飷㎞.'
KIA 마무리 한기주(21)가 8일 삼성전에서 8회 크루즈를 상대로 6구째 던진 공이 포수 미트에 꽂히자 전광판에 나온 볼 스피드 숫자였다. 3-0으로 앞선 2사 만루 절대 위기에서 크루즈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한기주의 힘 있는 '광속구', KIA 관중석에서는 환호성이 우레같이 터져 나왔다.
한기주는 선발 윤석민의 7이닝 무실점 호투에 이어 8회 등판한 손영민이 2사 만루 위기에 몰리자 마운드로 성큼성큼 걸어올라왔다. 안타 한 방이면 승부를 알 수 없어지는 순간. 한기주는 크루즈를 상대로 오직 직구 하나만으로 승부했다. 그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초구 153㎞의 공은 약간 바깥쪽으로 흘러 볼. 이어 2구째 155㎞에 크루즈가 배트를 휘둘렀지만 3루쪽 파울. 3구 154㎞ 스트라이크로 크루즈를 몰아세웠고 볼카운트 2-2에서 6구째 159㎞의 광속구를 크루즈 몸쪽으로 찔러넣어 호쾌한 삼진을 잡아냈다.
하지만 아쉽게 159㎞는 비공식 기록이다. KIA는 광주구장에 두 대의 스피드건을 설치해 놓고 있다. 한 대는 1층 기록실, 또 한 대는 본부석 2층의 전력분석팀 자리에 있다. 공식 기록은 전력분석팀 스피드건를 이용한다.
전광판에 나오는 투구 스피드는 포수 뒤쪽 1층 기록실 안에 설치된 스피드건에서 나온다. 그런데 투수 쪽으로 약간 사각으로 맞춰 놓아 일반적인 스피드보다 2~3㎞ 더 빠르게 나온다. 투수가 던진 초속이 기록되는 셈이다. 반면 KIA의 공식 기록으로 인정하는 전력분석팀의 스피드건은 본부석 2층 앞쪽에 포수쪽에 맞춰 설치돼 있다. 전광판에 찍힌 159㎞는 전력분석팀 공식 기록으로는 154㎞였다. 오히려 2구째 파울이 될 때 155㎞가 이날 한기주의 최고 구속이었다. 참고로 2006년 프로에 데뷔한 한기주의 최고 구속은 157㎞. 프로야구 최고 구속은 엄정욱(SK)의 158㎞이다. 이날 전광판의 기록(159㎞)은 비공인 최고 기록인 셈이다.
전날 6-1로 크게 앞선 9회 2사 1,2루에서 등판, 실전 감각을 익힌 한기주는 이날 올 시즌 최고의 피칭으로 팀 승리를 지켜냈다. 8회 위기를 넘긴 데 이어 9회에는 볼넷 한 개만 허용하고 무실점으로 시즌 6세이브째를 기록했다. 한기주는 4월 22일 히어로즈전 이후 오른 어깨 피로를 호소해 줄곧 쉬었다. 무려 15일만이자 10경기째 만에 7일 경기에서 복귀하자 조범현 감독은 "한기주의 성공적 복귀가 다행스럽다"고 반겼다. 그리고 8일 완벽투로 감독의 기대에 보답했다.
한기주는 "크루즈를 상대할 때는 한 방 맞으면 동점 내지 역전을 허용하는 상황이라 모든 힘을 쏟아 던졌다. 크루즈의 약점이 몸쪽이라 몸쪽 공략이 성공했다. 그동안 많이 쉬어 오늘은 투구 밸런스를 찾기 위해 전체적으로 전력 피칭을 했다"고 말했다.
광주=한용섭 기자[orange@joongang.co.kr]
▷
SK 엄정욱, 2003년 158km 공식 최고 기록▷
한화, 8회 4타점…롯데 제압 4연승 뚝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