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코치는 한 해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해외 전지훈련에 빠지고 P급 지도자 자격증 교육을 위해 태국에 다녀왔다. 이것도 모자라, 팀 성적이 좋지 않은 데도 시즌 중 또 한 번의 P급 지도자 자격증 교육을 위해 일본에 다녀왔다는 정보가 있다. 현재 P급 지도자 자격증이 필요한 위치에 있지 않음에도 이렇게 구단에서 무리하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은 명백한 특혜며, 차기 감독으로 이미 내정했다는 소문에 힘을 실어 주는 것이다."
지난 22일 K리그2(2부리그) 전남 드래곤즈 팬 30명이 발표한 성명서의 한 부분이다. 이들은 구단에 특혜 의혹을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시즌 K리그1(1부리그)에서 꼴찌로 추락하며 2부리그로 강등된 전남. 올 시즌 반등을 노렸지만 더욱 깊은 절벽으로 떨어지고 있다. 전남은 현재 6승4무10패, 승점 22점으로 K리그2 10개 구단 중 8위다.
야심 차게 1부리그 승격 목표를 제시했지만, 시즌 초부터 지금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전남의 일부 팬들은 전남이 추락하는 원인을 지적했고, 그중 하나가 K코치의 P급 자격증 관련 특혜라고 주장했다.
일간스포츠는 이 논란을 자세하게 들여다봤다. 이들이 언급한 K코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전남에 합류한 김남일 코치다.
김 코치는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전남의 전설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선수다. 2016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 코치, 2018 러시아월드컵 대표팀 코치를 지냈다. 그리고 전남에 새롭게 부임한 파비아노 수아레즈 감독을 보좌하는 코칭스태프로 2019년 1월 합류했다.
P급 자격증이 무엇이길래 특혜라는 말까지 쓰는 것일까. 대한축구협회의 지도자 자격증은 AFC(아시아축구연맹)와 연계해 D급부터 C·B·A를 거쳐 P급이 최상위 자격증이다. AFC 챔피언스리그(ACL)를 지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격증이다. 내년부터 K리그1과 K리그2 감독의 지휘봉을 잡기 위해 반드시 P급 자격증이 필요하다.
이 자격증의 획득 절차는 복잡하고 까다롭다. 2년에 한 번 P급 과정이 열린다. 난이도 높은 이론과 실기는 물론이고, 해외 연수에도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 또 P급 수강 인원이 제한적이다. 지금도 신청자가 밀린 상황이다.
김 코치는 정말 특혜를 받았을까.
김 코치가 P급 과정에 들어간 것은 맞다. 1월 28일부터 2월 17일까지 전남의 포르투갈 전지훈련 일정과 태국에서 열리는 P급 교육 과정이 겹쳐 김 코치가 합류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또 김 코치는 6월 22일부터 7월 13일까지 일본에서 P급 교육을 받았다. 시즌 중이었고, FC 안양전(6월 23일) 부천 FC전(6월 30일) 아산 무궁화전(7월 7일)에서 벤치에 앉지 않았다. 이에 전남의 일부 팬들은 시즌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동계 전지훈련에 빠졌고, 팀이 어려운 시즌 중간에 또 P급 교육을 받으러 갔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취재 결과 사실과 달랐다. 특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배려였다.
먼저 김 코치는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는 P급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김 코치는 대한축구협회 P급에 참여할 자격이 되지 않는다. 자격은 'AFC A급 자격증 소지자로 고등 리그 이상의 전문등록팀 지도 경력 5년 이상인 자'로 한정된다.
김 코치의 지도 경력은 5년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애초 김 코치는 P급 자격증 획득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국내에서 꾸준히 지도자 생활을 한 뒤 자격 요건이 채워지면 도전하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기회가 찾아왔다. 태국축구협회에서 P급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기회다. 태국에서는 자격 요건이 충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P급을 따는 것이 너무 힘들어 많은 지도자들이 외국에서 기회를 노린다. 이 역시 아무에게나 오는 기회가 아니다. 김 코치는 그 기회를 잡은 것이다.
최근 K리그에서 P급 자격증이 없어 큰 논란이 일어났다. 감독에서 코치로 밀려났고, 바지 감독이 감독 지휘봉을 잡았으며, ACL 출전권을 땄지만 경기 지휘 여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많은 지도자들이 미리 P급을 얻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미리 P급을 딸 수 있다면 그 기회에 집중하는 것이 현시대의 추세자 흐름이다. 대구 FC의 안드레 감독도 올 시즌 전 동계 훈련에 불참하며 브라질에서 P급 교육 과정을 받았다. 또 많은 지도자들이 시즌 중 P급 자격증을 위해 잠시 팀을 비운 전례가 있다.
과거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당장 팀의 훈련과 경기 그리고 집중도 때문에, 자격증 교육 과정을 위해 팀을 이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트렌드가 달라졌다. 지금은 오히려 기회가 생긴 코치에게 P급 교육 과정을 적극 지원하는 추세다.
김 코치 역시 파비아노 감독의 지지 아래 P급 교육 과정에 들어간 것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유럽 경험이 풍부한 파비아노 감독은 P급 교육 과정을 위해 코치에게 시간을 허락하는 것은 유럽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당연히 흔쾌히 허락했다. 파비아노 감독은 김 코치에게 "축하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감독이 허락했는데 구단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김 코치 개인뿐 아니라 P급 자격증을 가진 코치가 있다는 것은 전남의 미래, 전남 코칭스태프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의미 있는 일이다. 파비아노 감독을 보좌하기에 훨씬 더 수월할 수 있다.
K리그의 한 현장 지도자는 "시즌 중 P급 교육에 갔다는 것을 놓고 나쁘게 볼 일이 아니다. 많은 구단들이 그렇게 해 왔다. 또 P급은 따기 어렵고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 기회가 왔을 때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는 것이 맞다. 지금 추세가 그렇다. 과정을 시작했다가 도중에 멈추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일정을 본인이 짜는 것도 아니고, 일정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도자 역시 "과거에는 시즌 중 교육받으러 가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감독이 코치에게 P급을 따라고 부추기는 시대"라며 "시즌 전 겨울에 P급을 신청한다. 현직에 있으면 시즌 도중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다. 성적이 좋지 않은 걸 예상하고 신청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많은 구단들이 허용하는 분위기다. P급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어린 지도자들도 최대한 빨리 따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즌 중이라고 P급 자격증을 따지 못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덧붙였다.
전남은 김 코치가 P급 교육에 들어간다고 시즌 전에 이미 밝혔다. 포르투갈 전지훈련 당시 이미 김 코치가 빠진다고 공지한 바 있다. 전남 입장에서는 일부 팬들의 의혹 제기가 당황스럽다.
전남의 한 관계자는 "김 코치가 포르투갈 전지훈련 때 태국에 간 것도, 시즌 중 일본에 간 것도 사실이다. 일부 팬들처럼 좋지 않게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감독의 허락하에 구단에 보고하고 간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다른 구단 코치들도 시즌 중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 감독 허락 없이 갔다면 당연히 문제다. 이런 경우는 징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파비아노 감독은 유럽에서는 무조건 보내 준다며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라고 말했다. 흔쾌히 허락한 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특혜에 대한 주장에 대해서는 "김남일이라서 문제가 되는 건가? 특혜는 절대 아니다. 절차대로 진행했다"고 반박했다.