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이로 마흔 살. '현역 최고령 타자' LG 박용택은 긴 부진의 터널을 벗어나 팀이 어려울 때 해결사로 활약하고 있다.
LG는 올해 4번 타자를 맡은 김현수와 아도니스 가르시아가 한꺼번에 빠져 있다. 둘의 공백이 크다. 올해 LG와 계약한 김현수는 타율 0.362 20홈런 101타점을 올렸고, 가르시아는 아프지 않을 때 타율 0.381 7홈런 28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4일 경기 도중 오른발목을 다쳐 3주 진단을 받은 김현수는 아직 제대로 훈련 소화를 못 하고 있다. 가르시아는 '출장'보다 '쉬는 날'이 훨씬 더 많다. 올 시즌 35경기에 나선 가르시아는 8월 2일부터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류중일 LG 감독은 당초에 "추석 연휴 전주(9월 17~23일)에 복귀할 예정이다"고 밝혔는데, 최근 퓨처스리그 출장 기록이 전혀 없다. 타선의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4위 넥센을 쫓는 동시에 6~7위 KIA·삼성의 추격에서 달아나야 하는 5위 LG는 지난주 박용택의 활약 덕에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박용택은 지난주 팀이 거둔 3승 중 2경기에서 결승타를 기록했다. 지난 13일 삼성전에선 1-1로 맞선 4회 1사 만루에서 그랜드슬램을 포함해 4타수 4안타를 기록했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결국 박용택을 막지 못해서 졌다"며 아쉬워했다. 박용택은 15일 한화전에서 0-1로 뒤진 3회 무사 1, 2루에서 3점홈런을 때려 냈다. 12일 넥센전에서는 4-4로 맞선 연장 10회말 1사 1루에서 2루타로 찬스를 연결했고, 이어진 정주현의 끝내기 안타로 LG가 승리했다. 박용택의 지난주 6경기에서 성적은 타율 0.458 2홈런 7타점. 여전히 타율보다 낮은 0.288의 득점권 타율이 아쉽지만 중요할 때 한 방을 터뜨리며 최근 팀의 3승에 모두 큰 공헌을 했다.
슬럼프와 거리가 멀었던 박용택조차 흐르는 세월이 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시즌 중반에 크게 부진했다. 5월 타율이 0.255에 그쳤던 박용택은 6월 타율이 0.358로 살아나는가 싶더니, 7월과 8월 타율이 고작 0.242·0.239에 그쳤다. LG 역시 팀 승률을 보면 5월 0.462(12승14패) 7월 0.409(9승13패) 8월 0.231(3승10패)로 부진했다. 류 감독이 "박용택의 활약도에 따라 팀이 받는 영향에도 차이가 크다"고 말하는 이유다.
중심타자의 이탈 속에서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치는 시기에 박용택이 제 모습을 되찾았다. 이달 타율은 0.438(48타수 21안타)다. 리그에서 가장 높다.
류 감독은 "역시 (박)용택이가 잘 쳐 줘야 한다"며 "용택이가 타순에서 (공격이) 끊기면 팀이 어렵고, 용택이가 잘 풀어 주면 점수를 낼 때가 많다"며 "몇 년간 더 현역으로 뛸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진 용택이가 있고 없고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박용택은 최근 상승세를 바탕으로 KBO 리그 최초로 10년 연속 3할 달성 가능성을 높였다. 17일까지 시즌 타율은 0.306. 박용택은 지난해 양준혁-장성호의 9시즌 연속 3할 타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최근 역대 세 번째 개인 통산 3500루타(현재 3510루타) 고지를 밟았고, 사상 최초로 7년 연속 150안타 대기록을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