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30)의 일본 오릭스 진출. 롯데는 성적과 인기면에서 '공백'을 걱정했다. 기존 선수들의 성장이 대안이었다. 2012년 여름, 부산 사직구장은 여전히 뜨겁다. 이대호가 받았던 그 함성이 강민호(27·롯데)를 향하고 있다. 2일 사직 SK전에서 가장 큰 함성을 이끌어낸 이는 강민호였다.
강민호는 0-0이던 2회말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SK 선발 윤희상의 시속 144㎞짜리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우월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시즌 11호. 지난 주말 잠실 두산전 3연패(6월29일~7월1일)로 무거웠던 롯데 더그아웃에 활기를 불어넣는 아치였다. 강민호는 "7연승을 하다 3연패를 했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경기였다"고 했다. 강민호의 결정력이 또 한 번 필요한 시점이 왔다. 롯데는 4회초 2사 2·3루에서 SK 조인성의 2타점 중전적시타로 1-2 역전을 허용했다. 4회말 롯데는 손아섭·홍성흔의 연속 안타와 박종윤의 볼넷으로 1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 강민호가 섰다. 강민호는 "직구를 노리고 있었다"고 했다.
윤희상은 초구 변화구를 택했다. 강민호는 정확한 배트 컨트롤로 공을 정확하게 때렸다. 집중력으로 만든 타구는 좌익수 키를 넘어 펜스를 맞혔렸다. 3타점 싹쓸이 2루타. 롯데는 다시 승부를 뒤집었고, 경기는 결국 롯데의 승리로 끝났다. 강민호는 이날 3타수 2안타 4타점의 맹활약으로 팀을 3연패 늪에서 건져냈다.
인기에 걸맞은 활약이었다. 강민호는 지난 1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올스타 팬투표 중간 집계 포수 부문에서 72만7063표를 획득하며 전체 1위에 올랐다. 팬 투표 시작부터 5차 집계가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이대호가 기록한 역대 최다 득표(83만7088표) 경신도 가능한 속도다.
강민호는 롯데의 간판 선수가 됐다. 사실 롯데의 주전 선수라면 올스타전 선발 출전 가능성은 커진다. 그러나 최다득표는 '성적'이 뒤따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표심을 끌 만한 맹활약. 팬 투표 1위 유지를 확인한 다음날 강민호는 탁월한 결정력으로 팬들의 성원에 화답했다.
-4타점을 올렸다.
"(2회 홈런 때는)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에서 윤희상의 높은 슬라이더에 헛스윙을 했다. '평소보다 힘이 많이 들어갔구나'라고 반성했다. '중심에 정확히 맞힌다'는 생각으로 다시 타석에 들어섰고, 결국 홈런을 쳐냈다. 4회 1사 만루에서는 외야 플라이를 치겠다는 생각이었다. 직구를 노리고 있었는데 변화구가 들어왔다. 어렵게 타이밍을 맞췄는데 2루타가 됐다."
-시즌 11홈런을 쳐냈다.
"한 시즌 개인 최다(23개·2010년)를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20홈런에는 욕심이 있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들었다.
"6월29일 두산전에서 파울 타구에 정강이를 맞아 통증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 정도의 부상은 안고 뛰어야 한다. 더구나 팀이 7연승을 하다 3연패에 빠진 상황이었다. 더 집중해야하는 경기였다."
-치열한 순위 경쟁이 부담이 될텐데.
"나는 포수이고 타자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집중해야 한다. 한 경기로 순위가 바뀐다.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롯데 선수 모두가 가지고 있다."
-롯데의 사상 첫 정규시즌 1위를 기대해도 될까.
"지금까지 잘하고 있지 않나. (정)대현이 형이 복귀하고, (홍)성흔이 형이 부상을 완전히 털어내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선다면 더 강한 전력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정규시즌 우승, 꼭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