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삼성 감독은 24일 대구 두산전에 라인업에 변동을 줬다. 4번으로 고정시킨 심정수를 6번으로 내리고 3·5번에도 양준혁과 크루즈를 맞바꿔 배치했다. 전날까지 4연패. 지난 주중 인천 SK전 3연패까지 합친다면 삼성은 최근 8경기에서 1승 7패였다. 성적도 10승 11패로 시즌 처음으로 승률이 5할 밑으로 떨어졌다. 투수진의 부진도 있었지만 공격에서 중심타선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위기의 삼성을 구해낸 해결사는 바뀐 중심타선이 아닌 하위타선이었다. 그 중심에는 9번 김재걸이 있었다. 홈 팬들은 그가 안타를 터트릴 때마다 “걸사마”를 연호했다.
아직도 선발보다 전천후 백업이라는 자리가 어울리는 김재걸이지만 이날 보여준 방망이 실력은 2005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발군의 활약(4경기 12타수 6안타 2타점 4득점)을 펼쳤던 치던 바로 그 ‘걸사마 모드’였다. 4타수 2안타(2루타 2개) 2타점. 적시에 터진 김재걸의 소금같은 2루타 2개로 삼성은 7-3으로 승리하며 연패에서 벗어났다. 5할 승률에도 복귀했다.
첫 2루타는 0-0으로 맞선 3회말 터졌다. 중전안타를 치고 나간 진갑용을 1루에 두고 두산 선발 랜들의 3구째 직구를 공략해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만들어냈다. 무사 2·3루 후속에서 삼성은 후속 박한이의 외야플라이로 균형을 깼다. 7경기만에 뽑아낸 선취점이었다. 2루에 있던 김재걸은 후속 최형후의 2루타로 홈을 밟았다.
2-0으로 앞선 4회말 2사에서 터진 2번째 2루타는 팀 승리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2사 1·3루에서 불리한 볼카운트(2-1)를 딛고 랜들의 5구째 슬라이더를 통타해 좌중간을 갈랐다. 3루주자 양준혁은 물론 1루주자 진갑용까지 홈으로 불러들였다. 4-0. 삼성이 6회 수비에서 권혁·안지만 등이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는 등 불펜의 난조로 3점을 허용한 것을 감안하면 귀중한 2타점 2루타였다.
개막 초반 주로 대수비 요원으로 출전했던 김재걸은 시즌 첫 안타를 친 지난 19일 대구 LG전 이후 팀내에서 최고의 선구안과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포함 최근 5경기 타율은 5할(12타수 6안타)에 이른다.
“스프링캠프 때 타격 폼에 약간 변화를 줬는데 시범경기 막판 타격 밸런스가 꼬이면서 시즌 초반 부진했다”는 김재걸은 “이종두 타격코치의 조언으로 지난 19일 LG전을 계기로 밸런스를 찾은 것 같다. 팀 연패를 끊는데 도움이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프로 14년차지만 아직도 인터뷰하는 게 쑥쓰럽다. 팀에서도 조명받는 자리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뒤에서 돕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