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기승전 '김민희'다. 누구도 의도하지는 않았을테지만 이슈가 또 다른 이슈를 덮은 모양새가 됐다.
8일 영화계는 어느 때보다 '핫'한 소식들이 가득했다. 영화 개봉 전 늘 치러지는 평범한 행사에 매일 쏟아지는 평범한 메일링이었지만 그 내용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윤제문의 사과를 받고나니 한채아가 눈시울을 붉히며 열애를 고백했고,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대중앞에 서겠다"고 공표하면서 이슈의 정점을 찍었다.
시작은 윤제문이었다. 오전 11시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아빠는 딸' 제작보고회는 영화를 처음으로 소개하는 자리였지만 사실상 음주운전 논란 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서는 주인공 윤제문에게 집중 된 행사였다.
윤제문은 지난해 5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곧바로 이를 인정하고 자숙에 돌입했다. 2010년과 2013년에 이어 세 번째로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키면서 배우 생활에 또 한 번 치명적인 오점을 남긴 것. 그 후 택한 복귀작은 드라마·영화가 아닌 연극이었고 12월 '청춘예찬'을 통해 조용히 복귀, 미리 찍어 둔 '아빠는 딸' 개봉일이 정해지면서 공식석상에 서게 됐다.
윤제문은 행사 시작에 앞서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영화를 위해 헌신한 제작진, 배우들에게 누를 끼치게 돼 정말 면목이 없다. 그동안 많이 생각하고 깊이 반성했다. 너무 부끄럽고 죄송하다. 변명의 여지 없이 고개 숙여 깊이 사과를 드린다. 내 잘못을 잊지 않고 앞으로 더 나은 모습 보여드리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모습은 윤제문이 제작보고회 참석을 확정지은 순간부터 예상 가능한 수순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형식적이기도 했고 행사 자체도 무리없이 끝나면서 꽤 깔끔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오전과 오후 포털사이트를 점령한 윤제문의 사진은 곧 한채아로 뒤바꼈다. 취재진은 물론 소속사조차 기함할 정도로 깜짝 '열애 발표'를 했기 때문. 오후 2시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 언론시사회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한채아는 강예원과 함께 완성된 영화를 처음으로 공개한 소감과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전하며 아무일 없다는 듯 행사를 치러냈다.
하지만 포토타임을 앞두고 현장을 마루리 하려는 찰나, 한채아는 조용히 마이크를 들더니 "이런 자리에서 개인적인 얘기를 드리게 되서 죄송하다"며 "얼마 전 열애설이 보도가 됐는데 뭔가 전달되는 부분에서 회사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 그래서 용기내 말씀 드리겠다. 그 분(차세찌)과 좋은 만남을 가지는 게 사실이다"고 고백한 것.
이는 완벽한 한채아의 돌발행동이었다. 홍보사 측에서는 혹여 질문이 나올까 간담회 전 "영화와 관련된 질문만 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기 때문. 한채아는 이에 부흥하듯 간담회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현장을 이끌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 가득한 짐은 결국 그녀로 하여금 직접 입을 열게 만들었다.
한채아는 "회사와 입장 차가 있었다. 회사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컸고 나를 아끼는 마음에 열애설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 열애설을 부인했다"며 "근데 난 아이돌도 아니고, 어린 아이도 아니고 열애를 숨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내 성격상 사실이 맞는데 아니라고 숨기는 게 불편했다. 홍보팀과 상의없이 말해 회사에 죄송하다. 사실 내가 정말 며칠 불편했다. 뭔가를 숨기는 게 고통스러웠다"며 "열애설이 보도됐을 때 그 분 가족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던 부분이 컸다. 이 사실을 어떻게 전달해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회사와 상의없이 말해 미안하지만 이해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여러모로 죄송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채아의 돌발 발언으로 영화관이 들썩인 그 순간, 메일함에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시사회에 참석하기로 확정했다는 새로운 소식이 도착했다.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오늘 무슨 날이야?"라는 말이 쏟아졌다.
지난해 6월 불륜스캔들 이후 국내 공식석상에는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이 촉매제가 된 듯 국내에서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여전히 두 사람에 대한 비난은 쏟아지고 있고, 대다수 대중들은 '욕하기도 지친다' '관심없다' '보기싫다'는 반응을 전하고 있지만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이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정면 돌파를 택하겠다는 뜻인지 스캔들 후 9개월 만에 작정하고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익히 알려졌다시피 유부남 감독을 사랑하게 된 여배우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영화 자체만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 이미 베를린영화제에 동반 참석해 다정한 모습을 선보였고, 기자회견도 한 번 치른 만큼 국내 분위기도 달라봤자 얼마나 다르겠냐는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베를린영화제 기자회견 당시 사생활을 빗댄 영화와 관련된 질문에 우회적으로 답변했던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국내에서는 어떤 이야기와 속마음을 전할지, 사실상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두 사람의 기자회견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 날 행사는 역대급 큰 산이자 숙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