는 롤모델로 한 명을 꼽지는 않는다. 나는 나만의 길을 가야 한다. 그러나 존경하는 선배들은 매우 많다. 저마다 좋은 모습이 있고 그런 점이 귀감이 된다." - '국민 타자' 이승엽을 향한 존경심은 이전부터 전했다."당현히 존경한다. 데뷔 직전 겨울에 시상식에서는 자주 뵈었다. 그러나 유니폼을 입고 계신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은퇴를 하셔서 아쉬웠다. 지난 2월에 KT 전훈지에 오셨을 때 격려를 해주셨다. 긴 대화를 하지 못해 아쉬웠다." - 소속팀 주장 유한준도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배다."'나이를 거꾸로 먹는다', '회춘한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옆에서 보고 있다. 이제 20대 초반인 나도 현재 체력 저하에 시달리고 있다. 어떻게 30대 후반에 야구도 잘하고 에너지가 줄지 않는지 모르겠다." - 40대를 앞둔 강백호는 어떤 모습일까."선배들의 좋은 점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나도 현재 내 연차 선수가 존경할 수 있는 선수이고 싶다. 야구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너무 먼 얘기다. 그러나 야구 선수가 할 수 있는 건 두루 누려 보고 싶다. 건방진 얘기로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고는 모든 선수가 삼는 목표라고 생각한다." - 스타와 슈퍼 스타의 차이는 국제 대회에서의 활약이 가른다고 본다. 도쿄 올림픽 최종 엔트리 발표가 내달이다."성인 대표팀에 선발되면 자부심과 사명감이 더 커지지 않을까. 언젠가 대표팀에 중심이 되고 싶은 욕심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뛰어난 선배가 많다. 상대적으로 부족하지 않나. 반드시 선발되어야 한다는 강박은 없다." - 미국 무대 진출 계획은."지금은 없다." - 기량과 신체 능력을 유지하는 선수가 롱런하고 정상급 선수가 된다. 필수 요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몸관리는 기본이다. 나는 매 순간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잘하고 있는 것만 고집하면 그 수준에서 머물게 되는 것 같더라. 발전을 하려면 실패를 해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 지금은 무엇에 도전하고 있나."큰 틀 안에서 세부적인 지점은 자주 변화를 주고 있다. 동기는 여러 가지다. 가까이 동료 선수도 있고 해외 무대에서 뛰는 선수도 있다. 다가올 겨울에는 강한 몸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지난 캠프 때는 감량을 했었다." - 사생활 관리도 중요하다."아직은 구단이나 선배의 별도 조언을 들을 만한 일 자체가 없었다. 말썽부리지 않을 것이다." - 경각심은 있나."당연하다. 야구의 인기 덕분에 많은 관심을 받는 것에 감사한다. 그러나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 행복을 추구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항상 행동 거지를 조심하겠다. 일단 술을 마시기 않기 때문에 실수를 많이 하지는 않을 것 같다." - 얼마 전에 인성 논란이 있었다. 외부 시선도 선수 생활에 중요한 요인이다."내가 건방져 보이고, 그런 모습이 불쾌감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당차다며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 팬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다. 사실 이전부터 지나친 승부욕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하려고 노력했다. 사직구장에서 그 일이 불거지기 전부터 그랬다. 팬들이 좋지 않은 시선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새기고 조심하려고 한다." - 일간스포츠와의 인연은 2017년 8월이다.'어떤 프로 선수가 되고 싶나'는 질문에 답한 각오를 얼마나 지킨 것 같나.(강백호는 51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 대회에서 서울고를 우승으로 이끌며 MVP가 됐다. 그는 '당차면서 주눅이 들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더 나아가 소속팀 간판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50%다. 아직 갈 길이 멀다." -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뒷모습이 있다면."떠밀려서 은퇴를 하고 싶지는 않다. 팬들도 아쉬워하는 때에 떠나고 싶다. 물론 바람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창간50 강백호의 길②] 두 은사가 전하는 승부욕 그리고 바람[창간50 강백호의 길③] 비범한 야구 선수의 평범한 뇌구조 2019.09.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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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영화제 이사장 문성근 "개성에 남북 공용 영화 세트장 설립도 꿈꿔"

"정치 활동 끝내고 어떤 자리를 다 떠나 행복한 배우 생활만 하려고 했어요. 실제로도 그렇게 살고 있었고요. 근데 교류 협력 시대를 열면서 남북영화제를 개최한대요. '이건 네가 해야지' 하는데 외면할 수 없잖아요. 운명이자 숙명일까요. '알겠습니다' 했죠. 하하." 배우 문성근이 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1st PyeongChang International Peace Film Festival) 이사장으로 나섰다. 무엇이든 '처음'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지만 '시작'은 수 많은 시행착오 가시밭길 열렸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어려울 것을 알면서도 또 덤벼 들었다. '남북'과 '영화'라는 키워드 안에서는 고민도 사치였다. 강원도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평창남북평화영화제는 지난 16일 배우 조진웅·최희서의 사회로 성황리에 개최했다. 문화계는, 특히 영화계는 정치·경제·사회적 관계를 떠나 북한과 꾸준히 교류 중이다.공교롭게도 올해는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영화계 대표 어른으로, 또 여전히 영화계에 몸 담고 있는 영화인으로 "걱정이 많다"는 첫 마디를 꺼낸 문성근은 "안전을 위주로 다양성이 죽고 있다는건 눈에 보이는 실체이고, 투자·배급의 수직계열화 구조가 날이 갈 수록 심해져 무방비 폭격을 당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유행을 좆는 자가복제는 독이다"며 거침없는 쓴소리를 날리면서도 "그럼에도 어느 민족보다 뛰어난 창작자들과 대단한 배우들이 있으니 버텨내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또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영화계에 몇 사람 있긴한데 다 나처럼 내 놓은 사람들이긴 하다"는 뼈있는 농담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이사장이 됐다."어떻게든 정치 활동을 끝내고 행복한 배우 활동을 재개해서 너무 너무 좋았다. 진심이다. '라이프'에서 후배 의사들에게 생난리(웃음)을 치면서 희열을 느꼈고, 9월 방송될 '배가본드'에서는 백윤식 선배와 신나게 찍었다. 뭘 하든 착착 맞아 떨어지니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더라. 매일 '아, 행복하다!' 생각했고, '이걸 두고 즐겁지 않은 일, 의무로 하는 일을 그렇게 길게 했나' 싶기도 했다. 소진된 에너지를 연기로 다시 끌어 올리고 있었는데 '남북영화제' 준비 소식이 들리더라. 아무래도 아버지(고 문익환 목사)가 계시다 보니까 영화계 중론이 내가 맡아야 한다는 쪽으로 굳어졌다. '알겠습니다' 할 수 밖에 없었다.(웃음)" -어떻게 기획된 영화제인가."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두 달 정도 났을 때, 최문순 강원지사가 강원영상위원회 방은진 감독에게 '평창에서 대화 교류 협력 시대가 열렸는데 이걸 국제영화제로 확산 시켜 나가고 싶다'는 계획을 제안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걸 강원도가 앞장서 적극적으로 돕겠다는데 좀 좋나.(웃음) '무조건 해야 할 일이다' 싶어 동의가 됐다." -영화계는 북한과 끈을 놓지 않으려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류는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2003년에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부국재제) 이사장과 이용관 현 부국제 이사장, 임권택 감독, 강우석 감독, 나, 그리고 CJ엔터테인먼트 측 관계자들까지 다 함께 북한에 방문했었다. '어떻게 교류해 나갈 것인가'가 주 내용이었다. 그 바탕에는 '영화의 효용성'에 대한 인식이 있다. 분단 이질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데, 우리가 더 멀어지지 않으려면, 조금씩이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지려면 공통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문화 예술이다. 우리보다 먼저 경험한 독일의 지성들이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선례가 될까."독일도 급격히 통일되면서 동독과 서독이 극심한 과도기를 겪었다. 통합하는데 있어 문화·예술의 기능이 컸다. 영화의 경우 관객은 주인공 한, 두명이나 조연 누군가에게 감정을 이입 시킨 채 줄거리를 따라가게 돼 있다. 감독이 사이즈를 달리하고 다른 것에 시선을 분산시켜도 결국 인물을 지켜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일체화가 돼 그 인물에 나를 비춰보기도 하고, 또 남을 보기도 한다. 영화 매체가 갖는 동질성 회복의 힘, 공감의 힘을 알기 때문에 기여할 바가 무엇인지도 알고있는 것이다." -북한과의 교류는 어떤가."일단 '평창남북평화영화제'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왜 만들어졌는지, 위원회가 어떻게 꾸려졌는지도 안다. 다만 우리는 여러 민간 단체가 알아서 일을 하는 편이라면, 북은 중앙정부가 하달하는 구조다. 통일전선부 산하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이 있다. 우린 민화협 쪽 일꾼들과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가 되면 간부들이 산하 기관에 지시를 내린다." -반응은 긍정적인가."음…. 이번에 진행하면서 북쪽에 서운하고 안타까운 지점들이 있었다. 남북관계는 북미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 바짝 긴장한다. 또는 불쾌해 한다. 그것을 드러내면 또 단절이다. 민간과의 교류도 싹 다 단절한다. 회담에도 안 나온다. 사실 북 측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그런 이야기를 한다. '궁극적으로 정치·군사 회담이 최종 단계이고, 모든 것이 그것을 위한 과정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근데 그것이 결렬되면 한창 진전되고 있었던 것들도 그대로 무너진다. MB 때 경험하지 않았나. 고위급 의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문화·체육 교류가 꾸준히 필요하다. 그걸 국민들에게 계속 보이면서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그 힘이 고위 의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문 목사(문익환)가 김 주석(김정일)을 설득한 방법이기도 하다. 현정화·리분희 탁구는 지금까지도 회자되지 않나. '더 이상 단절의 씨앗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문화·체육의 파급력은 크다."엄청나다. 그래서 안타깝다. 사실 우리는 1970년대 영상자료원이 생겼다. 50~60년대까지만 해도 '보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이전의 자료는 별로 없다. 긁어 모을 수 있는대로 모았지만 없어진 작품이 많다. 근데 북 측은 그걸 40년대 말부터 했다. 없어진 자료 중 상당량이 북 측에 있다. 속된 말로 '남북관계 개선하자'고 하면 몇몇 젊은 층은 '왜 통일하냐. 세금 많이 낸다'는 말부터 하더라. 뭘 하든 '퍼주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북 측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도움과 자산도 많다. 그 필름만 공유해도 남 측은 문화가 올라간다. 돈도 한 푼 안 든다." -평창남북영화제의 숙제이기도 하겠다."맞다. '필름을 복사해서 영화제에 출품해 달라'고 했다. 영화사(史)를 정리하는 심포지엄을 열 계획인데 학자를 보내 줄 수는 없는지, 더 나아가 영화 제작자들이 북한 로케이션을 희망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비용 측적이나 안내해 줄 사람은 정리가 되는지 등 다양한 안건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그러다 올해는 남 측에서만 진행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경색 국면 속 협찬도 싹 끊겼었다. '이렇게 됐는데 무슨 남북영화제냐'고 피하더라. 근데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해 월북하니까 바로 다음날부터 협찬 재개 전화가 오더라.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웃음)" -북한의 영화 시장은 어떤가."요즘 영화가 잘 안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이 '감각을 현대화 하라'는 주문을 했다는데 그래서인지 더 안 나오고 있다. 북한은 여전히 후시녹음을 한다. 때문에 남한과의 교류는 북 측에서도 목말라 할 지점이다. 이를테면 남쪽의 능력있는 감독이 촬영감독과 북쪽 영화를 찍어주는 것 만으로도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교류가 있을 수 있겠나. 남북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세트장을 지을 수도 있다. 촬영 포함 CG까지 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어마어마한 메카가 될 것이다. 사극 하나 찍으려면 부안·문경·속초를 돌아 다녀야 하는데, 개성은 서울역에서 다리 하나 놓으면 30분이다. 그것까지 꿈꾸고 있다. 다만 배우의 합작 공연은 남북 연기 패턴이 너무 달라져 어려울 수 있다. 노래와는 다르다." -영화제에서 북한 영화가 상영된다."5편을 튼다. 다큐 하나, 극영화 3편, 애니메이션 하나. 개막작 '새'는 1992년도 작품인데 실화다. 필름이 온전하게 보전돼 있어 천만 다행이었다. 여배우는 문예봉이라는 배우인데 월북한 배우다. 우리나라의 김지미·전도연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웃음) 영화 애호가들 입장에서는 어떤 의미를 떠나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좋은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마련되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시작이 반이다. 스타트를 끊었다."강원도나 우리나 '어려울 수록 소통의 끈을 놓지 않고 추진해야 풀렸을 때 꽃이 피지 않겠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다른 영화제들은 꼭 도청과 갈등이 있기 마련인데 여기는 하나도 없다.(웃음) 과거 부산국제영화제를 만들 때 심정도 든다. 서울시가 거부해 제2의 도시인 부산으로 찾아갔다. 그땐 여야 구분없이 '꼭 성공해야 한다'고 달려들었다. 이번에도 비슷하다. 정지영 감독, 이춘연 대표, 안성기 등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다 붙어서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강원도민들의 영화제를 인식해주고, 영화인들이 남북 교류를 위한 교두보로 알아 준다면 1차 목표는 달성이다." -직접 영화를 연출할 생각은 없나."없다. 그건 뇌구조가 달라야 한다.(웃음) 감독은 영상적 사고를 많이 해야 한다. 감독들과 이야기를 하면 그들은 영상으로 모든 것을 기억 하더라. 일부러 외우지 않아도 그렇게 된다고. '저런 사람들이 감독을 하는구나' 싶었다. 1990년대 말에는 한때 생각해 본 적도 있는데, 스크린 쿼터 싸움에 영화계 공익 근무 등 이것저것 하기 시작하면서 기회를 놓쳤다. 지금 보면 안 하길 잘했다. 하하."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이다."걱정이 많다. 다양성이 죽고 있다는 것이 제일 문제다. 투자사들의 투자 행태가 마케팅까지 손을 뻗쳤다. 그 구조는 몽땅 수직계열화 돼 있다. 투자, 배급, 극장을 한 회사에서 한꺼번에 한다. 이제는 케이블 TV도 움직이더라. 극장과 배급을 같이 하니 좋은 작품은 큰 회사로 몰려간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 영화 중심으로 다시 배급을 한다. 케이블TV 수익으로 부가 매출까지 일궈낸다. 한쪽으로 몰리면 권력이 강화될 수 밖에 없다. 스카이(SKY,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나온 사람들 30명이 앉아서 '할리우드에서 성공한 플롯'을 놓고 작품을 분석한다. '5분마다 웃겨라, 10분마다 벗겨라' 그게 꼭 문법처럼 정리돼 있다. 그것에 시나리오를 끼워 맞춰 개작을 요구한다. 당연히 비슷한 영화가 쏟아진다. '부산행' 이후 이상한 좀비 영화들이 엄청 나왔는데 다 망했다. 자가복제는 독이다. 홍콩 영화가 망한 과정이다. 그런 면에서 매우 위험하다." -그럼에도 좋은 면을 본다면."워낙 뛰어난 감독들이 많고, 대단한 배우들이 많다. '한류가 오래 지속될 것이다' 이야기 하는 것은 창작자와 배우들 때문이다. 어느 민족보다도 알짜배기다. 배우들만 해도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동시기 활동했던 시대가 없다. 송강호 등 50대부터 조정석·박정민까지 세대별로 층층이 쌓아져 있다. 감독 지망생들도 아직은 많지만 거대한 산업 구조상 이들의 자질과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좁아진다면 한국 영화계에도 패착이다. '서편제'나 '살인의 추억', 이창동 감독의 영화가 10편 만들어질 수 있었다면 이제는 한 편이 채 만들어질까 말까다. 관객을 위한 영화와 관객 아부성 영화는 분명 다르다. 좋은 말 하려다가 또 딴 길로 샜다. 하하. 영화계에서 이런 말 하는 사람이 몇 되는데 다 내놓은 사람들이다.(웃음)" -배우로서 활동 계획은 어떤가."'바이러스'로 오랜만에 영화 한 편을 하고, 9월 '배가본드'에 이어 내년 방영 예정인 드라마까지는 봐 뒀다. 꾸준히 찾아주는 사람이 있는 한, 나 역시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집안 식구가 모두 나오는 주말 연속극이 많이 없어지고, 미니시리즈도 주인공 몇 명만 왔다갔다 해도 이야기가 통하니까 나이든 배우를 찾는 곳이 예전보다는 사라졌다. 그래도 배우는 현장에 있을 때 제일 좋다. 찾아주면 좋겠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19.08.1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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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알콜 취중토크④] 호피폴라, 음악 다음으로 생각하는 건 제빵·치킨·겸손하기

호피폴라가 음악 다음으로 많이 생각하는 건 무엇일까.호피폴라가 무알콜 취중(취향존중)토크를 진행하면서 번외편으로 '뇌구조' 작성을 했다. 멤버들의 취향·관심사·성향 등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아일은 고민 없이 빠른 속도로 빈칸을 채워나갔다. 키우고 있는 강아지 3마리가 요즘 아무데나 실수를 해서 걱정이라면서 강형욱 훈련사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치킨을 너무 좋아해 치킨을 뺄 수 없다고도 했다. 또 요즘 모기에 자주 물려 '모기 퇴치'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게임은 잘 하진 않지만 관심이 많고, 기회가 된다면 영화 같은 스토리가 있는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은 바람도 있다고 전했다.홍진호는 음반·투어·첼로·연습 등 대부분 음악, 호피폴라와 관련된 단어들로 뇌구조를 채웠다. '슈퍼밴드'를 9개월 동안 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는지 '피로'라는 단어도 적었다. 자동차를 쓴 이유에 대해선 "요즘 차를 바꾸고 싶어서 적었다"고 설명했다.가장 오래 고민하고 조심스럽게 뇌구조를 완성한 건 하현상이었다. 그리고 음악만큼이나 제빵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제빵을 두 번이나 썼다. 하현상은 "프로그램이 끝나면 제빵을 배우고 싶었는데 우승을 하게 되고 바빠져서 제빵 학원 다니는 걸 미뤄야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멤버 중에 유일하게 소식하는 하현상은 "빵을 너무 좋아하고, 빵은 많이 먹을 수 있다"고도 했다.김영소는 '겸손'이라는 단어를 썼다가 하현상이 "거짓말 하면 안된다. 솔직하게 써야된다"며 장난치며 놀리자 "형이 제 머릿 속에 들어와보셨어요? 정말 제 좌우명이에요. 겸손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그러자 아일이 "그럼 겸손이 아니라 겸손하기라고 써야된다"고 말을 보탰고, 결국 김영소는 '겸손 하기'라고 썼다. 막내 김영소를 놀리며 장난치는 형들(아일, 하현상)과 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홍진호의 모습은 마치 가족같아 보였다. 홍진호가 "호피폴라에서 아빠를 맡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이유를 확인한 순간이었다.김연지 기자 kim.yeonji@jtbc.co.kr사진=박세완 기자, JTBC [무알콜 취중토크①] 호피폴라 "'우승하자'고 했던 말, 이뤄지니 신기해"[무알콜 취중토크②] 호피폴라 "김동률 선배님과 음악 작업 해보고 싶어"[무알콜 취중토크③] 호피폴라 "'슈퍼밴드', 인생에서 최고 잘한 일"[무알콜 취중토크④] 호피폴라, 음악 다음으로 생각하는 건 제빵·치킨·겸손하기 2019.07.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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