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와 감독, 팬이 어우러졌다. 2018년 프로야구의 첫 공식 행사는 웃음과 환호가 끊이질 않았다.
매년 미디어데이를 주도하는 '입담꾼'이 나온다. 올해는 유독 많았다. 선두 주자는 2년 만에 돌아온 류중일 삼성 감독. 특유의 말투와 익살스러운 표정은 행사장을 찾은 팬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개막전에서 LG 감독으로서 첫 승을 거두겠다", "김현수가 타율 3할5푼, 30홈런을 기록했으면 좋겠다"며 당찬 각오를 전하다가도 "잠시 딴생각을 했다"며 진행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삼성의 4년(2011~2015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이끈 지도자답게 당찼다.
두산 듀오 오재원과 유희관은 마치 미치 준비한 것처럼 호흡이 좋았다. 취재진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돼야 할 소속팀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을 하자 오재원은 "유희관이다. 그렇게 국가대표가 되고 싶어 하더라"라고 말했다. 유희관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앞서 대답한 다른 팀 선수들은 대부분 병역 의무를 하지 못한 젊은 선수를 꼽았다. 유희관은 "항상 나를 이용해 이슈메이킹을 한다"고 해명하며 진땀을 뺐다.
kt 고영표의 솔직함도 눈길을 끌었다. 대표팀 선발 관련 질문에 직접 마이크를 잡은 그는 "과감히 제가 다녀오겠다"는 속내를 전했다. 반면, 팀 선배 손아섭의 추천을 받은 롯데 박진형은 쑥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장내 대형 화면에 그의 얼굴이 크게 비치자 당황하기도.
양현종(KIA)은 수차례 표정 관리를 하지 못했다. 지난해 우승 공약으로 내세운 '걸그룹 댄스'를 실천한 영상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새 공약을 묻는 질문에 "이번에는 나를 뺀 후배들이 할 것이다"며 선을 그었지만 팀 선배 나지완이 "올해도 우승하면 (양)현종과 함께 춤을 추겠다"고 말하자 입을 다물지 못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팬들은 다시 한 번 폭소가 터졌다.
모창민은 재치 있는 출사표로 NC팬들의 함성을 샀다. '다이노스'로 4행시를 준비했다. "'다 덤벼, 이겨버리겠습니다, 노력을 정말 많이했고 많은 승리를, 스러(쓸어) 담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이 끝나자 박수가 쏟아졌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 주장 이재원, 투수 박종훈은 의리를 지켰다. 진행자가 행사에 참석한 박병호의 홈런왕 등극 가능성을 높이 점치며 "다른 선수가 타이틀을 거머쥘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수를 해달라"고 하자 당당하게 움직였다. 지난해 홈런왕 최정을 염두에 두고 시위를 했다.
매년 전형적으로 나오는 질문과 답변에도 웃음이 묻어났다. 김기태 KIA 감독이 우승 전선에 걸림돌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9팀 모두 전력이 좋다"고 답하자 관중에선 '솔직한 마음을 얘기해달라'는 의미의 아우성이 터졌다. 다른 팀 감독들이 연신 KIA를 우승 후보로 꼽자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