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 별칭)을 찾은 관중의 입에서 감탄과 환호 그리고 웃음이 동시에 터졌다. 킥오프 이후 1분 만에 터진 이동국(40·전북 현대)의 황당한 선제골 때문이다. 이동국은 지난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19 17라운드 수원 삼성과 경기에 출전, 선제골을 터뜨리는 등 활약을 펼치며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러나 전북은 한 골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후반 26분 타가트(26)에게 동점골을 내줬고, 후반 추가 시간에 터진 김신욱(31)의 결승골이 비디오판독(VAR)으로 취소되면서 1-1 무승부로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묘하게 '꼬인' 경기였다. 경기 흐름은 어수선했고,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수원이 걸어 잠근 전반전은 지루했고, 양 팀이 파상공세를 펼친 후반전은 손에 땀을 쥐었으나 기대한 만큼 많은 골이 터지지 않았다. 무승부로 끝난 90분의 승부가 남긴 것은 전반 1분 이동국의 '해외 토픽감' 선제골뿐이다. 경기 이후 만난 이동국도 "축구하다가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며 피식 웃을 정도로 황당한 골이었다.
베테랑 중의 베테랑 이동국도 황당해한 선제골은 어떻게 터졌을까. 킥오프 휘슬이 울리고, 양 팀 선수들이 공을 쫓아 움직이는 과정에서 공이 수원 진영을 향했다. 공은 수비수들을 거쳐 골키퍼 노동건(28)에게 이어졌고, 전방 압박을 위해 남아 있던 이동국 외에 모든 선수들이 센터 서클까지 물러서려던 참이었다. 선제골은 바로 이 순간, 순식간에 터졌다. 노동건이 전방을 향해 길게 차 올린 공이 페널티 지역 근처에 머물던 이동국의 얼굴 근처를 맞고 포물선을 그리며 골대를 향했다. 당황한 노동건이 공을 쫓아 급하게 달려가 봤지만 이미 골라인을 넘은 뒤였다. 노동건과 수원 선수들, 원정팬들은 물론이고 골을 넣은 이동국과 벤치의 조세 모라이스(54) 감독까지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이동국은 당시 상황에 대해 "공이 날아온 것만 봤다. 공에 맞고 보니 이미 들어가고 있더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축구하다가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며 웃은 이동국은 아프지 않았냐는 질문에 "내가 맷집이 좋다. 학교 다닐 때 많이 맞아서 괜찮다"며 아무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1998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데뷔해 지금까지 햇수로 프로 생활 22년째, K리그 통산 개인 최다골(219골) 10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 K리그 최초 70-70 클럽 가입 등 '기록의 사나이'로 군림하는 이동국에게도 이런 황당한 골은 처음이었다. K리그에서만 218골을 넣는 동안 머리와 발을 자유자재로 썼던 그지만, 한 전북팬의 말처럼 '하다 하다 얼굴로도 골을 넣는' 상황은 예상치 못했다.
공격수로는 황당할 만큼 민망한 골이었다. 스스로 넣었다기보다 상대의 실수로 만들어진 골이기에 이동국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세리머니도 생략했다. "골키퍼가 약하게 찬 것 같다. 앞으로 골키퍼들은 킥도 세게 차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떠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경기 이후 노동건이 이동국에게 "형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로 맞는 소리가 크게 울렸지만, 이동국은 "공에 많이 맞아 봐서 그렇게 아프진 않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주중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상하이 상강(중국)전을 준비하기 위해 대담한 로테이션을 돌린 전북에는 승점 1점과 이동국의 강렬한 '안면 골'을 남긴 수원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