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양박' 박지성(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박주영(27·아스널)이 한숨짓고 있다. 외부에서 들려오는 온갖 말들이 두 선수의 온전한 집중을 방해하고 있어서다.
박지성은 느닷없는 결혼설에 휘말렸다. 11일 한 인터넷 매체가 '박지성이 미스코리아 출신의 재일동포 사업가 오지선(31)씨와 결혼을 전제로 열애 중'이라 보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국민 신랑감'으로 불리는 박지성인 만큼, 파장은 엄청났다.
가족과 소속사 관계자들에게 하루 종일 취재공세가 이어졌다. 부친 박성종씨가 "지성이에게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여자가 있다는 건 낭설"이라며 부인하고 나섰지만,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한동안 전화기를 꺼뒀던 박 씨는 결국 아들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사실무근"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평소 박성종 씨는 아들과의 전화통화에서 경기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만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지만, 근거 없는 루머가 자꾸만 확대·재생산되자 용기를 냈다.
박주영도 상황이 비슷하다. 아스널 이적 이후 좀처럼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한 달 내내 '개점휴업' 상태로 보낸 박주영이 1월에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하자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일부 팬들과 언론이 '박주영은 당장 아스널을 떠나라'며 공개적으로 압박을 하기에 이르렀다. 11일 언론사들을 상대로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 또한 '소속팀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박주영을 대표팀에 기용할 것인가'라는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했다.
1월은 두 선수 모두에게 중요한 시기다. 박주영에겐 사실상 '마지막 비상구'다. 21일 개막하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대비해 제르비뉴, 마루앙 샤막 등 두 명의 동료 공격수가 자리를 비운다. 레전드 공격수 티에리 앙리가 2개월 시한부로 임대 영입됐지만, 박주영에게도 어떤 방식으로든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근래 들어 박주영이 아스널 리저브팀(2군) 매치에 2경기 연속 출장하며 감각을 조율 중인 것이 이를 방증한다. 박주영은 5일 선덜랜드전에 이어 12일에도 애스턴 빌라와의 리저브 리그 경기에 선발 출장해 전반45분을 소화했다.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인 박지성 또한 본격적으로 힘을 내야 할 시기다. 늘 그랬듯, 지금부터 치고 올라가야한다. 소속팀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힘겨운 주전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집중력을 한층 높일 필요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불거진 두 선수 관련 '말말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축구계 관계자들이 적잖다. 박지성 측 관계자는 12일 일간스포츠와의 전화통화에서 "갑작스럽게 결혼설이 터져나왔지만 박지성은 별다른 내색을 않고 있다"면서도 "이번 루머가 경기력에 도움될 내용은 아니지 않은가. 근거 없는 루머로 선수를 흔드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