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에 도루 부상 경계령이 떨어졌다. 이달에만 도루 과정에서 4명이나 크게 다쳤다.
kt 이대형은 지난 6일 수원 SK전에서 1회말 2루를 훔치다 왼무릎을 다쳤다. FA(프리에이전트) 자격 재취득을 앞두고 왼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복귀까지 8개월이 걸린다.
부상 전까지 홈런 2위(29개)에 올라 있던 SK 한동민 역시 도루를 시도하다 왼발목 인대가 파열돼 시즌을 마감했다. kt 심우준은 지난 13일 인천 SK전 2회초 도루를 하다 베이스에 부딪혀 왼새끼손가락이 꺾였다. 한화 정근우는 20일 대전 롯데전에서 개인 통산 350도루를 성공하면서 왼팔꿈치 인대가 파열되고 근육이 손상되는 부상을 입었다. 팔꿈치에 반깁스를 한 상태로 최소 3주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네 명의 선수 모두 시즌 아웃되거나 잔여 시즌 출전이 불투명할 정도로 큰 부상이다.
이대형(505개)과 정근우는 KBO 리그 역대 통산 도루 10위 안에 드는 선수다. 주루 플레이에 일가견이 있는 두 베테랑도 도루 시도 과정에서 부상을 피하지 못했다. 이대형과 한동민은 발로 들어가는 벤트 레그 슬라이딩, 정근우와 심우준은 손으로 베이스를 터치하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슬라이딩 종류와 관계없이 다쳤다.
도루는 부상 위험이 꽤 높은 플레이다. 베이스를 훔치려는 주자와 막으려는 내야수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접전 상황에서 이뤄져 더욱 그렇다. 최근에는 주루 과정에서 부상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엄지 장갑을 사용하는 선수도 꽤 많다.
그럼에도 최근 베이스를 훔치다 다치는 선수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김평호 NC 수석 코치는 슬라이딩 방법에서 첫 번째 원인을 찾았다. 주루 분야에서 국내 최고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김 코치는 삼성 주루코치로 재직한 3년(2014~2016년)간 매 시즌 도루왕 배출을 뒷받침했다. 김 코치는 "도루에는 항상 부상 위험성이 내포돼 있다"는 전제하에 "최근에는 베이스 가까이에서 슬라이딩을 하는 선수들이 많더라"고 지적했다. 스피드에 탄력이 붙은 상황에서 오버 슬라이딩을 해 부상자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김 코치는 "선수들에게 늘 '베이스에서 평소보다 한 발 더 떨어진 상황에서 슬라이딩을 하라'고 강조한다"며 "막상 경기 중에는 누상에서 세이프되고자 하는 의욕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코치는 "수비수가 주자의 진로를 막아 충돌해 다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일은 피해야 한다"며 '동업자 정신'을 강조했다. 시즌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선수들의 체력이나 컨디션이 떨어진 점도 부상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한 가지다.
올해 KBO 리그에선 도루 시도 횟수가 크게 줄었다. 지난해 같은 시점(21일 기준)보다 10경기가 더 열렸지만 도루 시도는 오히려 316번이나 줄었다. '역대급' 타고투저 흐름 외에도 도루 시도 과정에서 부상자가 자주 발생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