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출범한 홍명보호가 새로운 필살기를 장착했다. '김델랍' 김진수(21·알비렉스 니가타)와 '김날두' 김영권(23·광저우 헝다)이다.
왼쪽 수비 김진수와 중앙 수비 김영권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의 유럽형 강호' 호주와의 2013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1차전에 풀타임을 소화하며 0-0 무승부를 이끌었다. A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 홍명보(44) 대표팀 감독은 "수비는 100점을 줘도 아깝지 않다"고 칭찬했다. 경기 중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김진수 스로인', '김영권 무회전 프리킥'이 상위권에 랭크됐다. 김진수와 김영권은 안정된 수비 외에도 각각 괴력 스로인과 괴력 프리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호주전 신데렐라 김진수
김진수가 호주전 종료 직전 상대 진영 사이드라인에서 던진 스로인은 25m 가량 날아갔다. 김진수는 이날 크로스를 방불케하는 장거리 스로인도 여러차례 선보였다. '인간 투석기' 로리 델랍(37·버튼 알비온)을 연상케하는 장거리 스로인으로 대표팀에 새 공격 옵션을 안겼다. 김진수의 에이전트인 김성호 FS코퍼레이션 실장은 "진수는 풀백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장거리 스로인을 연마했다. 어깨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도 연습을 빼먹지 않더니 정확도와 비거리가 점점 좋아졌다"고 소개했다.
김진수가 장거리 스로인만 갖춘건 아니다. 그는 A매치 데뷔전을 치르는 신예 답지 않게 튼실한 수비와 왕성한 공격 가담을 선보였다. 세트피스 전담 키커로도 나서 전반 41분 정교한 왼발 크로스로 김동섭(24·성남)의 헤딩슛을 이끌어냈다. 이용수 세종대 교수는 "호주전 가장 큰 수확은 김진수다"고 극찬했다.
김진수는 이영표(36·밴쿠버)의 대표팀 은퇴 후 2년 넘게 주인을 찾지 못한 왼쪽 풀백 대안으로 떠올랐다. 김진수는 연령별 대표팀에 빠짐없이 선발되며 엘리트 코스를 밟은 차세대 수비수다.
2009년 나이지리아 17세 이하(U-17) 월드컵에 주장 완장을 차고 손흥민(21·레버쿠젠) 등과 8강 신화를 썼고, 2011년 콜롬비아 U-20 월드컵에 한 살 많은 김경중(캉) 등과 출전해 16강에 진출했다. 지난해 일본 J리그 니가타에서 프로데뷔하자마자 주전을 꿰차 잔류를 이끌었고, 올 시즌도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 중이다. 김진수는 "공격형 풀백 다니엘 알베스(30·바르셀로나)가 롤모델이다. 더 정확한 크로스와 더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이란전 실수 만회한 김영권
김영권은 전반 30분 35m 정면에서 무회전 왼발 프리킥을 선보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8·레알 마드리드)의 주특기인 무회전킥은 회전이 적어 공기 저항을 덜 받고 뚝 떨어져 궤적을 예측하기 힘들다. 호주 골키퍼 유진 갈리코비치(33·애들레이드)의 슈퍼 세이브가 아니였다면 골로 연결될 뻔한 멋진 슈팅이었다. 김영권의 에이전트인 김성호 실장은 "영권이는 하루에 20~30개씩 장거리 프리킥을 연습한다. 호날두의 무회전킥 영상을 많이 본다. 2010년 일본 J리그 FC도쿄 시절 38m 프리킥으로 프로 데뷔골을 넣었고, 광저우 헝다에서 마르첼로 리피(65) 감독이 깜짝 놀랄 만한 장거리 프리킥도 종종 선보인다"고 전했다.
김영권은 지난달 18일 이란과의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에서 범한 뼈아픈 실수를 만회했다. 당시 김영권은 수비 진영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레자 구차네자드(26·스탕다르 리에주)에게 결승골을 헌납했다.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은 김영권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 절친 홍정호(24··제주)는 김영권의 트위터에 "너한테 뭐라고 하는 사람 없으니 너무 신경쓰지 마. 그래도 너가 있어 잘 마무리할 수 있었잖아"란 글을 남겼다. 와신상담한 김영권은 부상을 딛고 1년5개월 만에 A매치를 치른 홍정호와 함께 철벽 수비진을 구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