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은 지난주 6경기에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넥센과 롯데를 만난 6경기에서 타율 0.529(17타수 9안타)를 기록했다. 홈런은 두 방을 날렸고, 타점은 13개를 쓸어담았다.
장타율(1.059)과 출루율(0.667)의 합인 OPS는 1.726에 달했다. 4번 타자의 활약은 팀 승리를 의미했다. 한화는 지난주 4승2패를 기록했다. 올 시즌 처음으로 4연승을 달렸고, 싹쓸이 승리를 따냈다. 김태균은 일간스포츠가 선정하는 조아제약 5월 넷째 주 주간 MVP(상금 50만원)에 선정됐다.
2016년 '봄'은 김태균에게 가혹한 계절이었다. 장타 실종 속에 지독한 타격부진을 겪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4월 중반까지 3할 후반대 타율을 유지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홈런이 터지지 않아 마음고생을 했지만, 타점을 꾸준히 생산하며 역할을 해냈다. 김태균은 4월26일 대전 KIA전에서 양현종을 상대로 기다리던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쏘아올렸다.
그러나 시즌 1호 홈런은 '독'이 됐다.
4월말부터 타격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졌다. 3할 후반대를 유지하던 타율은 급전직락했다. 그는 5월22일까지 시즌 41경기에서 타율 0.277(148타수 41안타)·1홈런·16타점에 그쳤다. 장타율은 0.351, 출루율은 0.401에 불과했다.
최근 10년 동안 같은 기간중 최악의 성적이었다. 김태균이 시즌 첫 40경기까지 2할대 타율에 머무른 건 지난 2009년이 유일하다. 당시 홈 충돌로 인해 뇌진탕 후유증을 겪어 28경기에서 타율 0.299에 머무른 바 있다.
팀 성적이 좋지 않자 비난도 그의 몫이었다. 프로스포츠 최고 연봉자(16억원)라는 타이틀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지만, 쉴 수 없었다. 김성근 감독이 5월초 허리디스크 수술로 더그아웃을 비운 상황. 4번 타자까지 빠진다면 팀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었다.
김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았던 김광수 수석 코치는 "책임감을 갖고 극복해야 한다. 김태균이 살아나야 팀이 산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이겨낼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부진의 터널은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았다. 김태균은 자신을 내려놓았다.
그는 "여러 방법을 모색했지만, 좀처럼 타격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내려놓기'라고 생각한다. '만회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서겠다. 지금은 매타석 공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다짐했다.
이전의 타격폼으로 돌아갔다. 김태균은 "올해 타격 자세를 조금 높였는데, 이점이 문제였다"고 했다. 그는 양 발의 스탠스를 넓혀 자세를 최대한 낮추는 이른바 '기마자세' 타법으로 유명하다.
상대 투수의 공을 끝까지 지켜본 뒤 히팅 포인트를 뒤에 둔다. 그러나 타격 자세가 높아지면서 타격과 선구안이 모두 무너졌다. 김재현 타격 코치와 타격감이 좋았던 시절의 영상을 보면서 논의 끝에 이전의 타격폼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초심'으로 돌아간 김태균은 지난주 부활의 날개짓을 했다. 타격감이 돌아온 것은 물론이고, 장타력까지 살아났다. 김성근 감독은 "4번 타자가 살아나니 경기가 쉽게 풀렸다"며 그의 부활을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