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가 7월 31일 자로 올 시즌 전력 보강을 끝냈다. 선수 계약 양도·양수가 마감됐다. 올해 첫날부터 마감일까지 7개월간 성사된 트레이드는 총 9건. 이 가운데 웨이버 공시로 인한 선수 양도(5월 16일 삼성 외야수 이상훈 웨이버 공시 후 kt 입단·이적료 300만원 발생)를 제외하면, 실제로 선수들이 유니폼을 바꿔 입은 트레이드는 총 8건 나왔다. 이 여덟 번의 트레이드로 선수 27명이 소속팀을 옮겼다.
갈수록 활기를 띤다. 2011년 이후 가장 트레이드 규모가 컸던 2015년(6건·31명 이적)보다 인원은 줄었지만 건수는 더 많다. 지난해(7건·12명 이적)와 비교해도 훨씬 다양한 시장이 열렸다. 과거 한때 위축됐던 트레이드 시장이 다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올해는 2015년 롯데와 kt의 4 대 5 트레이드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이동한 케이스도 나왔다. 4월 7일 SK와 KIA가 한꺼번에 선수 8명을 움직이는 4 대 4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트레이드 이후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손익계산'이다. 어느 쪽이 이익을 얻고 어느 쪽이 손해를 봤는지 평가하기 바쁘다. 그러나 진짜 승패는 단기간에 갈리지 않는다. 당장은 한 팀이 이득을 본 것 같아도, 이듬해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요즘 부쩍 늘어난 유망주 트레이드라면 더 그렇다. 때로는 트레이드 전면에 나섰던 '1번 카드'들보다 이들에 가려졌던 2번, 3번 카드들이 훗날 진짜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올해 트레이드를 통해 가장 확실한 수확을 올린 팀은 분명해 보인다. 1위를 달리고 있는 KIA다. SK와 4 대 4 트레이드로 데려온 외야수 이명기와 포수 김민식이 팀에 가장 필요했던 부분을 제대로 메웠다. 이명기는 리드오프이자 주전 우익수로 활약하면서 7월까지 타율 0.332 홈런 7개 51타점 59득점을 기록했다. 김민식은 주전으로 포수 마스크를 쓰면서 불안했던 KIA 안방에 안정감을 줬다. 단연 KIA가 최대 수혜자다.
트레이드 마감일에 성사된 넥센과 2 대 2 트레이드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KIA는 트레이드로 채운 선수들과 FA(프리에이전트) 최형우의 영입으로 우승 전력을 구축했다. 다만 불펜이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됐다. 그 빈틈을 메우기 위해 지난해 넥센 마무리 투수였던 김세현을 영입했다.
한화는 '선택과 집중'에 성공했다. 단 한 건의 트레이드로 현재와 미래를 모두 대비했다. 4월 17일 두산과 트레이드를 통해 20대 포수 최재훈을 데려왔다. 10개 구단 최고 백업 포수로 꼽혔던 선수다. 거포 유망주 신성현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하고 고령화된 안방의 세대교체를 이뤘다. NC는 개막 전 넥센에서 데려온 강윤구를 1군 전력으로 쏠쏠하게 활용했다. 강윤구는 7월까지 1군 19경기에서 35⅔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4.54를 기록하고 있다. kt 역시 넥센 4번 타자로 활약하던 거포 윤석민을 보강했다. 넥센에 왼손 투수 정대현과 서의태를 내주고 타선을 보강했다. 윤석민은 이적 후 제 몫을 하고 있다. 다만 다른 선수들이 여전히 힘을 쓰지 못한다.
넥센은 올 시즌 트레이드 시장에서 가장 파격적인 선택을 한 팀이다. 1군 경험이 많은 선수들을 내주고 2군에서 주로 뛰던 선수들을 데려왔다. 특징은 대부분이 왼손 투수라는 점이다. 올해 넥센이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 6명은 모두 투수. 이 가운데 강윤구와 맞바꾼 김한결을 제외하면 김성민·서의태·손동욱·이승호·정대현까지 5명이 모두 좌완이다. 그중에선 김성민만 1군에서 제 몫을 하고 있다. 김성민은 시즌 초반의 선발 로테이션이 부상으로 줄줄이 붕괴된 넥센 마운드에 확실한 구원군이 돼 줬다. 다른 투수들은 아직까지는 넥센의 '미래'로만 기대를 받고 있다. 김세현을 보내고 받아 온 이승호는 올해 초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SK는 올해 두 건의 트레이드를 성사시켰지만 아직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데려온 선수들보다 보낸 선수들이 더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그러나 김성민 대신 영입한 김택형 역시 수술 후 재활 중인 왼손 유망주다. 어차피 올해 쓰지 못할 선수라는 점을 알고 영입했다. 넥센이 모아 온 왼손 유망주들과 SK가 점찍은 김택형이 향후 어떤 활약을 하느냐에 따라 진정한 '손익계산서'가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