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2017~2018시즌 UCL에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5개 팀이 참가하기 때문이다.
UCL에 나서는 5개 팀은 첼시·토트넘·맨체스터 시티(맨시티)·리버풀·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다.
지난 시즌 EPL 1위 첼시와 2위 토트넘, 3위 맨시티는 자동 출전권을 얻었다. 플레이오프에 나선 4위 리버풀은 호펜하임(독일)을 꺾고 본선 대열에 합류했다. 맨유는 지난 시즌 UEFA 유로파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UCL에 초청받은 팀이다.
EPL 5개 팀이 UCL에 동시에 출전하는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숫자가 많은 만큼 기대감도 높아지는 것이다. 또 세계적 명장들이 포진한 만큼 희망도 크다.
데일리 메일 설문 조사 중간 결과는 20일(한국시간) 현재 3개 팀이 올라갈 것이라는 답변이 31%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4개 팀(23%)·2개 팀(18%)·5개 팀(17%)·1개 팀(6%)·0개 팀(5%) 순이다.
◇ 1차전에서 본 희망
지난 13일과 14일 UCL 1차전이 펼쳐졌다.
EPL의 희망은 더욱 커졌다. EPL 5개 팀 중 그 누구도 패배하지 않았다. 4개 팀이 승리를 챙겼고 1개 팀이 무승부를 거뒀다. 최고의 스타트를 한 것이다.
A조의 맨유는 무난히 16강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맨유는 1차전에서 바젤(스위스)에 3-0 대승을 일궈 냈다. CSKA 모스크바(러시아)와 벤피카(포르투갈) 역시 맨유와 비교해 전력이 한 수 아래인 팀이다.
첼시는 껄끄러운 C조에 속했다. 첼시는 1차전에서 카라바흐(아제르바이잔)를 6-0으로 무너뜨렸다. 하지만 다음 상대들이 만만치 않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강호들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와 AS 로마(이탈리아)가 첼시를 기다리고 있다.
E조 리버풀은 5개 팀 중 유일하게 승리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16강 진출은 희망적이다. 리버풀은 1차전에서 세비야(스페인)와 2-2 무승부를 거뒀다. 세비야가 E조 최대 난적이었다. 리버풀이 다음 상대인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러시아)와 마리보(슬로베니아)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맨시티는 F조에 페예노르트(네덜란드)·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나폴리(이탈리아)와 함께 속했다. 맨시티는 1차전에서 페예노르트를 4-0으로 대파했다. 이 기세를 샤흐타르 도네츠크와 나폴리를 상대로도 이어 간다면 맨시티의 16강행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토트넘이 포함된 H조는 죽음의 조다. 토트넘은 세계 최강이라고 불리는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경쟁해야 한다. 또 독일 전통의 강호 도르트문트도 있다.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인 아포엘(키프로스)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이 3개 팀이 치열한 전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토트넘이 도르트문트와 1차전에서 3-1로 승리해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 축구 종가 자존심 회복
최근 EPL은 유럽 무대의 조연이었다. 주연은 스페인이었고, 스페인을 견제할 대항마로 독일이 꼽혔다. 잉글랜드의 UCL 우승을 전망하는 이들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EPL은 2011~2012시즌 첼시 우승이 마지막 우승이다.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2~2013시즌 16강에 아스널과 맨유 2개 팀이 올랐지만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아스널은 바이에른 뮌헨(독일)에 무너졌고, 맨유는 레알 마드리드에 패배했다.
2013~2014시즌 분위기는 좋았다. 16강에 맨유·아스널·맨시티·첼시 등 4개 팀이 살아남았다. 8강에 맨유와 첼시 2개 팀이, 4강에 첼시 1개 팀이 올라섰다. 첼시는 결승 진출을 노렸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넘지 못했다. 마지막에 웃지 못했다.
2014~2015시즌에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16강에 첼시·맨시티·아스널이 이름을 올렸지만 3개 팀 중 1개 팀도 8강으로 가지 못했다.
다음 시즌 EPL은 힘을 냈다. 16강에 첼시·맨시티·아스널이 진출했고, 8강에 맨시티 홀로 올라섰다. 맨시티는 4강까지 전진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승을 앞두고 무너졌다. 맨시티는 레알 마드리드에 발목이 잡혔다.
2016~2017시즌에는 레스터 시티라는 새로운 활력이 등장했다. 레스터 시티는 16강에 맨시티, 아스널과 함께 갔다. 그리고 혼자 8강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8강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올 시즌 5개 팀을 앞세워 유럽 무대에서 조연 역할에 그쳤던 최근 흐름을 반전시켜 축구 종가의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의지다.
◇ 명장들의 향연
EPL 5개 팀 수장들의 면면을 보면 그야말로 '명장들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세 무리뉴(53) 맨유 감독과 호셉 과르디올라(46) 맨시티 감독은 현존하는 최고 명장으로 꼽힌다.
무리뉴 감독은 많은 설명이 필요 없는 '스페셜 원'이다. 2003~2004시즌 주목받지 못했던 포르투(포르투갈)를 이끌고 UCL 정상에 섰다. 그리고 2009~2010시즌 인터 밀란(이탈리아)에서 다시 한 번 우승컵을 안았다. 그저 그런 팀 첼시를 EPL 강호로 올려놓은 것 역시 무리뉴 감독의 작품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 천하의 수장이었다. 2008~2009시즌, 2010~2011시즌 바르셀로나를 이끌고 유럽을 평정했다. 가히 '절대 최강'이라고 불리는 팀을 만들어 낸 명장이었다. 바르셀로나를 떠나 바이에른 뮌헨으로 가서도 리그 2회 우승 등 위용을 이어 갔다.
안토니오 콘테(48) 첼시 감독은 이탈리아 명장 중 하나로 꼽힌다. 이탈리아 최강의 팀 유벤투스 감독으로 세리에 A 3회 우승을 차지했다. 또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그의 능력은 잉글랜드에서도 통했다. 지난 시즌 첼시 감독 데뷔 해에 우승을 일궈 낸 것이다. 콘테 감독의 스리백은 세계적인 전술로 뻗어 나갔다.
도르트문트 전성기를 이끈 위르겐 클롭(50) 리버풀 감독과 토트넘의 젊은 수장 마우리시오 포체티노(45) 감독 역시 EPL의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