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2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2019 UAE 아시안컵 16강전 바레인과 일전을 치른다. 지면 끝나는 토너먼트 첫 경기다. 조별리그와 차원이 다른 무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선발 라인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바레인전에서는 어떤 선수들로 베스트 11을 구성할까.
두 가지로 예상할 수 있다. 벤투 감독의 '고집' 혹은 '배려'다. 벤투 감독이 어떤 의지를 갖느냐에 따라 라인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 '고집의' 관점에서 본다면 선발 라인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최고의 선수가 경기에 뛸 수 있다면 선발로 나서는 것이 벤투 감독의 고집이다.
토트넘에서 살인일정을 치르고 대표팀에 합류한 뒤 중국과 3차전에 바로 선발로 투입돼 88분을 뛴 손흥민의 경우를 보면 쉽게 이해를 할 수 있다. 더 강한 상대에 대비하기 위한 체력 안배, 로테이션은 없다.
4-2-3-1 포메이션에 최전방 황의조(감바 오사카) 2선에 황희찬(함부르크)-손흥민(토트넘)-이청용(보훔) 중앙 미드필더에 정우영(알 사드)-황인범(대전 시티즌) 포백에 김진수(전북 현대)-김영권(광저우 헝다)-김민재(전북 현대)-이용(전북 현대) 골키퍼에 김승규(비셀 고베)가 포진할 것으로 보인다.
약간의 변화가 있다면 왼쪽 풀백에 홍철(수원 삼성)이 2차전 키르기스스탄전에 이어 다시 나설 수 있는 정도다.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의 출전도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벤투 감독은 한국 대표팀 감독 지휘봉을 잡은 뒤 부터 이승우를 중용하지 않았다. 이번 아시안컵 조별리그 3경기에서도 벤투 감독은 이승우에게 단 1분의 기회도 주지 않았다. 이런 이승우는 폭발했다. 중국과 3차전 막판 경기 출전이 무산되자 물병과 수건을 걷어 차는 등 돌발 행동을 했다.
이 후폭풍은 컸다. 온갖 논란을 만들어내며 대표팀의 가장 큰 이슈로 등극했다. 한 매체가 "대한축구협회가 벤투 감독에게 이승우 출전을 요구했다"라고 보도하면서 이승우 논란은 극에 달했다.
대한축구협회가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벤투 감독과 이승우의 관계에 대한 이슈는 꺼지지 않고 있다. 이런 논란이 일어난 뒤 첫 경기가 바레인전이다. 이승우를 중용하지 않는 벤투 감독의 고집은 이어질까.
벤투 감독이 고집만 부리는 것은 아니다. 벤투 감독은 오히려 큰 배려심을 발휘해 모두를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이청용의 한국 일시 귀국 허락이 그것이다. 이청용은 여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8일 한국을 떠났고, 20일 대표팀으로 복귀했다. 대표팀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대회 기간 중 개인적인 사유로 팀을 이탈한 사례는 지금껏 없었다. 대표팀에서 오랜 생활을 한 김영권조차도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없어 놀랐다"고 말할 정도였다.
벤투 감독의 통큰 배려다. 대표팀만큼이나 가족의 중요성도 인정한 것이다. 대표팀 관계자는"이청용이 벤투 감독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한국행을 요청했고, 벤투 감독은 고심 끝에 이를 허락했다"며 "16강전까지 일정이 남아 있어 경기력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벤투 감독의 판단을 따랐다. 선수와 감독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장시간 비행으로 인한 이청용의 컨디션이 관건이다. 왕복 20시간 이상을 소화해야 한다. 장시간 비행은 컨디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벤투 감독의 고집이 적용되면 이청용은 선발이다. 이청용의 컨디션에 문제가 없고, 경기에 뛸 수 있는 상황이라면 벤투 감독은 선택을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컨디션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벤투 감독은 이청용에게 다시 한 번 휴식이라는 배려를 해줄 수 있다. 바레인이 껄끄러운 팀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최정예 전력이 총출동하지 않아도 무난하게 승리할 수 있는 팀이기도 하다. 이청용을 무리시키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 다음 벤투의 선택은 어떻게 될까. 이청용이 빠지면 그 자리에 나설 수 있는 공격 자원 1순위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다.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3차전에 선발에서 빠졌던 구자철이다. 중국전 후반 43분에 투입됐다. 베테랑이자 팀의 간판 선수가 경기 결과가 사실상 결정난 후반 막판에 투입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구자철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니다.
바레인전에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특히 구자철은 바레인을 상대로 2골을 넣은 경험이 있다. 벤투호에서 유일하게 바레인전 골맛을 본 선수다.
하지만 구자철의 감각이 바레인전까지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 다음 후보는 이승우다. 벤투 감독 배려의 크기가 이승우에게까지 도달할 수도 있다. 여기서 벤투 감독의 고집과 배려가 충돌할 수 있다. 과연 벤투 감독의 배려가 이승우에게까지 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