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錦衣還鄕 )'은 없었다. 메이저리거가 돼 돌아왔지만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은 무표정이었다. 해외 도박 파문을 의식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의 귀국 첫 마디는 "죄송하다"였다.
세인트루이스와 계약을 맺은 오승환이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계약 기간 1+1년, 최대 1100만 달러(약132억7000만원)를 받게 된다. 팀은 물론 리그 전체로 불펜 투수 중에서도 좋은 대우다. 그만큼 기대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현지 언론은 "오승환이 마무리 투수 트레버 로젠탈 앞에서 8회를 막는 역할을 해줄 것이다"고 전망했다.
좋은 소식을 전했지만 웃지 못했다. 해외도박으로 자신의 야구 인생에 오점을 남겼다. 그리고 귀국 후 나선 공식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팬들에게 사과를 건넸다. 오승환은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먼저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야구장에서 성숙한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잘못된 발언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오승환은 지난 12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현지 취재진에 "(도박 스캔들 때문에 메이저리그로 온 건) 절대 아니다"며 "큰 사건이 될지 몰랐고, 불법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사과나 반성이 엿보이지 않는 이 발언은 다시 한 번 논란이 됐다. 오승환은 이 발언에 대해서 거듭 "죄송하다"고 말했다. 공식 사과가 늦은 점에 대해서도 "100% 내 잘못이다"며 고개를 숙였다.
구체적인 목표, 새 팀에서의 보직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꼭 "야구장에서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도전을 향한 설렘과 포부가 왜 없을까. 그러나 마음껏 표현하지 못했다. 오승환은 "팀에 좋은 마무리 투수가 있다. 보직은 스프링캠프에서 정해질 것 같다. 성적 부담은 없다. 그저 한 시즌 맡은 보직을 이탈하지 않고 해내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유의 승부사 기질은 주저함 속에서도 새어 나왔다. 한 통계사이트가 예상한 3점 대 평균자책점에 대해서는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이다"며 "그저 전망일뿐이라고 생각한다.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팀에 입단했기 때문에 내 몫을 다해 월드시리즈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들과의 대결에 대해서는 초연했다. 같은 지구 피츠버그 소속의 강정호에 대해서는 "KBO리그 시절 맞붙어봤지만 일본으로 건너간 사이 기량이 좋아졌을 것이다. 상황에 맞춰 상대하겠다"고 했다. 류현진(LA다저스)에게는 "먼저 경험한 선배고 나보다 뛰어난 투수인 만큼 경쟁보다 조언을 많이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30대 중반에 다가선 나이에 대해 "나이 때문에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다. 지난해보다 몸상태가 훨씬 좋다"며 우려를 일축시켰다. 구종 추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떨어지는 공 구사 비율을 높일 생각일 뿐이다. 그는 "지금까지 해오던대로 한다"고 다시 강조했다.
향후 오승환은 취업 비자가 발급되는 대로 팀의 전지훈련지인 플로리다로 건너갈 계획이다. 그는 마지막 인사에서도 "야구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사죄하겠다"며 거듭 사과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