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KBO리그는 명과 암이 극명하게 교차했다. 프로야구에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밝아진만큼 그림자도 더 어둡고 짙었다. 2016년 프로야구 7대 뉴스를 선정했다.
①800만 관중 돌파
KBO리그는 올해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800만 관중을 돌파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하계 올림픽과 기록적인 여름 더위까지 악재는 많았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고비를 넘어섰다. 특히 10개 구단 모두 관중 증가율이 플러스였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신축 구장 효과도 톡톡히 봤다. 삼성의 홈구장인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와 넥센의 홈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이 더 큰 관중석 규모로 새로 문을 열었다. 제9구단과 제10구단 NC와 kt도 지난해보다 더 많은 팬을 끌어 모았다. 긍정적인 신호다.
②두산, 적수가 없었다
두산의 기세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을 듯하다. 두산은 지난해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한국시리즈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올해는 정규시즌부터 아예 적수가 없었다. 역대 한 시즌 최다승인 93승으로 완벽하게 우승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2위 NC를 4전 전승으로 가볍게 제압했다. 구단 역사로는 1995년 이후 21년 만의 통합 우승. 선발투수 4명이 나란히 15승 이상을 올렸고, 20홈런 타자 5명을 배출했다.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는 22승을 올려 정규시즌 MVP에 올랐다. 흠 잡을 데가 없는 시즌. 많은 야구 관계자들이 새로운 '왕조'의 탄생을 예감하고 있다.
③승부조작의 그림자
4년 만에 다시 승부 조작의 검은 그림자가 프로야구에 드리워졌다. NC 투수 이태양이 지난해 승부 조작을 위해 돈을 받고 고의로 점수나 볼넷을 내준 사실이 적발됐다. 얼마 후에는 KIA 유창식이 한화 시절인 2014년 4월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KBO에 자진 신고했다. 또 넥센 소속인 상무 외야수 문우람은 이태양과 브로커 사이에서 승부 조작을 직접 제안하고 수익금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았다. 롯데 이성민도 NC 시절 승부조작에 참여했다는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NC 단장이 이성민의 승부 조작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혐의까지 공개돼 야구팬들을 경악시켰다. 2012년 승부조작 사태의 학습 효과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규모는 커지고 수법은 대담해졌다. 야구계에 자성의 목소리는 높지만, 재발의 위험성은 상존한다.
④염경엽·김용희·류중일·조범현의 퇴진
올해 10개 구단 감독 중 신임은 롯데 조원우 감독 한 명 뿐이었다. 내년엔 네 명이나 된다. 류중일 전 삼성 감독은 2011년 부임 이후 정규시즌 5연패, 한국시리즈 4연패를 일궜다. 그러나 계약 마지막 해인 올해 9위에 머물면서 재계약이 무산됐다. 김한수 감독에게 지휘봉을 물려줬다. 최하위에 그친 신생팀 kt의 조범현 초대 감독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진욱 전 두산 감독이 kt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김용희 전 SK 감독 역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후임으로는 외국인인 트레이 힐먼 감독이 왔다. 염경엽 전 넥센 감독은 팀이 정규시즌 3위를 했지만 구단과 불화를 겪다 자진 사퇴했다. 장정석 전 운영팀장이 내년 시즌 넥센을 지휘한다.
⑤도덕 불감증이 남긴 흔적들
올해 프로야구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kt 오정복이 시범경기 기간인 3월 중순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고, NC 소속이던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가 9월 말 음주 단속에 걸려 포스트시즌 첫 경기를 뛰지 못했다. 성추문도 불거졌다. kt 베테랑 타자 김상현은 2군 생활 도중 대낮에 자신의 차 안에서 길 가던 여성을 상대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LG 정찬헌이 여성 대리 기사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정찬헌은 이 내용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 외에도 NC 이재학과 두산 진야곱은 과거 불법 스포츠 도박에 베팅했던 전력이 공개됐다. 프로야구에 만연한 도덕 불감증의 단면들이다.
⑥FA 100억 시대 개막
마침내 '몸값 100억원 시대'가 열렸다. 주인공은 왼손 거포 최형우. 올해 타격 3관왕에 오른 그는 삼성에서 KIA로 이적하면서 4년 총액 100억원에 계약했다.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미 몸값 100억원의 벽은 허물어진 지 오래라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공식적으로 100억원 고지를 밟은 선수는 최형우가 처음이다. 삼성 출신인 FA 투수 차우찬도 LG로 이적하면서 100억원에 육박하는 4년 총액 95억원에 사인했다. 역대 투수 최고액. 점점 치솟는 선수들의 몸값을 둘러싼 거품 논란과 축소 발표 논란도 동시에 불거졌다.
⑦이병규·홍성흔·정현욱 은퇴
천하를 호령하던 영웅에게도 마지막은 온다. 올해 역시 세 명의 베테랑 선수가 은퇴했다. LG의 '적토마' 이병규와 '국민 노예' 정현욱, 두산의 '오버맨' 홍성흔이다. 이병규와 홍성흔은 각각 양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 가운데 한 명이었다. 정현욱은 위암을 극복하고 마운드에 올라와 인간 승리의 감동을 안긴 주인공이다. 그러나 흐르는 세월은 막을 수 없었다. 셋은 이제 유니폼을 벗고 제 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한다. 올해 한·일 통산 600홈런 금자탑을 쌓은 이승엽은 "2017년이 마지막 시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