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 중계권 시장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통신사와 포털 컨소시엄이 뉴미디어 중계권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5년간 총 1100억원, 연평균 220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KBO는 25일 낮 12시부터 KBO 리그 유·무선 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 평가를 진행한 결과, "최고점을 받은 통신·포털 컨소시엄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사업 기간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로 최대 5년(2+3년)이다. 일단 2년을 먼저 계약한 뒤 성과 평가를 통해 3년 계약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통신·포털 컨소시엄에는 네이버·카카오·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가 포함됐다.
이번 유·무선 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은 기존의 수의 계약 관행에서 탈피해 공개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운찬 KBO 총재가 취임하면서 "참여 업체 자격 제한을 따로 두지 않는, 투명하고 공정한 공개 입찰"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수익 활성화와 공정한 분배를 통해 프로야구 산업화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는 의지였다.
이미 프로야구는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고, 중계권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돼 왔다. 특히 모바일 권리를 포함한 뉴미디어 시장은 갈수록 폭발적 성장을 거듭했다. 그에 비해 과거 중계권 독점 대행사 체제에서 이뤄졌던 기존 계약 규모(5년·465억원)는 터무니없이 작았다. 공정한 경쟁과 최적의 파트너 선정은 새로운 계약을 앞둔 KBO에 가장 중요한 숙제로 여겨졌다. KBO는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다각적 검토를 통한 평가 방식과 기준을 마련해 입찰과 평가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최종 평가에는 통신·포털 컨소시엄과 방송사 컨소시엄이 참여해 2파전 구도를 이뤘다. 통신·포털 컨소시엄과 관련 있는 3개 구단(SK·KT·LG)의 심사위원이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빠졌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7개 구단의 KBOP 이사들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했다. 당초 10개 구단의 이사진이 모두 심사를 맡을 계획이었지만, 방송사 컨소시엄의 반발이 거세 방침을 바꿨다.
통신사 계열 세 팀 가운데 한 구단의 관계자는 "향후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거나 불필요한 의혹이 불거질 가능성을 우려해 먼저 심사에서 빠지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팀의 관계자 역시 "심사 평가와 관련한 부분은 당연히 공명정대하게 진행하려고 했지만,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을 배제하기 위해 통신 3개 사가 자발적으로 심사를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심사는 기술 평가 40%와 가격 평가 60%를 합쳐 종합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기술 평가는 수행 실적, 적합성, 사업 전략·계획, 시스템·인프라, 콘텐트 활성화, 커버리지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가격 평가는 입찰가격 평가 배점 한도에 '당해 입찰가격'을 '최고 입찰가격'으로 나눈 숫자를 곱해 산출했다. 최고 입찰가격은 유효한 입찰자가 써낸 금액 가운데 연평균 최고 입찰가격을, 당해 입찰가격은 평가 대상자의 연평균 제안 가격을 뜻한다. 통신·포털 컨소시엄은 기술 평가 36점, 가격 평가 60점을 받아 가장 높은 총점 96점을 받았다.
입찰 금액은 5년간 총 1100억원(연평균 220억원) 규모다. 2019년 190억원을 시작으로 2020년 200억원→2021년 236억원→2022년 237억원→2023년 237억원으로 이어진다. 이 금액은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의 유·무선 중계권료로 기록될 전망이다. 앞선 5년간 계약 조건(465억원·연평균 93억원)보다 연평균 127억원이 치솟은 초대형 계약이 가능하다. 첫 계약보다 무려 2.4배 상승했다.
그동안 터무니없이 적은 중계권 수입으로 손해를 봤던 KBO와 구단들이 환영할 만한 결과다. 한 구단의 관계자는 "통신 3개 사 관련 구단을 제외하고도 나머지 7개 구단이 합리적으로 공정하게 평가해서 나온 결과"라며 "이 결정을 수용하고, 앞으로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개선 방안을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계약이 성사되면, 통신·포털 컨소시엄은 KBO가 2023년까지 주관하는 KBO 리그 경기(시범 경기·정규 시즌·포스트시즌·올스타전 등)와 공식 행사(골든글러브 시상식 등)의 영상 피드를 활용한 생방송·녹화방송·VOD·하이라이트 등을 유·무선 영상으로 서비스하고, 제3자에게 재판매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갖게 된다. KBO는 "통신·포털 컨소시엄이 계약을 통해 KBO 리그의 저변 확대와 산업화를 함께 도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