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23일 현재 36승27패로 3위에 올라있다. 2위 넥센과는 0.5게임차로 근소하게 뒤져있다. 반면 두산은 30승1무30패로 6위에 머물러있다. LG와는 4.5경기 차이. LG가 상승세를 타며 4강 싸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 계속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두산은 4강 진입도 쉽지 않아 보인다. 올 시즌 두 팀의 뒤바뀐 운명에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느껴진다.
10년 만에 '곰' 따라잡은 '쌍둥이'
두산은 2000년대 이후 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안정된 전력으로 10년 넘게 정상 자리 언저리를 맴돌았다. 2007·2008년에는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해 SK를 상대로 명승부를 선보였다.
LG의 상황은 달랐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 진출 이후 10년 연속 포스트시즌과 인연이 없었다. 부진한 성적 탓에 'DTD(Down to down·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모래알 팀'이라는 오명까지 썼다. 그 사이 한 지붕 아래 두 가족인 두산과 LG의 전력차는 벌어졌다.
하지만 올 시즌 두 팀의 처지는 뒤바뀌었다. '신바람'을 타며 무서운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LG와 달리 시즌 전 삼성·KIA와 함께 3강으로 분류됐던 두산은 4강 밖에서 힘겨워하고 있다. LG가 시즌 성적에서 두산을 앞선 것은 무려 10년 만이다. 2003년 LG는 60승2무71패를 기록, 57승2무74패(7위)의 두산을 제치고 6위에 올랐다.
관중 동원에서도 LG가 두산을 앞서고 있다. 2만7000석 규모의 잠실구장을 함께 쓰는 두산과 LG. 지난해 두산은 129만1703명의 관중을 불러모아 LG(125만9480명)보다 강한 티켓파워를 자랑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LG는 경기당 평균 1만8120명을 기록해 두산의 평균 관중수(1만6990명)를 뛰어 넘었다.
'뒷문'과 '타선의 영양가'가 가른 운명
뒷문의 강도와 타선의 영양가가 두 팀의 운명을 갈랐다. LG는 FA(프리에이전트) 정현욱을 영입해 불펜을 보강했다. 이동현-정현욱-봉중근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는 '지키는 야구'를 가능케했다. LG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3.08로 9개팀 중 단연 1위다. 마무리 봉중근은 16세이브로 부문 공동 3위, 이동현과 정현욱은 나란히 11홀드로 부문 공동 1위다.
이에 반해 두산의 불펜은 평균자책점 4.68로 5위다. 마무리 홍상삼의 부진과 오현택-정재훈 등 필승조는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두산은 리드한 경기에서도 막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팀 평균자책점에서도 LG가 3.59(1위)로 두산(4.87·8위)에 월등히 앞서 있다.
타선의 영양가에서도 LG가 두산에 앞선다. 팀 타율에서 두산(0.286)과 LG(0.280)는 1·2위다. 하지만 득점권 타율에서 LG는 0.285(4위)로 높은 반면, 두산은 0.269(7위)로 팀 타율보다 낮다. 잔루도 LG(468)와 비교해 두산이 525개로 월등히 많다. 팀 타율은 높지만, 정작 득점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두산이 LG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