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선수들이 경남 창원에서 열리는 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서 다시 만난다. '2018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는 지난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대회 미디어데이를 열고 북한 선수단의 참가를 알렸다. 오는 8월 31일부터 9월 15일까지 16일간 경남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리는 세계사격선수권대회는 1978 서울 대회 이후 무려 40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단일 종목으로 5대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이 대회는 4년마다 개최되는 120년 역사의 권위를 자랑하며, 아시아에서 세계사격선수권대회가 열린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처럼 뜻깊은 대회에 또 하나의 호재가 겹쳤다. 바로 북한 선수단의 참가다. 조직위는 "선수 12명과 임원 10명 등 총 22명의 북측 선수단이 창원을 찾는다"며 "북측 사격연맹은 지난 26일 국제사격연맹(ISSF) 온라인 창구를 통해 22명의 선수단 참가 등록을 마쳤으며 10m 공기권총 등 14개 종목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직위 관계자는 "북측 선수단의 숙박과 안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준비를 다해 선수단이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참가로 남북 간 스포츠 교류가 창원에서 다시 이뤄지게 됐다. 올 초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서 남북 단일팀이 성공적인 결과를 내면서 스포츠 분야에서 남북 간 꾸준한 교류가 이뤄질 토대가 형성됐다. 발 빠르게 바통을 이어 받은 쪽은 탁구였다. 1991 지바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당시 현정화와 리분희가 '원조 남북 단일팀'을 이뤄 우승을 이룬 기억이 있는 탁구는 5월 스웨덴 할름스타드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일팀을 꾸렸고, 지난 22일 끝난 국제탁구연맹(ITTF) 코리아오픈 남녀·혼합 복식에서도 단일팀이 결성됐다. 코리아오픈에서 남북 단일팀이 '세계 최강' 중국을 꺾고 혼합 복식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까지 겹치면서 2020 도쿄올림픽까지 내다보는 장기적인 '남북 단일팀 로드맵'의 구상도 나왔다.
곧 개최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도 남북이 함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평창겨울올림픽에 이어 남북이 단일팀을 내보내는 두 번째 국제종합대회인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여자 농구·카누 남녀 드래곤보트·조정 남자 무타포어·남자 에이트·여자 경량급 더블스컬 등 6개 세부 종목에서 남북 단일팀이 꾸려진다. 평창 때와 마찬가지로 개·폐회식에서도 남북이 공동 입장한다.
이처럼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어오면서 북한의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참가를 위한 노력도 일찍부터 이뤄졌다. 대한사격연맹과 창원시 그리고 ISSF는 이번 대회에 북한이 참가할 수 있도록 공들여 왔다. 지난 4월 열린 2018 월드컵 시리즈 당시 창원을 방문한 올레가리오 바스께스 라냐 ISSF 회장 역시 "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해 북한이 참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며 의욕을 보인 바 있다. 이날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허성무 창원시장도 "북측 선수단이 창원에 오는 것이 확정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성공적인 대회를 치를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며 "남북 평화와 화해 무드를 상징하는 대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