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5일 남았다. 프리에이전트(FA) 미계약 선수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KBO 리그 10개 구단은 2월 1일부터 스프링캠프를 시작한다. 미국·호주·대만으로 멀리 떠나는 7개 팀은 30일 출국하고, 일본으로 향하는 KIA·삼성·한화는 31일 비행기에 오른다. 새 시즌을 위한 본격적인 담금질이 시작된다. 하지만 아직 행선지가 정해지지 않은 선수들도 있다. FA 신청 후 아직 계약을 완료하지 못한 정근우(36) 이우민(36) 최준석(35) 이대형(35) 안영명(34)이다.
◇'협상 난항' 정근우·안영명, 한화 잔류에 무게
국가대표 주전 내야수였던 정근우는 이들 가운데 가장 무게감 있는 선수다. 이미 한 차례 FA로 대박을 터트렸고, 이번이 두 번째 FA다. 다만 상황이 4년 전과 많이 다르다. 한화는 허리띠를 졸라맸고, 정근우는 예전과 같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투수 안영명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많은 장점을 보여줬지만, 아직까지 리그 정상급 활약은 펼친 적이 없다.
한화는 기본적으로 "두 선수 모두 팀에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접점을 찾는대로 둘 다 잔류시키겠다는 방침이다. 22일에는 안영명, 23일에는 정근우와 차례로 만나 협상을 이어갔다. 선수들도 팀을 떠날 생각은 없다. 계약 기간에 대한 이견을 좁히기가 어려운 게 문제다. 한화 관계자는 "협상에 진전이 있는 선수도 있고, 아직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선수도 있다"며 "구단은 스프링캠프 출발 전에 두 선수 모두와 계약을 마치고 싶다는 생각이다. 잡음 없이 원만하게 마무리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캠프 불참' 이대형, 국내서 협상 진행
kt와 외야수 이대형의 FA 협상도 아직은 평행선이다. 이대형은 12월 중순부터 1월 중순까지 사이판에 개인 훈련을 다녀왔다. 출국 전에 세 차례 구단과 만났고, 귀국 후인 19일 다시 kt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네 차례 만남에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입장 차만 재확인했다. kt 관계자는 "구단이 이대형과 함께 가고 싶다는 뜻은 충분히 전달했다. 그래서 (다른 구단의 연락을 기다리지 않고) 해외에 한 달간 개인 훈련도 다녀올 수 있었다고 본다"며 "결국은 계약기간과 계약금액 문제다. 구단이 이대형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설명도 했다"고 말했다.
이대형은 다른 FA들보다 협상에 심리적 여유가 있다. 지난해 말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라 빨라야 5월에나 1군 그라운드에 복귀할 수 있다. 어차피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돼 국내에 머물러야 한다. 구단 관계자는 "베테랑 선수이고 그동안 팀에 공헌도 많이 했다. 하루 빨리 계약을 마쳐 홀가분하게 재활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라며 "협상이 길어질 여지도 있지만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미아 위기' 최준석·이우민, 발목 잡은 FA 신청
문제는 롯데에서 FA 자격을 얻은 내야수 최준석과 외야수 이우민이다. 둘 다 FA 미아가 돼 떠밀리듯 은퇴할 위기에 놓였다. FA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롯데에 남을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구단의 만류를 뿌리치고 시장에 나오면서 계약이 어려워졌다. 이우민에게 코치직 제안을 했던 롯데는 이미 1·2군 코칭스태프 구성을 모두 완료했고, 아직 두 선수에게 영입을 제안한 다른 구단은 나오지 않았다.
롯데 관계자는 "올 시즌 전력 구성상 두 선수와 함께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충분히 얘기했다. 앞으로도 달라질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구단은 지금까지 밝힌 대로 두 선수 이적 시 FA 보상 선수를 받지 않거나 계약 후 무상 트레이드를 하는 방법까지 모두 고려하고 있다. 최준석과 이우민이 다른 팀에서라도 선수 생활을 잘 이어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