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구단은 22일(한국시간) 공식 SNS(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마리오 형제로 분장한 오승환과 통역 구기환씨의 사진을 게재했다. 콜로라도 원정을 마친 오승환은 일본의 게임 캐릭터 '슈퍼 마리오' 시리즈의 동생 ' 루이지' 복장을 따라 입었다. 풍성한 콧수염을 얼굴에 붙였고, 멜빵바지와 흰 장갑까지 착용해 루이지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평소 무표정으로 유명한 오승환이지만, 이날은 우스꽝스러운 표정까지 지으며 축제를 즐겼다.
메이저리그는 시즌 막판 신인 선수에게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혀 활보하게 하는 ' 루키헤이징(Rookie Hazing)'이라는 행사가 있다. 2013년 류현진(LA 다저스)은 영화 고스트버스터즈의 유령인 ' 마시멜로 맨' 으로 분장했다. 지난해 강정호( 피츠버그)는 배트맨에 등장하는 악당 ' 리들러' 복장을 준비했지만, 부상으로 행사 당일에는 입지 못했다. 오승환과 더불어 올해 빅리그에 데뷔한 최지만(LA 에인절스)은 스모선수 복장을 하고 등장해 큰 웃음을 줬다.
- 오승환이 마리오 형제로 변신했는데.
"사진을 봤는데, 너무 잘 어울린다. 돌부처라는 별명으로 '강인함'을 각인시켰다면, 이번 행사를 통해 인간 오승환을 보여 줬다고 생각한다. 메이저리그에서 루키헤이징 행사는 매우 중요하다. 팀에서 인정받고 있는 신인 선수라는 뜻이다. 오승환의 경기장 안팎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하고 있다."
- 현역 시절 루키헤이징을 경험했는가.
"보스턴 시절에는 경험하지 못했고, 몬트리올로 이적해 루키헤이징에 참여했다. 뉴욕에서 경기를 마치고 라커 룸에 들어갔는데, 물품이 다 사라지고 ' 엘비스프레슬리' 복장이 걸려 있더라. 한참을 웃었다. 엘비스프레슬리로 변신한 뒤 버스와 비행기를 타고 몬트리올로 건너갔다. 공항에서 사진을 찍고 마음껏 즐겼다. 지금보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시절이었는데도, 파급력이 컸다."
- 복장은 누가 어떻게 결정하나.
"팀 고참들이 결정한다. 팀마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복장이 있다. 새로운 유행을 반영할 때도 있다. 원정에서 돌아온 뒤 버스를 타는데, 중심지에서 내리는 경우도 있다. 자연스럽게 팬들과 함께 루키헤이징을 즐기게 된다."
- 와일드카드 순위 경쟁이 한창인데,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게 놀랍다.
" 빅리그는 순위 경쟁이 한창일수록 분위기를 더욱 즐겁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즐기는 분위기 속에서 게임을 하자는 뜻이다. 루키헤이징은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빅리그 팀들은 캐나다 원정 경기가 있을 때 많이 했다. 공항에서 할애하는 시간이 많았으니까. 서재응 역시 뉴욕 메츠 시절 몬트리올 원정을 다녀올 때 엘비스프레슬리로 변신했다. KBO 리그도 과거와 비교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 최지만은 스모선수로 변신해 웃음을 줬는데.
"시합에 많이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루키헤이징을 경험했다는 건 팀 내 입지를 다졌다는 뜻이다. 최지만에게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다. 최지만은 올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지명할당까지 당했는데, 다시 빅리그에 복귀했다. 굉장히 어려운 일을 해냈다. 단장과 감독의 구상 속에 있기에 가능했다. 가끔씩 나가지만 최선을 다해 자신의 기량을 보여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