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전노장' 거스 히딩크(70) 감독이 이끄는 첼시(잉글랜드)가 파리의 개선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첼시는 1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파리 생제르망(프랑스)과의 2015~201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1-2로 무릎을 꿇었다. 팀의 주포 디에고 코스타(28)는 전반 26분 골을 터뜨리며 분전했으나 승리와는 인연이 없었다. 지난달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1차전에서도 1-2로 패한 첼시는 통합 스코어 2-4로 16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첼시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도 16강에서 파리의 벽을 넘지 못했다. 파리는 '해결사'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5)의 후반 21분 결승골에 힘입어 4년 연속 8강 진출의 대업을 달성했다.
10일 영국 공영방송 BBC는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탈락은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BBC가 첼시의 파리전 패배를 '위기'라 말한 데는 이유가 있다. 다음 시즌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에게는 다음 시즌 본선 자동 진출 티켓이 주어진다. 하지만 파리전 패배로 물거품이 됐다. 이제 남은 정규 리그 9경기에서 반전을 이뤄야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첼시는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 현재 10위에 머무르고 있다. 더구나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중상위권 경쟁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치열하다.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4위 진입은 커녕 유로파리그 진출권인 6위 달성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히딩크 감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그는 이날 경기 뒤 인터뷰에서 "파리가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지만 우리에게도 기회는 있었다"며 패배를 아쉬워 했다. 이어 "첼시는 과도기에 있다. 이제 우리는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정규 리그 4위 진출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현실을 직시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히딩크 감독의 올 시즌 목표 중 하나였다. 그는 지난 1월 언론을 통해 "내 머리 속에는 5월 22일과 5월 29일만 입력돼 있다. 이 두 날을 잘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5월 22일은 잉글랜드 축구협회(FA) 컵 결승전, 29일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열리는 날이다. 이제 그의 머리 속에서 29일은 지워질 듯하다.
하지만 22일 FA컵 결승전은 여전히 유효하다. 첼시는 현재 FA컵에서 순항 중이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강호 맨체스터 시티를 5-1로 대파하고 8강에 안착했다. 오는 13일에는 에버턴과 FA컵 준결승 진출을 놓고 구디슨 파크에서 운명을 건 단판 승부를 벌인다. 첼시에게 FA컵 우승은 올 시즌 남은 유일한 희망이다.
FA컵 최정상을 차지하는 팀에게는 유로파리그 본선 자동 출전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FA컵은 이들이 올 시즌 들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트로피다. 첼시가 총력전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더구나 히딩크 감독은 2009년에도 위기에 빠진 첼시를 이끌고 FA컵 우승을 이끈 좋은 기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