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리그 최하위권인 롯데와 KIA는 강제 리빌딩을 하고 있다. 주축 선수 다수가 30대 중반을 넘어섰다. 원래 세대교체가 필요했다. 그러나 계획된 움직임이 아니다. 주축 선수의 부진과 부상 이탈 공백을 메우는 게 주목적이다.
새 얼굴은 기대 이상으로 잘했다. 주전 3루수 한동희의 부상 이탈로 기회를 얻은 롯데 강로한은 5월 첫 10경기에서 타율 0.310·출루율 0.348를 기록했다. 빠른 발로 허슬 플레이를 했고, 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장타를 때려 내며 활력을 더했다. 주전 중견수 민병헌의 손가락 부상 이탈을 메운 허일(27)·채태인이 컨디션 난조로 2군에 있을 때 1루를 맡은 오윤석도 같은 기간 2할대 후반·3할대 초반 타율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KIA도 김주찬·나지완·김선빈 등 2017시즌 우승 주역들이 이탈한 상황에서 내야수 박찬호(24) 류승현(22) 외야수 이창진(28)이 등장했다. 선발 기회를 꾸준히 받자 잠재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주부터 하락세다. 뜨겁던 강로한은 여섯 경기에 출전했지만 21타수 1안타에 그쳤다. 허일과 오윤석도 1할대 타율에 허덕인다. 이창진과 류승현도 4월에 비해 성적이 크게 떨어졌다. 박찬호만 꾸준히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상대팀의 분석이 강화됐고, 이전보다 많은 경기를 소화하는 탓에 체력도 부침을 겪는다.
심리적인 부분도 크다. 이들 다수가 기대 이상으로 좋은 타격을 보여준 뒤 타순이 달라졌다. 하위 타순에서 상위 중심 타순으로 이동했다. 현장 지도자들은 주축 타자가 컨디션 난조를 보이면 '편한 마음으로 타격하라'며 타순 조정을 한다. 반대로 경험이 부족한 타자들은 공격 선봉장과 해결 능력이 필요한 타순에 나서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좋은 타격 페이스를 반영해 타순 조정을 한 지도자의 선택은 틀리지 않다. 그러나 결과는 대체로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성적이 좋지 않은 팀에서는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전까지는 1군 잔류를 목표로 하던 선수들이 갑자기 커진 책임감에 부침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 현역 지도자는 "두산·SK에 새 얼굴이 안착하는 것은 좋은 팀 성적도 크게 작용할 것이다. 개인의 부침을 동료들이 만회해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역할만 잘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경기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전했다. 상위팀 젊은 투수 한 명과 하위팀 한 명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객관적인 기량은 큰 차이가 없거나, 하위팀 선수가 더 낫다. 그러나 1군에 안착하는 속도는 상위팀 선수가 훨씬 빠르더라"고 했다.
두산의 화수분 야구가 국내 스카우트의 안목과 뛰어난 육성 시스템도 큰 역할을 하겠지만, 새 얼굴이 제 기량 발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좋은 팀 성적을 유지하는 자체에 있다고 본 것이다.
리빌딩에 필요한 팀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시즌 초반, 승 수 쌓기에 실패하며 커진 부담감을 새 얼굴이 감당하게 되면 성장 유도마저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하위권으로 떨어진 건 결과론이다. 향후 경기 운영에서는 반영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