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은 27일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국가대표선발전 겸 동아수영대회 남자 일반부 자유형 400m에서 3분44초26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시즌 세계랭킹 4위 기록이자, 자신이 2012년 세웠던 대회 신기록 3분47초41을 경신했다. 그는 이로써 25일 1500m(15분10초95·대회신기록), 26일 200m(1분46초31)에 이어 대회 3개 종목에서 우승했다.
박태환은 '도핑 연루자는 징계가 끝난 뒤 3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따라 현재로서는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 일각에서 "국제수영연맹(FINA)의 징계를 모두 받았다. 이중징계다"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박태환은 400m가 끝난 뒤 "올림픽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겠다. 그렇다면 메달도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의 스승인 노민상(60) 감독은 "박태환을 리우 올림픽으로 보내달라. (대한체육회의 규정은) 너무 가혹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나 조용환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같은 날 "기록은 기록이고 규정은 규정이다"며 국가대표선발 규정 개정의 뜻이 없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박태환, '곡절 많았던 400m, 리우 향한 자신감'
'마린보이'의 주종목인 자유형 400m 결승이 열린 27일 광주 남부대 수영장. 박태환(27)이 6번 레인 앞에서 하얀색 윗옷을 벗자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졌다.
"마린보이가 나왔다!", "오빠 파이팅!", "본떼를 보여줘라!" 등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팬들의 목소리가 울렸다. 취재진도 술렁였다. 기자들은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일거수일투족을 적느라 바빴다.
큰 일을 앞둬서일까. 경기 시작 1분여 전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박태환이 400m 출전을 위해 수영복 끈을 조이는 순간 줄이 끊어지고 말았다. 허겁지겁 탈의실로 들어간 그는 다른 수영복을 입고 나와 곧바로 출발대에 올랐다. 한 심판 위원은 "이따금 수영복 끈이 끊어지곤 한다. 그냥 수영을 하면 벗겨질 수 있어서 갈아입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태환은 흔들리지 않았다. 400m 내내 선두를 지켰고 가장 빨리 터치패드를 찍었다. 수경을 벗고 전광판을 바라본 그는 '더 잘 할 수 있었다는 듯' 살짝 미간을 찡그려 보였다. 경기 뒤 박태환은 "리우 올림픽까지 남은 기간 동안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주력 종목인 200m와 400m를 마친 소감은.
"내게 그동안 좋지 않았던 일이 있었다. 그만큼 더 최선을 다해서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힘들었던 부분도 많았지만 더 열심히 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자유형 200m를 1분46초대로 들어왔다. 아쉬운 기록이고 세계의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뒤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1분46초대라는 기록보다 초반 100m를 52초대로 턴해서 53초대로 끊은 것은 좋았다."
-기록에 만족하나.
"예상보다 기록이 저조하다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회 첫날 1500m 경기에 나서면서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다운된 측면이 있었다. 마라톤을 뛴 뒤 다시 단거리 경기에 나서는 것처럼 힘들었던 면이 있었다. 또 경기 전 갑자기 수영복 (끈이) 찢어져서 갑자기 뛰어가서 바꿔 입고 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을 떠나서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내가 해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선발전에 출전한 이유는.
"그동안 훈련한 것이 너무 아까웠다. 코치님과 감독님께서도 많은 고생을 하셨다. 보답하는 길은 이번 대회뿐이었다."
-본격적으로 훈련한 기간은.
"6주 안팎이었다. 조금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었다. 여러 복잡한 상황 속에서 이 기록을 낸 나 자신과 주위 분들께 고맙다."
-이번 대회 내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그렇게 평가해줘서 감사하다. 개인적으로 기록에 아쉬움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더 잘 나오길 바랐다. 그저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내일(28일) 마지막 100m를 앞두고 있는데 A기준기록 안에 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대한체육회의 규정상 리우 올림픽에 나서지 못하는데.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는 조금 어렵다. 하지만 올림픽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이 있다. 메달 자체보다는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넘어설 자신이 있다.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올림픽 출전을 원하나.
"많은 분들이 경기장을 찾아주셨다. 성원에 보답하고 싶다. 올림픽 출전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진다면 내 기록을 넘어서도록 노력하겠다. 그렇게 한다면 금이건 은이건 어떤 메달이든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 더 (올림픽) 나갈 수 있다면 정말 자신 있다."
-리우 올림픽에 간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나.
"100일 정도 남았다. 올림픽은 대회 날짜와 시간 등이 다 정해져 있어서 훈련을 하기에 더 낫다. 피지컬 능력은 자신 있다. 내 기록을 넘어서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또 그만큼 훈련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