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메시는 꽁꽁 묶이며 중거리슛 2개를 날리는데 그쳤다. 조제 무리뉴 감독은 발렌시아의 수비법을 한층 더 발전시켜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메시를 순하게 길들이며 바르셀로나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허정무 감독은 메시를 질식시킨 수비법들을 기초로, 자신만의 방어법을 만들었다.
①덤비면 탈난다
메시의 패스는 수비수가 떠난 자리를 향한다. 수비수가 압박하는 순간 메시는 옆 동료에게 슬쩍 볼을 내준 후 수비수가 떠나온 자리에서 볼을 다시 잡기 때문이다. 메시가 공간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1대1로 대결해서는 메시를 이길 수 없다. 쉽사리 개인 압박을 펼쳤다가는 오히려 메시가 활개친다는 것을 허 감독은 잘 알고 있다.
24년 전 86멕시코월드컵에서 마라도나에게 한국 수비수들이 허둥댔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허 감독은 무모한 1대1 압박보다는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각을 좁혀 메시의 활동반경을 봉쇄할 생각이다. 이같은 수비법은 지난 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 때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와 파브레가스(아스널)을 상대로 효율성을 입증한 바 있다.
②오른발로 드리블하게 하라
일단 메시가 볼을 잡으면 수비하는 선수는 메시의 왼발에 집중한다. 메시가 오른발로 드리블하게 하면 성공이다. 메시가 오른쪽으로 볼을 몰고가면 그 곳에는 항상 덫이 놓여있다. 1∼2명이 기다리고 있다가 순간 압박으로 볼을 뺐는 방식이다.
발렌시아의 다이아몬드 수비법도, 인터 밀란의 질식 수비도 이같은 원리에서 고안된 것들이다. 남아공월드컵 남미예선에서 브라질 역시 실바가 1차 저지하고, 다른 선수들이 덫을 놓아 메시를 잡았다. 둥가 브라질 감독은 "메시를 집중 마크 하지 않겠다"며 조직적인 수비를 펼쳐 보였다.
③공간을 없애라
무리뉴 감독은 메시의 바르셀로나를 맞아 8명을 뒤로 물려 수비에 집중했다. 8명이 2선으로 촘촘히 진을 치면 패스나 침투공간이 사라진다. 스페인전 당시 한국이 4-2-3-1 시스템으로 미드필더를 두텁게 세운 후 역습을 노리던 것과 비슷한 패턴이다.
패스 성공율과 경기 주도율에서는 인터 밀란이 현저히 밀렸다. 하지만 결국 승자는 인터 밀란이었다. 스페인과 평가전 당시 한국 전술에 많은 팬들은 지나치게 수비적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축구는 이기는 것이다. 허 감독은 무모한 도전보다는 실리를 챙기는 덫으로 아르헨티나마저 잡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